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원칙'은 이랜드에게 먼저 적용해야"
"회사 측의 불법행위가 파업 불렀다"
2007.07.12 15:40:00
"'법과 원칙'은 이랜드에게 먼저 적용해야"
12일로 이랜드일반노조와 뉴코아노조의 홈에버(옛 까르푸) 월드컵점과 뉴코아 강남점 점거 농성이 각각 13일, 5일 째를 맞았다.

지난 10일 파업 이후 처음으로 열린 노사 대표들의 만남은 성과 없이 끝났다. 그리고 11일에는 경찰 병력이 대대적으로 농성장 앞에 배치돼 긴장감이 감돌기도 했었다. 현재 농성장 입구는 경찰 병력에 의해 출입이 봉쇄된 상태다. 경찰은 "노조가 현재 2곳인 점거 매장의 수을 확대하겠다고 밝혀 이를 막기 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랜드 측은 이들의 농성을 '테러'라는 극단적인 표현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도 표현의 수위만 낮았지 내용은 비슷하다. 이들의 점거 농성이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계속 장기화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하겠다는 것이다.
▲ 지난 10일 어렵게 이뤄진 노사간 대표들의 만남은 아무 성과없이 끝났다. 이후 노조는 점거 매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히자 경찰은 이를 막겠다며 농성장의 출입을 봉쇄했다. 12일 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점 입구를 봉쇄하고 있는 경찰과 혹시 모를 경찰의 진입을 막기 위해 지키고 있는 조합원의 모습. ⓒ프레시안

이런 주장을 펴고 있는 이랜드와 정부는 '법과 원칙'을 잘 지키고 있는 것일까? 뉴코아와 홈에버의 사례를 조사해 온 교수·법률 단체들은 이날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코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실태조사 결과 이랜드 측의 탈법과 부당노동행위 등 위법 사례는 수도 없이 많으며 정부 역시 회사 측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더 많은 기사를 보시려면…)

"뉴코아, 근로기준법 위반의 '백화점'"
▲ 노조에게 '불법' 운운하는 이랜드와 정부는 법과 원칙을 잘 지키고 있는 것일까? 뉴코아와 홈에버 사례 분석을 통해 교수·법률 단체들은 이랜드의 각종 불법·편법 행위와 이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가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프레시안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민변 노동위원회, 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 교수·법률 단체들은 이날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랜드가 법을 회피하기 위해 불법과 편법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노조가 강력하게 문제제기했던 초단기 계약 및 0개월 백지 계약서 등의 사례뿐만 아니라 계약서 변조 행위 등이 수십 건 이상 발생한 것이 확인됐다.

계약만료 시점을 비정규직법 시행 전인 지난 6월 말로 앞당기기 위해 이미 작성됐던 계약서를 폐기하고 새로 기간을 바꿔 계약서를 쓰게 한다거나, 회사가 몰래 수정액을 이용해 계약기간을 마음대로 변조한다거나, 계약기간 란을 빈 공간으로 두는 등이다.

이 외에도 이들은 "뉴코아는 계산원들이 비조합원임을 이용해 각종 근로기준법 위반의 불법행위를 자행해 왔다"고 밝혔다.

이런 결론의 근거가 된 것은 역설적으로 노동부의 '뉴코아 근로감독 시정지지서'였다. 이는 정부 역시 뉴코아의 이같은 불법행위를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시정지시서에 따르면 뉴코아 측은 △근로계약기간을 명시하지 않거나(근기법 24조 위반) △휴일근로수당 및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근기법 55조 위반) △임신한 여성 노동자에게 매일 연장근무를 강요하고(근기법 74조 4항 위반) △동의 없이 여성 노동자에게 휴일 근로를 강요(근기법 68조 1항 위반)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해 왔다.

이런 일들이 벌어진 뉴코아에 대해 정부는 최근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지만 "형식적으로 시정지시를 하는 것에 그쳤다"고 이들 단체는 주장했다. 이들은 "노동부의 이런 수수방관이 노사관계를 지금의 상태로 빠뜨린 한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사 측이 먼저 단협 위반 및 고용승계 약속 깬 홈에버"
▲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점은 이날로 이랜드일반노조의 점거농성 13일째를 맞았다. 열흘이 넘도록 이 곳에서 생활한 '아줌마'들이 뒤축이 접혀진 신발이 눈에 띈다. ⓒ프레시안

홈에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미 알려진 대로 홈에버는 이랜드가 까르푸를 인수할 당시 '100% 고용 승계와 기존의 단체협약 준수'를 약속했었다.

하지만 이랜드는 1"8개월 이상 근무한 조합원의 경우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지 않는다"라는 단체협약 제16조를 어기고 지난 두 달 동안 18개 월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15명을 해고했다.

이들은 또 "지난 1월부터 5월 11일 사이에만 350여 명의 계약직이 해고됐고 지난 5월에는 주차, 보안, 카트관리업무에 종사하던 용역직원 500명을 정리하는 등 100% 고용승계 약속을 회사가 먼저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자신들은 법을 회피하기 위해 불법과 편법을 동원하면서도 생존을 위한 노동자들의 절박한 행동은 불법으로 몰고 있는 사측의 태도를 엄중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에 대해서도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서도 양비론적 채도만을 취한 채 부실한 근로감독과 솜방망이 시정 지시로 비난을 받더니, 거꾸로 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 청구, 공권력을 동원한 노조 농성장 봉쇄에 나서고 있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행정,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 사태 해결에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권력 투입, 정부가 불법과 탈법 부추기는 신호가 될 것"

한편 전날부터 농성장에 공권력이 투입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높아지면서 각계 각층에서 이를 반대하는 성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민교협, 민변 등 교수·법률 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권력 투입은 물리적 충돌과 사태의 악화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여타 기업에 대해서도 이런 불법과 탈법을 부추기는 결정적 신호가 되고 말 것"이라며 "정부는 현 상황에서 어떤 물리적 대응도 사태의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도 하루 전인 11일 성명을 통해 "이랜드 노사 협상 결렬은 중재안을 마련하고도 협상 당사자인 노조에 충분히 알리지 않아 어렵게 만들어진 협상에서 노사가 입장차만 확인하고 돌아서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 노동부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그럼에도 노조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며 공권력을 투입하려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비판했다.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등 민주노동당의 예비대선후보들도 이날 오전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각 당의 대선후보들에게 △대선후보 비정규직 정책토론회 개최 △비정규직 현안의 해법을 찾기 위한 대선후보 비상시국회의와 중재단의 구성 등을 제안하며 동시에 "정부와 노동부도 공권력을 운운하지 말고 정규직화와 차별을 해소하는 방향에서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등 민주노동당의 예비대선후보들도 이날 오전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점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각 당의 대선후보들이 비정규직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함께 나서자고 촉구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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