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이제 세금 못 걷는다"
[기고] "탈세범에 면죄부 준 삼성특검을 고발한다"
2008.07.11 12:14:00
"한국에서, 이제 세금 못 걷는다"
"경위가 어떻든 간에 회사 주식을 자식에게 넘긴 문제로 세상이 시끄러워진 것은 잘못이다. 차명주식을 이용해 세금을 포탈한 행위를 반성하는 등 이번 기회에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잡겠다."
(삼성재판 결심공판 이건희 전회장의 최후진술 중에서)


자식에게 편법증여한 게 단지 세상을 시끄럽게해서 잘못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또 차명계좌로 상속받은 것은 세금을 안 내도 되며, 단지 그 차명계좌를 매매하는 과정에서 양도소득세를 안 낸 것만 '위법'이라는 뜻이다.

이런 취지에서, 삼성 측 변호인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와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헐값발행사건에 대하여 무죄를 주장하고, 차명계좌를 이용한 조세(양도세) 포탈에 대하여는 '최대한 관용'을 호소하였다.

기왕이면 전부 무죄라 우길 것이지, 유독 양도세 포탈 건에 대해서는 슬그머니 유죄를 인정하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반성 흉내에 감춰진 탈세 전략
▲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연합뉴스

"차명계좌 이용만으로는 '사기 및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그간의 삼성 측 주장이었다. 그런데 왜 태도를 바꾸었을까?

만일 양도세포탈 혐의에 대하여 무죄가 선고된다면 삼성과 특검의 입장에서는 여태까지 공들여온 작업들이 모두 허사가 되고 사건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상속재산"이라는 특검의 결론은 설득력을 잃을 것이며, 국세청은 임원 명의에서 이건희 등의 명의로 변경된 모든 계좌들에 대하여 증여세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임원들 명의로 돼 있다가 명의 변경 될 때까지의 양도차익에 대하여 양도세 포탈을 판결로 확인받는다면, 그 차명계좌들은 이건희의 재산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상속받은 재산이 된다.

물론 고(故) 이병철 회장이 1987년 사망하였으므로 상속세는 시효로 소멸한 것이다.

편법 증여를 위한 배임은 죄가 아니다?

따라서 이건희 전 회장이 반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이유는 단지 차명계좌들의 명의변경에 대한 세금(증여세) 부담을 털어내기 위해서라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 삼성특검이 검은 돈에 면죄부만 부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는 달리, 삼성 측은 에버랜드와 삼성SDS의 전환사채 등을 헐값 발행하여 회사와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배임혐의에 대해서는 "회사 주식을 자식에게 넘긴 문제로 세상이 시끄러워진 것"에 불과하다며 철저하게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세금을 내지 않고 주식을 자식에게 넘기기 위하여 시가의 10분의1도 안되는 헐값으로 주식(옵션)을 발행한 것이 단지 "세상을 시끄럽게 한 것"에 불과한 일인가!

이는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과도 다르다. 편법 증여를 위한 배임으로서 다른 정상참작의 여지가 없는 무거운 범죄행위이다.

탈세로 키운 재산, 탈세로 물려주는, 탈세범의 천국

삼성특검은 비자금 의혹과 탈세 혐의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특검은 '상속 프레임'으로 일찌감치 비자금 의혹을 팽개쳤다. 필자는 앞서 "상속세도 안 낸 재산을 '상속재산'으로 인정한 것이 삼성특검 최대의 사기극"이라는 점을 지적했었다. (☞관련 기사: "삼성특검의 사기극, 법원이 밝히는 수밖에…")

그나마 특검이 기소한 에버랜드와 삼성SDS의 전환사채 등 헐값 발행에 따른 배임 혐의와 차명계좌에 의한 양도세포탈 혐의는 모두 '편법상속'에 뿌리를 두고 있다.

아버지에게서 받을 때에는 차명으로 탈세하고, 아들에게는 전환사채 헐값 발행으로 물려 준 것이다. 한국 재벌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학수 "세금 내려고 해도 낼 방법이 없다"…"회계사라는 게 부끄럽다"
▲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삼성을 둘러싸고 온갖 비리 의혹이 불거졌지만, 이 전무는 잃은 게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연합뉴스

이제 삼성특검이 만들어낸 '상속 프레임'은 상속·증여세법을 허수아비로 만들어 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때마침 롯데관광개발(주)에서도 770억 원의 차명주식이 드러났다. 아마도 삼성과 삼성특검이 터놓은 탈세의 통로를 따라가려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계속하여 어둠 속 검은 재산들이 하나둘씩 얼굴을 내밀지 않겠는가. 그들은 저마다 이렇게 속삭일 것이다.

"상속세도 증여세도 시효로 소멸되었으므로 세금을 내려고 해도 낼 방법이 없다. (삼성쇄신안발표회견 중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의 말)"

회계사, 세무사 등 세금 전문가들이 고개를 들 수 없게 만드는 말이다.

재벌에게 탈세 통로 열어준 세무 당국, 힘 없는 납세자 쥐어짜서 세수 메운다

삼성특검은 과연 스스로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나 있을까?

몇 해 전 '론스타 먹튀' 사건을 돌아보자. 2001년 론스타는 스타타워빌딩을 인수하면서 휴면법인을 이용하는 수법으로 '취득세 300%중과' 규정을 회피하였다.

이런 론스타 수법을 써먹은 것은 다름 아닌 이명박 대통령의 형과 처남의 회사 (주)다스였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나. 2007년 서울시 발표에 의하면 무려 2074개의 법인이 이런 방식으로 약 1000억 원의 세금을 떼어 먹었다.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법정에서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흘린 눈물을 보며, 이 그림을 떠올렸다는 이들이 꽤 있다.

이것이 삼성특검 후 대한민국 세정(稅政)에서 벌어질 먹튀의 굿판이다. 대한민국 세금 현실이 이 지경이니, 국세청은 차라리 문을 닫는 것이 그나마 공평과세의 길일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들은 변함없이 재벌들을 비호할 것이고, 그만큼 부족한 세수를 채우려고 힘없는 납세자들에게만 서슬 퍼런 칼날을 들이댈 것이다.

이건희의 눈물 보며, '행복한 눈물' 떠올린 이유

6차 삼성공판에서 이건희의 눈물을 보면서, 삼성 비자금으로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로이 리이텐슈타인의 구림 '행복한 눈물'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금은 죽었다. 법률도, 헌법도 죽었다. 성공의 법칙도, 행복의 방정식도 모두 사라진 싸늘한 세상이다. 남은 것은 오직 그들의 '행복한 눈물'과 그들에게 매수당한 권력자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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