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금산법 위반 혐의
이재용 씨의 제일기획 지분 매각 과정에서
2007.11.20 15:12:00
삼성화재, 금산법 위반 혐의
삼성이 동일 계열 금융기관이 금융감독위원회 승인 없이 계열사 지분 5% 이상을 취득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금융산업구조개선에관한법률(금산법) 24조를 위반했다는 혐의가 포착됐다.

이와 함께 삼성이 법 규정을 어겨가면서 계열사 지분을 사고 팔게 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씨의 재산 불리기 과정에 삼성 계열사가 동원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재용 제일기획 CB 헐값 매입…유죄 판결난 에버랜드 사건과 닮은꼴

이런 혐의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사제단)이 지난 12일 공개한 문건에서 드러난다.(☞ 문건 전문 보기) 삼성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씨의 재산증식 과정을 담은 이 문건의 공개 직후부터 문건에 대한 분석 작업을 진행해 온 경제개혁연대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재용 씨의 제일기획 지분 매각 과정에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불법행위와 함께 그룹 차원의 조직적 개입 의혹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12일 사제단이 공개한 'JY 유가증권 취득 일자별 현황' 문건에 따르면, 이재용 씨는 1996년 3월 22일 제일기획이 발행한 전환사채(CB) 가운데 일부를 인수했다. (☞ CB, BW 용어 해설)

당시 태평양, 한화, 신세계 등 삼성과 무관하거나 계열 분리 상태에 있던 법인주주들은 CB인수에 참여했다. 그러나 삼성전자, 제일모직, 삼성물산 등 삼성 계열사 법인주주들과 이종기, 강진구 등 삼성 임원 주주들은 모두 CB인수를 포기했다. 삼성 계열사와 임원 주주들이 인수를 포기한 CB 10만 3825주는 주당 전환가 1만 원에 이재용 씨에게 넘어갔다. 이재용 씨는 열흘 뒤인 같은 해 4월 1일 CB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이어 이재용 씨는 같은 해 4월 25일 제일기획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하여 주당 5000원에 19만 9550주를 추가 인수했다. 이보다 3~4개월 전인 1995년 말 기준으로 제일기획 주식의 순자산가액은 15만 4749원이었다. 이재용 씨는 순자산가액의 3~6%에 불과한 헐값에 주식을 인수한 셈이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이미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진 삼성 에버랜드 CB발행 사건과 근본적으로 동일하다"라고 설명했다. 제일기획의 기존주주인 삼성 계열사들이 제일기획 CB를 집단적으로 실권하여 이재용 씨에게 헐값에 넘긴 것은 에버랜드 CB를 헐값에 넘긴 에버랜드 경영진의 배임 행위와 마찬가지라는 뜻이다.

삼성화재가 금산법 어긴 이유?…이재용 씨 매각 지분 떠안기 위해

그리고 1998년 3월 3일 제일기획은 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이어 같은 해 11월 이재용 씨는 보유하고 있던 제일기획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그런데 이 씨가 매각한 직후, 제일기획 지분에서 삼성화재가 차지하는 비율이 0%에서 9.72%로 급상승했다. 즉 삼성화재가 제일기획 주식을 대량 매입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이재용 씨가 제일기획 지분을 대량 매각함에 따른 주가 폭락을 막기 위해 또는 (삼성의) 내부지분율 하락을 보완하기 위해 계열금융기관인 삼성화재로 하여금 이재용 씨 매각 지분의 일부를 떠안게 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삼성화재 측의 자발적 결정에 따라 이뤄졌을 가능성은 낮다. 삼성 구조본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금산법 24조에 따르면, "다른 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 이상을 소유하고 동일계열 금융기관 또는 동일계열 금융기관이 속하는 기업집단이 당해 회사를 사실상 지배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얻도록 돼 있다. 당시 삼성화재는 금감위 승인 없이 제일기획 지분을 매입했다. 이어 삼성화재는 1998년 매입한 제일기획 지분을 이듬해인 지난 1999년 전량 매각했다. 금산법 위반 혐의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삼성화재는 지난 2004년 금융감독원의 금산법 위반 사례 일제 조사에서도 적발되지 않았다.

하지만 금산법 위반 혐의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삼성화재가 1998년 제일기획 지분을 갑자기 매입했다면 "제일기획 주가 폭락을 막기 위해서"라는 경제개혁연대의 해석에 더 힘이 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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