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거리에서, 그대 잘 살고 있는가"
[기고]하중근 씨의 죽음과 이랜드 비정규노동자들의 절규
"죽음의 거리에서, 그대 잘 살고 있는가"
안녕
  
  일 년 전 오늘(16일), 한 사내가 포항 형산강 로터리 인근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그의 이름은 하중근.
  
  팔순 노모의 아들이었으며 건설 노가다 '제관공 하 씨'라 불리던 사람. 영일만이 내다보이는 호미곶 어민의 아들로 태어나 참치 잡이 원양어선을 탔던 어부. 인도양과 남태평양을 오가며 10년 선원생활에 억척같이 모은 돈으로 사업을 하다가 4년 만에 말아 먹고 다시 바다로 나가 연안 횟감 잡다, 건설노동자로 10년을 일한 사내.
  
  제관공 하 씨는 무게만 3,4톤이 나가는 금속관을 설치하는 일을 손가락 터질 만큼 열심히 했다. 하루 일당 6만 원, 혼자 사는 처지라고 동료에게 술 받아주는 일을 자주했던 형님. 포스코를 점거한 동료들을 만나러 가던 길, 경찰이 뿌린 소화기 분말이 자욱하고 경찰이 휘두른 방패와 곤봉에 다친 사람들이 병원으로 실려 가던 그곳에서, 전화박스 부근 갓길에 세워진 차량에 비스듬히 기댄 채 피를 흘리는 상태로 발견됐다.
  
▲ 일 년 전 오늘, 한 사내가 포항 형산강 로터리 인근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그의 이름은 하중근. 그리고 8월 1일 오전 8시경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났다. 사진은 하중근 씨의 장례식날 모습.ⓒ프레시안

  그리고 8월 1일 오전 8시경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떠났다. (☞관련기사 : 하중근 씨 장례식…"그 흔한 유감표명도 없이")
  
  이젠 모두 안녕
  하청도 재하청도
  일용공 노가다 잔업 철야 대마치
  반지하 월셋방 생쥐들
  바퀴벌레 때전 이불
  야 이 개새끼들아
  까닭모를 아픔도 슬픔도
  새벽밥 눈칫밥 기름밥
  새참의 빵도 우유도 라면도
  이젠 모두 안녕
  
  [고 하중근 열사 떠나는 길에 - 송경동]

  
  하중근, 전용철, 홍덕표, 그리고 또 다른 죽음들
  
  전용철, 홍덕표…. 경찰의 방패와 곤봉에 머리가 짓이겨져 죽어간 사람들이 그 전 해에도 있었다. 농약을 마시라 권하는 사회에 그래도 희망을 품고 여의도를 찾았던 그들에게 가해졌던 잔인한 폭력. 그래도 그들의 죽음은 국가가 나서서 죽였다는 명백한 증거를 통해 대통령의 사과와 경찰청장의 사퇴를 이끌어 냈다.
  
  그러나 이어진 대책이란 것은 '평화시위 정착을 위한 민관공동위원회'라는 야릇한 결과였다. 경찰폭력으로 사람이 죽었는데도, 시위가 평화롭지 못해서 사람이 죽었다는 당치않은 결말로 귀결된 그 전해의 조치가 결국 하중근의 죽음을 만들었다.
  
  머리 부위에만 상처가 세 곳, 갈비뼈도 두 개가 나가고 왼팔 오른팔 모두 피멍이 들었다. 뒷머리 귀밑의 두개골 골절로 인한 뇌출혈…. 소화기 같은 둔중한 물체로 맞지 않고서는 생기기 어려운 상처를 두고, 경찰은 넘어져서 다친 것이라 주장했다.
  
  죽음의 원인은 미궁에 빠졌다. 경찰은 부검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던 날, 유족의 입회를 허용하지 않았고 취재조차 통제했다. 심지어는 국과수의 부검결과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범죄예방과 수사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사항에 해당되어 정보공개 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관련기사 : "하중근 씨, 분명히 경찰폭력에 의해 사망", '넘어졌다'니 설악산에서 굴렀다는 건가?)
  
  죽음의 진실을 밝히지 못한 것보다 더욱 참혹했던 건 그의 죽음이후에도 포항에는 경찰폭력이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포스코 본사 앞에서 조합원 가족들이 음식물 반입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던 중, 임산부 지현숙 씨가 경찰 기동대원 대열 안으로 끌려 들어가 약 10여 분간 감금된 채 발길질과 방패 등으로 폭행을 당했다. 주위 사람들이 임산부임을 알리며 중지를 요구했으나 무시당했다. 지 씨는 하혈을 하며 실신한 이후에야 겨우 119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됐다. 당시 임신 5주였던 지 씨는 복통과 허리 통증에 시달리다 끝내 유산을 했고, 돈을 줄 테니 자연 유산 한 것으로 자술서를 써달라는 경찰의 협박과 회유에 시달려야 했다. (☞관련기사 : "경찰, 임신부에게까지 폭력과 협박을…")
  
▲ 죽음의 진실을 밝히지 못한 것보다 더욱 참혹했던 건 그의 죽음이후에도 포항에는 경찰폭력이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중근 씨의 장례식에서 서럽게 울고 있는 포항 건설노조 조합원. ⓒ프레시안

  그 해 여름, 포항에서 있었던 일
  
  포항건설노조 투쟁과정에서 구속된 노동자의 수는 모두 68명. 노무현 정부 들어 단일 사건 최대 구속자가 나온 사건이었다. 농성을 자진해산하면 사법처리를 최소화하겠다던 검찰은 조합원들이 농성을 풀자마자 128명을 긴급체포했고 이 가운데 58명을 구속기소했다. 그리고 법원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단 한명의 기각 없이 구속을 확정했다.
  
  불법 대체 인력 투입과 이를 저지하는 과정의 조합원 연행이 주요원인이 되었던 포스코 농성이었다. 그런데 검찰은 농성의 직접원인인 대체인력투입과 구조적 원인인 건설현장에서의 발주처나 원청의 부당노동행위와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대해서는 법의 칼날을 대지 않았다. 오히려 '하중근 열사 추모 민주노총 결의대회'의 날, 포항 시내를 피의 바다로 만들었던 경찰폭력의 날, 건설연맹 유기수 사무처장을 비롯한 5명을 구속했다. 이들이 왜 그렇게 노동자들에게 가혹했는지는 지난 3월 밝혀진 검찰의 '포항건설노조 불법파업사건 조사결과 보고서'에서 그 사실이 폭로되었다. 검찰은 이전부터 정보 보고, 관리 등 일상적 사찰과 직접 개입을 통해서 노동자들의 파업을 범죄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사보고서의 내용은 '△실업급여 중단요청 △하중근 씨 부검대비 시신 이송 계획 △하중근 씨 부검 및 장례를 대비한 경찰을 동원한 유족 및 지역단체 접촉계획 △단병호 의원, 김숙향 도의원 등 파업지원 인사에 대해 형사 처벌 방침을 정하고 행적을 면밀히 수집 △답변하기 어렵게 질문하라는 수사지침 등을 통한 70명 100% 영장발부'였다. 보고서 곳곳에서 검찰은 과거 군사독재시절에 있었던 공안 총사령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었다.
  
  그리고 1년, 여전히 노동의 권리가 불온시 되는 사회
  
▲ 하중근의 죽음 1년 뒤인 2007년 7월, 뉴코아 이랜드 노동자들이 보름이 넘도록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프레시안

  하중근의 죽음 1년 뒤인 2007년 7월, 뉴코아 이랜드 노동자들이 점거 농성을 벌이는 대형 할인마트 매장. 이미 경찰은 삼중 사중 겹겹이 진을 치고, 심지어 출입문마다 땜질을 하고, 경비를 서고 있다. 의료품과 의료진도 들여보내지 않고 겨우 먹을 물과 음식만을 집어 넣어주며 노동자들을 고립시키고 있다. 단 한순간도 민중의 편인 적이 없었던 경찰들은 오늘도 뉴코아 이랜드 자본의 하수인으로 충실하게 보초를 서고 있는 것이다. (☞더 많은 기사 보기)
  
  아마도 그들은 자신이 노동자라고 외치는 계산대 여성 노동자들이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어떡하면 저들을 국민들 눈의 가시 거리인 폭도로 만들까, 궁리하고 있을 것이다. 한낱 물건을 사야하는 소비의 권리와 돈을 벌어야 하는 자본의 욕망을, 살고 싶다고 외치는 생존의 권리와 맞바꾸기 위해 노동자들의 투쟁을 '테러'로 전락시키려 또다시 검찰과 법원과 한판의 게임을 짜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쉽다. 아무리 검경이 조직적으로 사건에 개입했다고 한들, 노동자 투쟁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있었다면 하중근의 죽음이 그렇게 침묵 속에 묻혔을까, 포스코 건설 노동자들이 그렇게 대량으로 구속당했을까. 이미 우리는 노동의 권리가 불온시 되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에 죽음도, 구속도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다수의 사람들은 노동자이면서도 자신의 존재를 노동자로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노동자이면서 자본가의 의식으로 존재하고, 자본가의 입장에서 세계를 이해한다. 포스코 건설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치는 소리를 '포스코의 경제적 손실을 가져오는 이기적인 주장'으로 듣는다.
  
  존재를 배반한 의식은 노동의 권리를 불온시하고, 시장을 확대하며 경쟁의 세계를 강화시킨다. 노동조합의 꿈을 꾼 자들, 인간의 꿈을 품은 자들이 매도당한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은 2003년 한진 중공업 김주익 열사의 장례식에서 이런 추도사를 했다.
  
  "세기를 넘어, 지역을 넘어, 국경을 넘어, 업종을 넘어, 자자손손 대물림하는 자본의 연대는 이렇게 강고한데 우리는 얼마나 연대하고 있습니까? 우리들의 연대는 얼마나 강고합니까? 비정규직을, 장애인을, 농민을, 여성을, 그들을 외면한 채 우린 자본을 이길 수 없습니다. 아무리 소름 끼치고, 아무리 치가 떨려도 우린 단 하루도 저들을 이길 수 없습니다. 저들이 옳아서 이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연대하지 않음으로 깨지는 겁니다. 맨날 우리만 죽고 천날 우리만 깨집니다. 아무리 통곡을 하고 몸부림을 쳐도 그들의 손아귀에서 한시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이 억장 무너지는 분노를,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이 억울함을, 언젠가는 갚아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언젠가는 고스라니 되돌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 이들의 농성장은 이미 경찰에 의해 삼중 사중 겹겹이 진이 쳐있고 심지어 출입문마다 땜질을 하고, 경비를 서고 있다. 의료품과 의료진도 들여보내지 않고 겨우 먹을 물과 음식만을 집어 넣어주며 노동자들을 고립시키고 있다.ⓒ프레시안

  해마다 사람이 죽는 거리에서, 그대 정말 잘 살고 있는가
  
  해마다 농민이, 노동자가 거리에서 매 맞아 죽고 평범한 사람들이 투사가 되어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절규하는 21세기 대한민국의 한 복판에서 나는 오늘도 어지럽기만 하다. 일류만 살아남는 것이 시대의 정답이라고 우기는 보편타당한 사람들의 의식세계, 울부짖는 노동자들의 계산대를 지나 값싼 물건을 소비하기 위해서 이랜드와 뉴코아를 찾는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또 누가 매 맞아 죽을지 알 수 없어 두렵기만 하다.
  
  쓰매끼리(유보임금) 3개월, 불법 하도급, 10년째 오르지 않는 임금, 노가다가 아니라 노동자가 되고 싶었던 하중근을 '성장을 멈추는 폭도'로 매도했던, 포스코가 살아야 지역경제가 산다고 악다구니 쓰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하는 시간이 참혹하다.
  
  노동자가 노동자를 욕하고 정규직이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잘 살고 있는가. 가난한 자가 부자의 편을 들고, 노동자가 자본가의 입이 되어 말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정말 잘 살고 있는가. 하중근이 죽고 전용철이 죽어간 잔인한 세월. 해마다 거리에서 사람이 죽어도 암시랑토 않고 멈추지 않는 세상, 우리는 정말 잘 살고 있는가. 한 노동자의 죽음이 다시 다른 노동자들의 죽음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 돌아봐야 한다.
  
  그대 정말 잘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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