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과 기자실, 울림 없는 '언론자유' 외침
[기자의 눈] <시사저널> 사태 1년, 문제를 키운 '방관자들'
2007.06.15 19:11:00
<시사저널>과 기자실, 울림 없는 '언론자유' 외침
2006년 6월 15일. 이날은 <시사저널> 기자들에게 각별한 날로 기억된다.

'삼성 이학수 부사장의 힘이 너무 세졌다'는 기사를 쓴 이철현 기자는 이날 삼성에 확인 취재를 했다. 그러자 몇 시간 후 삼성 측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이 이 기자를 불러 이학수 부사장과의 친분관계를 들며 기사를 뺄 것을 지시했다. 이 기자를 비롯해 편집국장, 취재총괄부장 등은 금 사장의 기사 삭제 요구를 거부했고 17일 새벽 금 사장은 인쇄소에 직접 나가 해당 기사를 삼성 광고로 대체했다. 이른바 <시사저널> 사태의 발단이었다.

그리고 2007년 6월 15일 현재, '편집권 독립 장치 마련'을 요구하며 지난 1월부터 5개월간 파업을 진행해 온 <시사저널>의 기자 23명은 이제 사태 해결에 대한 희망을 서서히 접고 있다. 몇몇 기자들을 중심으로 새 매체 창간도 준비하고 있다. 꼭 1년만이다.

'독수리 오형제'가 돼버린 기자들
▲ 지난해 6월 금창태 사장실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사저널> 기자들 ⓒ프레시안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 소식을 접한 기자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황당하다, 어이없다"는 것이었다.

'사장이 인쇄소에 직접 나가 기사를 뺐다'는 사실은 '삼성의 힘'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시켰다. 금창태 사장이 <중앙일보> 사장 출신이라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는 어떻게든 막아보고자 애쓰는 자본과 이에 동조하는 사주가 얼마나 편집에 대한 자유를 침해하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시사저널> 사태는 언론을 통해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못했다. <시사저널> 기자들이 이 사태와 관련해 취재 나오는 기자들에게 '독수리 오형제'라는 애칭을 달아줄 만큼 이 사안을 다루는 매체는 정해져 있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성명서를 연이어 발표하고 정치권에서도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정작 주요 일간지들은 외면 일색이었다. 그나마 <한겨레>, <경향신문>, <국민일보> 등 일부 신문들이 이 사태에 관심을 보였던 건 지난 4월 <시사저널> 고재열 기자가 한 퀴즈프로그램에서 1위를 했을 때와 지난 2월 금창태 사장이 직접 해명 기자회견을 했을 때 정도였다.

왜 그랬을까. 지난 1989년 창간 이후 <시사저널>은 꽤나 공신력 있는 매체로 인정받아 왔고, 더구나 이 사안은 국민들의 관심도 1~2위를 다투는 삼성 문제와도 맞물린 것이었다. '삼성'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가는 기사에 관심이 쏠린다는 건 언론계 내부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취재 환경이 어려웠던 것도 아니었다. <시사저널> 기자들은 지난 1월 파업을 시작한 이후 꾸준히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사실 기자들의 시사저널 사태에 대한 문제의식은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와 기자협회가 현직 기자 3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는 88.7%가 <시사저널> 기자들의 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혔으며, 78.1%는 이번 사태에 대해 '언론계 전반에 해당되는 문제'라고 답했었다.

그러나 '독수리 오형제'가 돼 버린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미디어오늘>, <기자협회보>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간지에서 <시사저널> 사태와 관련된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광고주로서 삼성의 막강한 '힘' 때문이었나. 그 원인은 알 수 없지만 철저한 자기검열에 기반한 언론의 '무관심'은 기자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사측의 태도와 더불어 <시사저널> 사태 해결을 어렵게 만든 또 하나의 원인이 됐다.

잊혀졌던 '언론의 자유', 기자실 통폐합에서 '되살아나다'

그런데 약 한 달전부터 신문지상에 잊혀진 줄 알았던 '언론의 자유'가 연일 오르내리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22일 기자실 통폐합 조치를 포함한 '취재선진화방안'을 발표하고 나선 뒤의 일이다. 특히 조·중·동을 비롯한 일간 신문사들은 기자실 통폐합 조치를 두고 '언론의 자유'와 '알 권리'를 외치며 들쑤시고 일어났다.

한미 FTA와 같이 전국민적 이해관계가 걸린 국정에 대한 정보 공개도 끝끝내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때로는 왜곡도 서슴지 않는 과감성까지 보인 정부가 기자실 통폐합 조치로 언론개혁을 완성하겠다고 말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5개월째 편집권 독립 보장을 요구하며 펜을 놓고 있는 <시사저널> 기자들의 문제에 대해 수수방관하면서 기자실 문제만은 유독 언론의 자유를 말살한다고 쌍심지를 켜는 박력은 보는 이들을 씁쓸하게 만든다.

이에 대해 <시사저널> 고재열 기자는 15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언론계가 <시사저널> 사태를 계속 방치하고 기자실만 달라고 하는 게 '언론의 자유'를 찾는 길인지 모르겠다"며 "특히 '짝퉁 시사저널'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매체의 기자들이 기자실 문제를 그렇게 몰고가는 것이 참 우습다"고 말했다.

<시사저널> 매각 규탄 기자회견…어떤 매체를 만날 수 있을까?
▲ 지난 4월 시사저널 사옥 앞에서 기자들은 로비로 인해 <시사저널> 사태를 촉발시킨 삼성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프레시안

오는 18일 <시사저널> 노동조합은 서울 서대문 <시사저널> 사옥 앞과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서 또 한 차례 기자회견을 가진다. 사건 발생 1년을 '기념'할만한 또 다른 사건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노조는 기자회견에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1년이 넘도록 경영진은 비상식적인 기사 삭제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 약속을 하기는커녕, 기자들을 취재 현장에서 내쫒고 '짝퉁 시사저널'을 발행하고 있으며 뒷구멍으로는 시사저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기자들을 내쫒은 채 <시사저널> 판권을 팔아 돈만 챙기겠다는 속셈"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기사 삭제의 발단을 제공한 삼성 역시 반성은커녕 오히려 사태를 악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며 "짝퉁 시사저널 제작을 지휘하더니 이제는 뒷구멍 매각 협상 과정에까지 삼성 출신 인사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 기자들은 기자회견장에서 그동안 시사저널 경영진에게 받았던 사령증, 상패, 기자증 등을 회사 측에 반납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날 이들이 외치는 '편집권 독립' 요구와 삼성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는 얼마나 많은 매체를 통해 보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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