제주자치시대의 이면, 한미FTA와 닮은꼴
[지방의회 돋보기]교육-의료시장 개방이 '지방분권의 백미'?
2006.07.12 14:19:00
제주자치시대의 이면, 한미FTA와 닮은꼴
'위대한 제주시대 개막! 특별자치도 출범!'
  
  최근 제주를 방문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제주의 거리 곳곳에서 이러한 광고 문구를 흔히 볼 수 있을 것이다. 한미 FTA에 대한 정부의 과잉정책 광고에 국민들이 피곤해 하듯, 제주특별자치도 역시 광고를 남발하다보니 일부 선전탑은 신호등마저 가릴 정도다.
  
  지난 7월1일 무소속인 김태환 도지사 취임식 때는 한명숙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까지 제주를 찾아 특별자치도 출범을 축하했다. 노무현 정부는 제주특별자치도를 '지방분권정책의 백미'라고까지 한다.
  
  그러나 제주특별자치도는 여전히 소수만을 위한 특별한 혜택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게 내 판단이다. 주민소환제, 참여예산제, 자치경찰제 등 주민자치의 측면에서는 새로운 메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산업정책 측면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부는 병원 영리법인화를 사실상 포기하려 하는데, 제주는 규제완화를 명분으로 국내 병원에도 영리법인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국제학교 등 교육산업화 정책도 마찬가지다. 외국자본과 대자본에 대해서는 국공유지를 100년간 무상임대 해주는 등 파격적인 혜택도 준다고 한다. 이렇듯 제주특별자치도의 이면을 들여다보노라면, 제주가 일종의 실험 대상처럼 느껴질 정도다. 한미 FTA가 추구하는 논법과도 유사한 측면이 많다.
  
  7월 4일, 제주도의 변화된 환경 속에서 제주특별자치도 의회가 문을 열었다. 민주노동당 소속인 나와 동료 의원 두 명은 노동자 평균임금만 받는 의원, 부정부패 안하는 의원이 되겠다는 민주노동당 지방의원 공동다짐을 언론에 알리면서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첫날부터 우려하던 일이 터졌다. 원구성을 둘러싸고 의회는 파행으로 치닫고 급기야 몸싸움까지 벌인 것이다. 특별자치도의 첫 의회를 취재하던 기자들은 "국회나 도의회나…"라고 수군거렸다.
  
  제주도의원은 모두 36명. 이중 한나라당 의원이 과반수를 넘는 22명이다(나머지는 열린우리당 9명, 민주노동당 2명, 민주당 1명, 무소속 2명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나라당의 '쪽수 패권'은 상임위원회 배정에서부터 위력을 발휘했다. "억울하면 너희 당이 의원들을 많이 만들면 될 것 아니냐"는 건방지고 오만한 태도였다. 우리 소수정당 의원들은 △선거법 위반 조사대상자의 상임위원장 배치금지 △영리행위 관련 상임위 배치금지 등의 조건을 내걸고 공동기자회견을 벌이며 똘똘 뭉쳤다.
  
  그러나 7개 상임위원장 중 6개를 독식하겠다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상대로 싸우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하루가 지나 여론의 악화를 견디지 못한 한나라당이 한 발 물러나면서 상임위원장 배정은 한나라당 5석, 열린우리당 1석, 민주노동당 1석으로 결론이 났다. 나 역시 한나라당 패권의 향방에 따라 우여곡절 끝에 교육위원회로 갈 뻔하다 복지안전위원회에 배정됐다. 당초 목표했던 상임위이니 한나라당에 감사해야 할까? 첫 날부터 말로만 듣던 다수당의 횡포를 몸으로 겪고 나니 초짜의원의 앞날이 그저 암담하기만 했다.
  
  의원이 된 지 일주일이 지난 지금, 나는 특별자치도 의회에서 어떻게 살아남아 도민들이 내게 준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특별자치도 의회라고 해서 특별한 지위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이 폐지된 만큼 그 역할은 대단히 중요하다.
  
  지방의회 구성을 달리 할 수 있는 근거조항에 의해 자기결정권이 확대됐고, 부지사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상임위별 정책자문위원을 두는 등 자율성도 주어진다. 어느 때 보다 막강한 권한을 가진 도지사의 권한을 견제, 감시하는 일도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생존전략의 해답은 "뭉쳐야 산다"에 있다. 뜻이 맞는 의원들, 그리고 도민들과 '연대정신'을 발휘하는 것이다(물론 정책적 대안을 가진 성실한 의정활동을 펼치는 것은 기본이다.) 교섭단체 구성 조건을 완화하고, 의회 운영에 분명한 제 목소리를 내면 언젠가는 '일방통행식' 의회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민사회단체나 공무원노동조합과 공동으로 제주도 예산도 분석하고,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해 대응해 나간다면 막강한 권한을 가진 도지사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다.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만 생각하는 것일지 몰라도 내가, 그리고 민주노동당이 조금 더 발품을 팔아가면서 먼저 노력하면 이런 연대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아름다운 왕따'에서 이제는 '아름다운 연대'를 통해 민주노동당식 의정활동을 펼쳐 나가고자 한다. 이미 제주도의회에서 민주노동당은 연대의 힘을 확인한 바 있다. 보육조례 개정이나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조례 제정과정에서 분야별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조례를 통과시킨 것이다.
  
  이번에는 가뜩이나 어려운 제주 농민의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교육과 의료의 공공성을 헤치는 한미 FTA 협상에 대해 시민단체들과 공동으로 반대 결의안을 추진해볼 생각이다.
  
  18일부터 상임위별 업무보고가 시작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의정활동을 알차게 펼쳐나가야 할 때다. 지금은 회의 규칙이나 용어가 낯설기도 하다. 무턱대고 덤비는 처지이지만, 소관부서 업무를 터득해 날카롭게 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머리가 지끈거리지만, 제주도민의 삶이 나의 노력과 소신에 달려 있음을 알기에 희망을 놓지 않을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특별한 도의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필자인 김혜자 의원(40세)은 그동안 제주도에서 여성ㆍ농민운동을 야무지게 일궈 왔습니다. 소외된 여성들의 복지정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편집자>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hilltop@pressian.com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