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협력업체의 반란, 이유는?
"'어닝 서프라이즈' 뒤에는 협력업체의 눈물이…"
2008.05.12 14:08:00
삼성전자 협력업체의 반란, 이유는?
"쥐가 고양이를 물었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임가공조립 협력업체 9곳이 지난 8일 오후부터 다음날 저녁까지 납품을 거부해 삼성전자 생산라인이 일부 중단된 일을 놓고, 한 매체는 이렇게 보도했다.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관계는 흔히 '갑(甲)'과 '을(乙)'이라고 표현되는 관계의 전형적인 사례다. 대기업은 협력업체의 명줄을 쥐고 있고, 협력업체는 일방적인 약자의 위치에 있다는 뜻. 협력업체의 집단행동으로 불거진 이번 사태가 얼마나 이례적인 일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서 휴대전화가 생산되기 시작한 1988년 이후 협력업체의 납품 거부로 삼성전자 생산라인이 멈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장이 멎었다""협력업체 쥐어짜서 '어닝 서프라이즈'?"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국내에서 휴대전화 '애니콜'을 전담 생산하는 곳이다. 그리고 이 사업장의 협력업체는 총 630여 곳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로부터 부품 재료를 받아 조립한 뒤 완성 전단계의 휴대전화 조립품을 납품하는 임가공조립 협력업체는 모두 18곳이다. 이중 절반이 이번 집단행동에 참여한 셈이다.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삼성전자가 원가절감을 위한 부담을 협력업체에 떠넘겼다"라고 주장한다. 삼성전자가 최근 중·저가 휴대전화 생산량을 늘리면서, 이런 경향이 더 심화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급품과 달리, 중·저가품 시장에서는 품질보다 가격이 중요하다는 것. 그래서 삼성전자가 협력업체를 압박해 원가를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이런 방식으로 어떤 성과를 거뒀을까. 결과는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s Surprise)".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가리키는 증권가 용어다.
  
  지난달 25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1분기 경영실적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초부터 3월 말까지 2조 5700억 원의 영업 이익을 거뒀다. 1조 7000억 원대에 그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다. 그리고 이런 실적의 배경에는 휴대전화 부문에서 거둔 막대한 이익이 있다. 지난해 4분기(10월 초부터 12월 말까지) 5800억 원대였던 휴대전화 영업이익이 올해 1분기(1월 초부터 3월 말까지)에는 9200억 원으로 늘었다. (☞관련 기사: 특검은 삼성의 발목을 잡지 않았다)
  
  공정위 제재 받은 삼성전자, 과연 변했나?
  
  휴대전화 부문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둔 삼성전자가 이익에 크게 기여한 협력업체들에 대해서는 희생만 강요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2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15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공정위 역사상 최대 규모다. 당시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02년 9월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정보통신 사업 분야의 2003년 원가절감 목표액 가운데 1조2000억 원을 납품단가 인하를 통해 달성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알에프텍 등 7개 충전기 부품 납품업체에 지급할 납품가격 총액을 상반기 6.6%, 하반기 9.8%씩 일률적으로 낮췄다. 협력업체들에게 무턱대고 부품 납품가격을 내리도록 강요한 셈이다. 당시 공정위 측은 "삼성전자가 자신들의 원가절감 계획을 위해 업체별로 동일한 비율로 할당해 단가 인하를 요구한 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밝혔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2003년 4월 휴대전화의 단종이나 설계변경 등의 사정에 따라 6개 업체가 납품한 부품을 폐기 처리했다. 그런데 이런 이유로 납품업체에 지급해야 할 대금을 깎았다. 삼성전자의 필요에 따라 부품을 폐기한 뒤, 그 비용을 협력업체에 뒤집어씌운 셈이다.
  
  이밖에도 삼성전자는 생산계획 및 설계가 변경됐다는 등의 이유로 납품업자가 계약에 따라 이미 생산을 마친 부품을 최대 8개월까지 늦춰서 받아갔다.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언제 대금을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해하며, 창고 공간을 낭비해온 셈이다. 또 협력업체가 개발한 핵심 기술이 담긴 자료를 요구하거나, 협력업체 경영에 간섭한 경우도 있었다. (☞관련 기사: 공정위, 삼성전자에 사상최대 과징금 부과)
  
  "오죽하면, 협력업체들이…"
  
  공정위 발표 이후, 삼성전자 측은 협력업체와의 관계에서 더 이상의 불공정 거래 행위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삼성전자 협력업체들의 집단행동은 삼성전자 측의 이런 주장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에 대해 조성구 대·중소기업상생협회 회장은 "납품 거부에 동참한 협력업체들은 모두 삼성전자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던 회사들이다. 어지간한 불이익에 대해서는 참고 넘어갔을 게다. 하지만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조건을 강요하니까, 끝내 들고 일어난 것 아니겠는가. 이런 일이 앞으로 계속 일어날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관련 기사: 안철수 "이명박 정부, 약육강식 경제 만들까 우려")
  
  이어 그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희생을 통해 이익을 거두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이 땅에서 기업가 정신은 살아남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새로 기업을 세우고, 신기술을 개발하려 하겠나. 아무도 없을 게다. 빚으로 얼룩진 기업을 마지못해 운영할 따름이다"라고 덧붙였다. (☞관련 기사: "기업가 정신? 삼성이 죽였다")
  
  대기업의 횡포를 방치하면, 이명박 정권이 내세우는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 기업 친화적)" 정책 기조 역시 설 자리를 잃는다는 이야기다.(☞관련 기사: "'젊은 기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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