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국회앞 현장] FTA통과 소식 듣자 격렬한 시위
2004.02.16 18:59:00
"우리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16일 오후 2시 '농민가'와 함께 시작된 2부 농민집회는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통과 소식을 접한 농민들의 분노와 절규로 국회 의사당 앞을 순식간에 전투장으로 만들었다.

<사진1>

***"더 이상 부상자는 없어야 한다"**

FTA 통과소식을 접하기 전까지만 해도 집회는 평화적이었다. 집회 대오 사이사이에 지난 9일 경찰이 던진 돌에 맞아 실명위기에 처한 정연수씨 치료비 마련을 위한 모금함이 돌고 있다.

진도에서 올라왔다는 김 모씨(44)는 "집회 도중에 부상을 당한 정연수 씨가 하루빨리 완쾌되길 바란다"며 "더 이상 부상자가 없었으면 한다"고 말하면서 지폐 몇 장을 모금함에 넣었다. 청양에서 고추농사를 짓는다는 박금자 씨(47)도 "과잉진압이 사고를 불러왔다" 며 "오늘 본회의에서 비준안이 부결돼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집회를 준비한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 측도 더 이상 부상자가 없길 바라는 분위기다. 전농 관계자는 "가능한 한 물리적 충돌을 피할 예정"이라며 "이후 쌀협상과 DDA협상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나친 충돌은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만약 비준안이 통과되어 우발적인 충돌은 통제하기 힘들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왜 우리가 여기서 아스팔트 농사를 지어야 하는가!"**

연사로 나선 김인호 한여농 회장은 "한국 농업이 망하면 외국 농산물 사다먹으면 된다고 하는데, 농약으로 버무려진 농산물을 먹고 어떻게 잘 살 수 있냐"고 질문한 뒤, "(국민의 건강을 지켜야하는) 국회의원은 농촌 출신이든 도시 출신이든, FTA 비준안에 모두 반대해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 회장은 "왜 우리가 여기서 아스팔트 농사를 지어야 하냐"며 "지난 총선에 국회의원들을 잘못 뽑았기 때문"이라고 지적, "오는 17대 총선에는 반드시 반농업 의원들을 낙선시켜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한편 정치연설이 진행되는 가운데, 여성 농민 4명이 한나라당 사에 들어가 최병렬 대표와 면담을 시도했지만, 당직자에 의해 쫓겨나기도 했다. 또 한-칠레 FTA비준에 앞장 선 핵심 정치인 최병렬-홍사덕-박진-이한구 한나라당 의원, 조순형-함승희 민주당 의원, 정동영-김근태-안영근-유시민-신기남-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 등의 해당 지역구에 각 40명 씩 몰려가 선전전을 하는 등 항의방문을 진행하기도 했다.

***FTA비준안 통과, 울부짖는 농심 하늘을 찌르다**

3시25분 경 국회에서 비준안 통과가 되었다는 소식이 집회장에 전해졌다.

<사진2>

거대 야당과 여당이 이미 통과를 약속한 상태이고, 비준안 반대 의원들의 기세도 한풀 꺾인 상태라 비준안 통과를 예상했지만, 통과 소식에 농민들은 크게 낙담하는 동시에 격렬히 분노하는 모습이다.

자유 연설에 나선 김제 공덕면 지회장인 김용덕씨는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이 없으면 이 곳에서 할복을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우리가 여기 온 것도 자식같은 전경이랑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먹고 살기 위해서, 민족농업을 지켜내기 위해서"라고 외쳤다. 김씨는 또 "비준안 통과로 우리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며 "우리 농업을 외국에 넘겨준 의원은 이번 총선은 물론이고 수십년 이후에 그 값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사의 발언 중에 여기저기서 "국회로 가자"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산발적인 외침은 이내 결기어린 한 목소리로 뭉쳐 집회대오는 국회앞을 막고 있는 전경차 앞으로 모여들었다.

경찰들의 경고방송에도 불구하고, 일부 농민들은 소주병과 인근 공사장에서 철판을 뜯어내 경찰에 던졌고, 경찰들은 물대포를 쏘며 강력히 저지했다. 맨 앞에 선 여성 농민들과 학생들은 강력한 물대포 속에서도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며 연좌시위를 진행했다.

물세례를 받은 한양대 4학년 김 모씨는 물에 젖은 머리를 닦아 내면서 "힘찬 투쟁을 벌였지만 결국 비준안이 통과돼 안타깝다"며 "민족농업을 사수하기 위해 앞으로 남은 쌀협상-DDA협상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 씨는 "노무현 정부가 참여 정부라고 생각해 많은 기대를 했지만, 농민 분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물대포만 쏘아댄다" 며 정권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강경진압속 정리집회, 낙선운동-국민심판운동으로 확산될 듯**

전경의 강력 진압으로 정리 집회는 신속히 진행되었다.

<사진3>

정리 발언에 나선 문경식 전농의장은 "민족 농업을 팔아 넘긴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심판운동을 벌여 오는 17대 총선에서 반드시 농민의 힘으로 낙선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 의장은 "투쟁이 오늘로 끝난 것은 아니다"며 "이후 쌀협상-DDA협상 투쟁을 위해 각 단위 조직화에 더욱 힘써 줄 것"을 요청해 앞으로도 농민단체와 정부간 진통이 예상된다.

전농 박웅두 정책위원장은 "비준안 반대에 서명한 1백47명 중 절반 이상이 농민과의 약속을 져버렸다"며 "배신한 의원들을 추려내어 대대적인 낙선운동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비준안 국회 통과를 앞장서 저지한 의원들은 나름의 선별 작업을 거쳐 지지후보를 선정 할 것"이라고 덧붙여 농민단체에서도 낙선-지지당선운동이 시작할 전망이다.

집회가 끝난 여의도 국민은행 앞은 부서진 돌과 경찰이 쏜 물대포로 아수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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