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 중 선택해! ①민영화 ②통폐합 ③구조조정"
감사원 '삼지선다형 질문'…"정치감사·표적감사" 비판
2008.05.28 15:25:00
"셋 중 선택해! ①민영화 ②통폐합 ③구조조정"
"너희는 뭐할래?"
  
  한 공기업 노동조합 관계자는 감사원이 최근 벌이고 있는 공공기관 감사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격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의 질문은 주관식이 아니라 보기가 세 가지인 삼지선다형이다. 민영화냐, 통폐합이냐, 구조조정이냐 가운데 선택하라는 것. 한 마디로 감사원이 결론은 정해놓고 질문을 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정부가 대외적으로 내놓은 공기업 개편안은 △완전 민영화 △경영권의 민간 이양 △자산의 부분 매각을 통한 민영화 △통폐합의 4가지다. 빠르면 6월 초 정부는 공공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지만 이미 내부적으로는 규모와 대상을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 한국수자원공사 등은 민영화를 유보하는 대신, 전체 305개 공공기관 인력의 3분의 1을 감원한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감사원의 최근 강도 높은 감사는 이 같은 정부 계획의 '명분 쌓기용'이라는 것이 노동계의 비판이다. 전국공공운수연맹노동조합연맹(위원장 임성규)은 28일 서울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공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표적감사, 정치감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명박 들어선 뒤 감사원이 달라졌다"
  
▲ 전국공공운수연맹노동조합연맹(위원장 임성규)은 28일 서울 삼청동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기업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표적감사, 정치감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프레시안

  박용석 공공운수연맹 사무처장은 "최근의 감사는 이전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감사팀의 규모도 대규모일 뿐 아니라 기간도 지나치게 길고 무려 300여 항목의 체크리스트를 통해 공기업을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처장은 "300여 개의 체크리스트 가운데 100여 개는 인력 운영에 대한 것, 100여 개는 조합원 범위 및 단체협약 등 노사관계 부문, 70~80개는 인사제도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영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대적인 구조조정 그림을 짜둔 상태에서 치러지는 감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기자 회견에 참석한 공기업 노조 임원들도 모두 비슷한 말을 했다. "과거와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요지였다.
  
  당사자들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감사원의 최근 감사가 "그 어느 때보다 강도가 높고 신속하다"는 분석이 대세다. 새 정부 출범 불과 보름 만에 31개 공기업 감사에 착수했고 곧바로 70개 준정부기관 감사에 들어갔다. 10여 개 공기업에 대한 예비감사 결과만 놓고 실태를 발표한 것도 유례없는 일이었다.
  
  공공운수연맹은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및 구조조정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커지자 여론 몰이를 위해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또 "매년 정기적인 감사를 해 왔으면서도 정권이 바뀌었다고 강도 높은 감사를 실시하는 것은 과거 감사가 부실 감사였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구조조정이나 자회사 매각을 요구하는 것은 감사원의 월권행위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임성규 위원장은 "감사원법에서 정한 감사원의 임무는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를 감찰해 개선 향상을 꾀하는' 것일 뿐 인력 조정이나 매각까지 손 댈 권한은 없다"고 말했다.
  
  "기관장 사표 안 낸 기업에 특별감사팀 파견은 '이명박 측근' 위해서?"
  
  노동계가 감사원의 최근 감사가 '표적감사 및 정치감사'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또 있다. 정권 초반부터 노무현 정부 시절 임명된 공기업 사장 등 고위 임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흐름이 정부 내에 도드라졌던 가운데 아직까지 사표 제출을 미루고 있는 기관장에 대한 보복성 감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용석 처장은 "기관장이 사퇴를 거부한 문화예술위원회와 가스안전공사의 경우 감사원이 특별조사팀까지 보내 기관장 개인에 대한 감사까지 벌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새 정부의 코드 인사를 위해 "불필요한 기관장 비리 캐기에 감사원이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해당 노조들은 "감사원이 해도 해도 너무한다"면서도 자신들의 사례가 언급되는 것은 꺼리는 분위기다. 공공운수연맹 한 관계자는 "언론에서 감사원의 '정치감사' 사례로 우리 사업장이 언급됐다가 괜히 또 한 번 '보복감사'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고 설명했다.
  
  공공운수연맹은 이날 "독립적 지위를 갖고 공공기관의 비리를 캐 진정한 개혁을 이룰 수 있는 감사라면 당연히 해야하겠지만, 감사원이 계속 정치적 목적을 가진 감사를 강행한다면 부당한 감사에 대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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