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토로 지원', 반기문의 립서비스?
[위기의 우토로③]'강제철거' 대책 세운 외교부
2007.07.13 10:17:00
'우토로 지원', 반기문의 립서비스?
"징용도 서러운데 집마저 빼앗기다니…." 2004년 9월, 주요 일간지에 이와 같은 제목의 기사들이 일제히 실렸다. 당시 재판소에서 강제퇴거가 결정된 일본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에 사는 재일동포 주민들이 한국주거환경학회의 주최로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한중일 국제학술대회에서 '한복 시위'를 벌일 때였다. 재일동포 1세들인 이들은 "마을을 지킬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당시 이들과 동행했던 이들은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의 일본인 3명 뿐. 당시까지만 해도 우토로 주민들은 토지문제와 관련해 17년째 사투를 벌이고 있었지만, 국내에는 사정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사정이 알려지자 우토로는 국내에서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2005년 4월엔 십수명의 국회의원들이 '재일 강제징용촌 우토로 문제를 생각하는 의원모임'을 만들었다. 이들은 우토로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우토로에 사는 석옥서 할머니(77)는 "곱게 생긴 나경원 국회의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같은 달 사회 각계 단체와 인사들이 참여한 '우토로 국제대책회의'도 만들어졌다. 그 해 6월부터는 <한겨레21>의 주도로 '우토로 모금운동'이 전개됐다.
▲ '우토로'로 뉴스 검색한 화면. 2005년 여름, 우토로 지원 열기가 대단했다.ⓒ프레시안

2005년 여름의 뜨거운 지원 열기


유엔도 움직였다. 유엔인권위원회 두두 디엔 인종차별특별보고관이 우토로를 직접 방문해 우토로 주민들의 거주 배경 및 주거실태를 조사했다. 하수도조차 깔려 있지 않은 마을을 본 디엔 보고관은 "일본 정부 당국자들이 재일동포 등이 겪고 있는 인종차별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디엔의 '차별' 판정 후 국내 모금 열기도 더 뜨거워졌다. 같은 달 영화배우 안성기, 김혜수 씨 등을 비롯해 사회 저명인사들의 기부가 잇따랐다. 마침 광복절을 앞두고 우토로 후원을 마케팅 전략을 삼는 카드회사와 쇼핑몰이 나타났고, 락 밴드의 후원 공연도 이어졌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삼순'도 참여했다. <폭소클럽>의 개그맨들도 소매를 걷었다. 모아진 성금만 5억 원. 그 해 9월 강제철거 위기도 넘겼다. 우토로 문제는 다 해결된 것처럼 보였다.

반기문 "토지매입이 최선"

정부도 우토로 문제에 '적극적'이었다. 2005년 6월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장영달 열린우리당 의원은 반기문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우토로 문제에 대해 서면 질의를 했다.

"우토로 지역 동포들을 지원하기 위한 국내외 각계의 노력이 펼쳐지고 있는 바, (중략) 정부 자체의 지원방안을 통해 우토로 지역 동포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보는데, 이에 대한 장관의 견해와 대책은 무엇인가?"

다음은 장 의원 질의에 대해 반기문 전 장관이 서면으로 답변한 내용이다. 국회 회의록에 수록된 내용 그대로이며 한 자도 빠지지 않은 답변 전문이다.
▲ ⓒ프레시안

반 전 장관은 "'전후 배상차원'에서의 접근이 신속하고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토지 매입을 통한 해결 방안이 최선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일본 정부의 관심 촉구 노력'은 별개로 하더라도 "주민들이 유리한 조건으로 토지매입할 수 있도록 측면 지원함"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특히 "무엇보다도 토지 매입을 위한 주민들의 재정적 노력이 여의치 않음을 감안, 민단 및 NGO, 종교계 등 민간단체들이 우토로 주민을 위한 모금활동을 독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경우 재외동포 지원관련 예산을 통해 지원 검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반기문 "정부예산 모자라면 예비비 지원 검토"

반 전 장관이 우토로에 대해 답변한 내용은 이 뿐만이 아니다. 2005년 10월 정문헌 한나라당 의원의 질의에는 "재외동포재단이나 이런 데를 통해 지원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정부에서 예산이 모자라면 예비비 같은 것을 해서 지원하도록 검토를 한 번 하겠다"고 답변했다.

같은 해 11월 이광철 열린우리당 의원이 던진 "민간단체, 국회 등이 모금을 했지만 역부족"이라는 질문에는 "일본정부와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며 "주민들의 자구노력, 또 민간모금 이런 걸 봐 가면서 정부의 지원을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이 의원이 "정부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정하게 책임을 지는 거죠?"라고 확인을 구하자, 반 전 장관은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재외동포재단의 예산이라든가 이런 걸 봐서 여러 가지 부족한 부분을 좀 지원해주려고 하고 있고"라고 답했다. 이어 이 의원은 "60년 동안 방치됐던 국민들에게 그들에게도 조국이 있다는 것을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 전 장관의 대답, "예, 알겠습니다."

반 전 장관은 <MBC>의 8.15 특집프로그램에 출연해 우토로에 대해 묻는 사회자에게 "네,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이 문제에 대해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 전 장관의 말처럼 당시만 해도 정부는 '적극적'인 것처럼 보였다.

'적극적'이라는 반 전 장관 덕일까. 2006년 1월, 외교통상부 직원들은 월급에서 0.5%씩 모아 우토로 국제대책회의에 2000여만 원의 후원금을 내기도 했다.

그리고 그해 10월 반 전 장관은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됐다.

우토로 토지문제 정리하는 사이에

그렇게 당장 '해결'될 것만 같았던 우토로에 장애물이 나타났다. 우토로 토지 소유권을 두고 기존의 소유권자인 서일본식산과 갑자기 소유권을 주장하며 등장한 재일동포 3세 이노우에 마사미 간의 소유권 재판이 벌어졌던 것. 재판은 항소의 상고를 거쳐 최고재판소까지 갔고, 결국 2006년 9월 서일본식산의 승소로 끝이 났다.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1년이 흘렀다.

재판이 끝나자 본격적으로 토지 매입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전망은 밝았다. 서일본식산이 강제철거를 하지 않을 것이며, 거주권을 인정해 우토로 주민들에게 우선적으로 토지를 팔겠다고 약속한 것.

우토로 주민들은 분주해졌다. 우토로 지역 6400평의 토지 시세는 7억 엔. 땅을 살 수 있는 주민들의 돈을 끌어 모아보니 2억 엔이 나왔다. 한국 민간단체에서 모은 돈 5억 원. 돈이 1년 넘게 묵혀 있는 동안 엔화가치가 계속 떨어져 6600만 엔 가량이다. 재일동포 사회에서 5000만 엔 정도는 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모자란 돈은 약 4억 엔.

2005년 뜨거운 도움의 열기를 느꼈고, 반 전 장관의 '약속'을 수차례나 들었던 주민들은 민망하지만 모자라는 4억 엔을 한국 정부의 도움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었다. 우토로 관할 행정청인 우지시(宇治市)는 "소유권 문제를 해결하면 공영주택 건설 등의 지원을 검토하겠다"며 완강하게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와 민간의 도움으로 땅만 사면 우지시에도 당당하게 "땅을 샀으니 이제 공영주택을 지어내라"고 큰 소리를 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땅을 사달라"는 것도 아니었다. 땅의 소유권은 한국정부가 갖거나 제3의 재단을 설립해 재단이 소유권을 갖는 방식을 제안했다. 우토로 주민들의 바람은 '재산'이 아니라 "계속 우토로에 살 수 있게만 해달라"는 것이다.

'먹고 사는 데'만 관심을 둔 것도 아니다. 주민들은 '평화기념관'을 지을 땅까지 염두해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이 계획서를 한국 정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그리고 다급해졌다. 서일본식산은 최근 우토로 주민회에 "토지 매입 의사를 밝힌 사람이 생겼으니, 7월 말까지 토지매입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 주민들이 한국 정부에 제출한 마을 개발 계획서. 가운데 흰색 부분은 토지매입 능력이 있는 주민들이 토지를 매입해 살 부분이고, 왼쪽은 우지시에 공영주택을 요구해 독거노인들이나 토지 매입 능력이 없는 가구들이 살게 할 방침이다. 왼쪽에는 평화기념관과 노인복지 시설 등을 세워, 우토로가 재일동포들의 역사를 알리고, 일본인들에게 과거 침략의 책임을 일깨우게 한다는 계획이다. 그림 아래 분홍색 부분은 일본 육상 자위대 오쿠보 주둔지이다. ⓒ프레시안

강제철거 이후 대책 준비하고 있는 정부

그러나 막상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하게 된 순간 한국 정부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지원 불가." 주오사카 총영사는 지난 6월 27일 재일민단 오사카지방본부와 재일민단 교토지방본부 단장에게 공문을 한 부 보냈다.

"우토로 주민들은 소유자 확정 이전부터 한국 정부 및 국회에 요망서 제출 등을 통하여 재정 지원을 요청해 왔으며, 이에 우리 정부는 제반 사항을 고려하여 검토한 끝에 생활 능력이 없는 주민들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어 아래와 같이 정부의 기본 입장을 정리하였습니다.

○ 우토로 주민들 중 생활능력이 없는 분들에 대해서는 교토, 오사카 등에 건립 예정인 노인홈에 입주토록 지원하고.
○ 생활 능력을 보유한 주민들에 대해서는 타 지역으로 이전하는 경우, 소요되는 이전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 검토."


유엔 사무총장이 돼 떠난 반 전 장관을 대신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은 국회에서 우토로 지원방안에 대해 묻는 이광철 의원에게 "재일민단과 사회복지법인을 연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답했다.

외교부의 현재 태도를 다소 심하게 표현하면 '우토로 땅을 사는 데 돈을 지원할 수는 없지만, 만약 강제철거를 당하면 생활보호 대상자에 한해 양로원에 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그 외 동포들에게는 이사비 몇 푼 쥐어주겠다'는 것과 별 다를 바 없다. 결국 '강제철거'를 전제로 한 대책인 셈이다. 반 전 장관이 2005년 말하던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검토 끝에 '강제철거시 대책' 수준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는 우지시도 준비하고 있는 대책이다. 우지시 총무부장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소유권만 해결되면 시민의 의견을 모아 우토로 지원 문제를 검토하겠다"며 토지매입에는 개입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고, "다만 강제철거 등의 긴급한 상황이 닥치면 구호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아래 상자기사 참조)

민단과 협조? 신문에서 우토로 소식 듣고 있는 민단에게?
▲ 6500평 남짓의 우토로 마을. ⓒ프레시안

외교부가 우토로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외교부는 '우토로 지원과 관련한 재일민단의 역할'을 묻는 <한겨레21>의 서면질문에 "재일민단은 재일동포들의 생존권 보호를 위한 노력을 경주해왔으며 우토로 주민들에 대한 지원을 위해서도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왔다"고 답했다.

<한겨레21>과 <MBC PD수첩>, <프레시안>은 지난 3일 우토로를 직접 방문해 취재하는 과정에서 우토로에서 불과 도보로 15분 걸리는 곳에 위치한 민단 남교토지부 이기안 지단장을 만났다.

이 지단장은 "우토로 토지매입 여부 결정 시한이 7월이라는 소식을 기자에게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토로 소식은 신문을 통해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단은 우토로에 대해 상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 과연 외교부는 민단과 무슨 협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그리고 요즘 외교부가 부쩍 강조하고 있는 단어가 '형평성'이다. 외교통상부가 지난 5일 <한겨레21>의 서면질의에 답변한 내용을 보면 "토지일괄매입자금의 정부지원 방안은, 일본내 우토로와 유사한 상황의 동포 집단 거주지역 및 여타 소외 지역 동포(조선족 및 고려인) 지원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어 어렵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토로 국제대책회의 배지원 사무국장은 이렇게 말했다.

"방치의 형평성이냐."
"중앙 정부에 우토로 문제 해결 촉구했지만 무반응"

<인터뷰> 우메가키 마코토 우지시 총무부장
▲ ⓒ프레시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005년 6월 외교통상부 장관 시절, 장영달 의원의 질의에 "재일동포의 거주권 및 생활권 보장 등 인도적인 측면에서 일본 지방 정부 및 중앙 정부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지방 정부는 한국 정부로부터 어떤 요청을 받았고, 우토로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우토로 관할 행정청인 우지시(宇治市)의 우메가키 마코토 총무부장을 시청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소유권 문제가 해결돼야 우지시가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고, "중앙 정부에 우토로 문제 해결을 촉구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고, 최근 우토로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접촉해 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우토로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우선 소유권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만약 소유권 문제가 해결되면 마을 정비사업을 위한 대화에 나설 수 있다. 우토로 주민들이 요구하는 공영주택 건설 등을 포함한 대책을 우지 시민의 합의를 거쳐 세우겠다. 물론 교토부와 중앙 정부도 포함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소유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강제퇴거와 같은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강제퇴거에 행정이 개입할 수는 없기 때문에 만약 강제퇴거가 발생하면 인도적 차원에서 긴급피난 지원을 하도록 하겠다."

-우토로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나?

"우토로 문제를 담당한 지 얼마 안 돼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2004년경 오사카 총영사가 부임 인사차 방문해 전임자가 우토로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는 것 같다. 그 외에는 없다.

-일본 중앙 정부에서는 우토로 문제에 대해 협의한 적이 있나?

"지난 2005년 우지시 의회에서 우토로 문제에 관해 중앙 정부의 관심을 촉구하는 결의서를 고이즈미 당시 총리에게 제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중앙 정부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다. 또 유엔 인종차별특별보고관의 보고서가 중앙 정부에 제출됐으나, 이 역시 중앙 정부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는 상태다."

-한국 정부에 우토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 있나?

"우지시가 한국 정부에 우토로 문제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외교 관계상 격이 맞지 않는다.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외교문제는 중앙 정부 사이에서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위기의 우토로] 시리즈 지난회 보기

①참거나, 싸우거나…지거나, 이기거나-외면 받는 '재일동포 해방구'

②"우리 조국이 미국이었다면 이러겠는가"-우토로의 기막힌 사연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richkhy@pressian.com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