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신화'는 깨지나
삼성에 '돌' 던지는 사람들…"우리 모두 알아야 한다"
2008.03.14 09:42:00
'삼성 신화'는 깨지나
'삼성 신화'는 여전했다. 지난 8일 방영된 <KBS스페셜>은 '삼성 트라우마, 우리에게 삼성은 무엇인가' 편에서 '삼성이 흔들리면 국가 경제도 위태롭다'는 주장에 공감하냐고 물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7.3%가 '그렇다'고 답한 결과를 보도했다.

삼성 특검 수사의 향방도 가늠하기 힘들다. 13일 특검은 'e삼성 사건'에 대해 이재용 전무 등 관련자들을 전원 무혐의 처분했다.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등의 이유였다. '한국이 곧 삼성'이라는 등식을 입증이라도 해보이려는 걸까.

그런데 좀처럼 깨지기 힘들 것 같은 이 신화에 돌을 던지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다름 아닌 삼성을 직접 겪은 이들이다. 한때 삼성을 자신의 소중한 직장으로 여겼던, 우리를 먹여살릴 국민기업으로 생각했던 이들이 이제 치를 떨며 "삼성을 바꾸자"는 구호 아래 모이고 있다. 청와대도, 국회도, 법원도 '감히' 깨지 못한 신화에 균열이 생기는 것일까?

13일 오후 서울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한국진보연대의 주관으로 진행된 '삼성 피해자 증언 공청회'에서는 이 같은 물음에 "그렇다"고 답하는 듯한 증언이 꼬리를 물었다.

"태안 사람들은 '사고' 아닌 '사건'이라 부른다"

"바다를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그 작은 파쇄구멍에서 갑자기 그 많은 기름이 밀어닥친 건 인위적으로 파내지 않고는 그럴 수 없다고들 한다. 항간에 떠도는 소문 중 하나가 그때 국내 정치 상황을 봤을 때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사건과, 대선을 앞둔 이명박 후보와 모종의 커넥션이 있지 않았으면 이런 대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것이다. 우리는 사고라 보지 않고 사람이 인위적으로 만든 사건이라고 얘기한다."
▲ ⓒ프레시안

답답한 듯 한 문장 한 문장 이어가는 태안유류피해투쟁위원회 이충희 부위원장의 발언에는 태안 주민들의 절절한 마음이 그대로 담겨있었다.

이충희 부위원장은 "사건이 발생한 뒤 100여일 동안 주민 3명이 분신하고 음독해서 돌아가셨고 생계비 문제로 지역주민간 갈등이 생기고 있다"며 "지역사회는 참담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것이 과연 누구 때문인가?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삼성의 행태다. 우리는 이 사건이 국민을 향해서 삼성 중공업이 일으킨 거대한 사건이라고 감히 말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수사 초기에 태안 해양경찰서에 삼성 법무팀이 상주하면서 사건 일지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지적하면서 '당신 이거 뭐야', '이렇게 쓰면 안돼' 하며 마치 상관인양 수사를 지휘, 관리, 감독까지 하고, 수사결과도 발표하지 못하게 하고 검찰에 송치하게 했다. 거대한 삼성의 폭거 앞에 지금도 주민들은 시름시름 앓으면서 죽어가고 있다. 그런 삼성이 사건 초기에는 태안 모텔 한동 전체를 임대해 호텔키를 갖고 다니면서 기자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그게 삼성의 현실이다. 우리 국민 모두 알아야 한다."

지난 1월, 사고 이후 어떤 공식적인 입장도 내놓지 않는 삼성그룹에 분노한 태안 주민들은 삼성 본관 앞에서 집회를 가지려 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몇번에 걸쳐 집회 신고를 했지만 365일 내내 삼성에서 시위 접수를 해놓았기 때문에 안된다는 답을 들었다"며 "참 한심했다. 얼마나 많은 불법, 탈법적 일을 저질렀으면 시위조차 무섭고 두려워 그런 식으로 방해를 하나. 안타깝고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관련 기사: 입에 지퍼 채운 삼성중공업, 어민들 분통 )

"인간이 인간 취급 받고 더불어 살자는데 무슨 큰 죄를 졌다고…"

"삼성중공업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얘기가 있다. 비정규직 위에 정규직, 정규직 위에 공무원과 사법부, 사법부 위에 정부, 정부 위에 이건희라는 아주 이상한 피라미드형 사회구조가 있다고."

삼성중공업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1년6개월 만에 회사에서 쫓겨났던 서종진 씨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일을 잘한다며 표창까지 했던 회사는 지난 2005월 12월경 작업 도중 다쳐 허리디스크에 걸리게 된 그에게 "아픈 사람 데리고는 일 못 한다"며 나갈 것을 종용했다. 산업재해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회사는 거부했고, 행정소송에서마저 불승인 판결이 나왔다. (☞ 관련 기사: "기계까지 거짓말하게 만드는 '삼성의 힘'" )

서종진 씨는 "처음 입사했을 때 땀흘린 만큼의 미래는 보장된다는 말만 믿고 열심히 일했고 상도 받았다"며 "그러다 허리를 다치니까 삼성은 나가라면서 너희 같은 인간들이 인권이 어딨냐는 얘기를 하더라"고 말했다.

서 씨가 더욱 힘들어하고 있는 것은 '퇴사 이후'까지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그는 "회사에서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동종업계에서는 아예 취직 못하게 매장을 시키더라"며 "인간이 인간 취급 받고 더불어 살자고 얘기하는데 무슨 큰 죄를 졌다고 그러나"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는 "지독하게 악질적이고 야만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노동자들이 끊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에서 못 나서니까 우리라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 홈페이지에 가면 큰 배가 바다에 떠서 유유히 나가는 사진을 볼 수 있다. 그 사진을 볼 때마다 저와 제 동료들은 참 슬프다. 백조가 물 위에서는 아름답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수면 밑에서는 발을 힘껏 저어야 한다. 안 저으면 나갈 수가 없다. 그렇게 수면 밑에 가라앉아 법과 언론과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이 바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잘못 없다는 삼성, '회사 이미지' 중요하다는 노동청"

"황유미, 이숙영씨가 치료받은 병원인 아주대 담당 주치의는 선천성 백혈병이었으면 20살까지도 살지 못했을 것이라며 '방사능조사, 화학물질등 노출에 의한 백혈병임을 배제할 수 없다'고 소견을 내놓았다. 단 2명이 일하는 3베이 공정에서, 2명이 모두 백혈병에 걸려 쓰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오히려 퇴사를 종용하고 '개인질병'임을 강조했다. 거액의 치료비 문제로 가족들을 골탕먹이기 일쑤였다."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 및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의 성명애 노무사는 "기가 막힌 일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삼성반도체(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 씨는 일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병을 얻어 2년 간의 투병생활 끝에 지난해 3월 스물 셋의 나이로 사망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그의 병명이었다. (☞ 관련 기사:"삼성에 노조만 있었더라도 우리 딸이 그렇게…" )

"반도체 생산 과정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사회단체들은 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불과 몇 달 사이에 현재까지 유미 씨 이외에도 총 11명이 백혈병에 걸려 사망하거나 투병 중이라는 제보를 받았다. 앞으로 피해 제보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처음에 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가 찾아낸 피해자는 6명이었다. 회사에 항의를 하니까 '6명이 맞지만 우연한 일'이라고 인정했다. 그런데 이후 2건의 제보가 더 들어왔다. 회사는 또 8명이라고 인정했다. 이외에도 유산, 불임, 생리불순은 숱하게 많다. 그런데도 삼성은 대책위 활동까지 감시하며 제보자들을 협박하고, 연락 못하게 막는 일을 계속 벌이고 있다."

최근 산업안전관리공단은 반도체 공장에 대한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또 지난 1월 노동부는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13개 반도체 제조업체에 대해 일제 근로자 건강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또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다.

"역학조사 진행 과정을 지켜본 황상기 씨는 유미 씨가 생전에 일하던 공정과 많이 달랐다고 했다. 베이마다 설치된 칸막이의 구멍을 막아놓는가 하면, 공기의 온도도 차이가 있었다. 사실 삼성은 충분히 공정을 바꿀만한 시간을 벌었다고 본다.

지방노동청에서는 실태조사표를 회사에서 작성하도록 맡기더라. 회사 자료를 그대로 받아서 면죄부를 주려는 것밖에 볼 수 없다. 실태조사 제대로 이뤄지려면 내부 노동자들의 증언과 대책위의 참여가 필요할텐데 노동부에서는 '회사 이미지도 중요하다'며 대책위의 참여를 막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자를 짓밟고서도 마치 억울한 듯…"

이날 공청회에는 이외에도 이건희 회장의 학위수여식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 뒤 출교조치를 당한 고려대 출교생, 노동조합 설립에 관심을 보였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해 3월 해고당한 삼성하이비트 비정규직 노동자, IMF 사태 이후 경영난을 이유로 쫓겨난 삼성생명 해고자 등이 참석했다. 모두 삼성과 악연을 맺은 이들이었다.

어쩌면 이들의 악연이 100% 삼성의 잘못때문만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공룡같은 삼성의 피해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고, 이들이 삼성의 행태에 시간이 갈수록 더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여기 온 분들은 많은 분을 대표한 것뿐"이라며 특히 특검에서 드러나는 삼성 경영진의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엄연한 범죄자들이 검찰에 조사를 받으러 나가면서 마치 자신들이 억울하게 끌려가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1인시위를 하는 하이비트 노동자들을 짓밟은 이들이 그러는 것이다. 노동자와 국민들은 무고한 이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부도덕한 집단이 '초일류 기업'이라고 뻔뻔하게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범죄자를 조사한다고 국가가 흔들리진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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