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산업, 올해 안에 붕괴할 것"
[인터뷰] 남호경 한우협회장 "전수검사 하자는데 왜 정부는 미적대나"
2008.07.30 17:35:00
"한우산업, 올해 안에 붕괴할 것"
미국산 뼈 있는 쇠고기 검사가 시작됐다. 결국 두 달이 넘게 밝혀진 촛불에도 미국산 쇠고기의 한국 상륙은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한우를 기르는 농민들의 마음은 하루가 다르게 타들어가고 있다. 급등한 원재료 값으로 사료비조차 대기 어려운 형편에 값싼 미국산 쇠고기 상륙은 치명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전국 20만여 한우 농가를 대표하는 남호경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30일 <프레시안>과 전화 인터뷰에서 "한우 산업이 올해 안에 붕괴할 것 같다"고 말했다.
  
  "관료ㆍ의원들이 '미 쇠고기 맛있다'는 것을 보며 가슴이 썩어들어갔다"
  
  남 회장은 뼈 있는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 시장에 풀리게 되는 현실에 대해 "허탈하다"고 짧게 말했다. 지난 4년여 간 한우 농가를 살리자고 외친 결과가 농가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사실 역대 어떤 정부도 농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개발독재 시절 농가는 도시 공업단지에 노동자를 대는 '공급처' 혹은 공장 노동자를 먹여 살리는 '곡간'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았다. 개방의 파고가 넘실대는 환경에서 정부가 내놓은 정책 역시 농가를 빚더미에 올리는 결과만을 낳았다.
  
  하지만 이렇게 일방적으로 농가가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하는 사례는 이전에도 찾아보기 힘들다. 남 회장은 이를 지적하며 "가슴이 썩어들어간다"라고 말했다.
  
  "4년이 지나고 보니 엄청난 파열음을 내며 이 지경에 왔다. 협상에 나서는 정부 마음도 이해하려 했다. '설마 한우 농가를 버리겠나' 싶었다. 그런데 정부는 가장 직접적인 개방 피해 당사자인 한우 농가의 마음을 다독거릴 생각은 하지 않고 미국산 쇠고기 홍보에만 열을 올렸다. 정부 당국자와 국회의원들이 '미국산 쇠고기가 맛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며 가슴이 썩어들어갔다."
  
  "현장에서는 '홍수 출하' 사태 일어나고 있다"
  
▲남 회장은 지난 7일 한승수 총리를 만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항의하며 한우산업 안정화를 요구했다. ⓒ뉴시스

  이미 '붕괴'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소 사료로 쓰이는 원재료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면서부터다. (☞ 관련 기사 : '공포' 드리운 우시장…"닷새 만에 50만원 폭락")
  
  농가의 비용 부담은 배로 늘어났지만 출하되는 송아지 가격은 절반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전에는 200만 원 이상 나가던 암송아지 가격은 14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비용부담이 갈수록 커지면서 소를 '투매'하는 농가마저 늘어나고 있다.
  
  남 회장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얘기가 나오던 때보다 더하다. 앞으로는 소 키우기를 포기하는 농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라며 "이미 현장에서는 '홍수 출하'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이제는 농가에서 비용 부담 때문에 소를 팔고 싶어도 팔리지가 않는다"고 증언했다.
  
  이 때문에 거래되는 송아지 가격의 하락분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송아지가격안정제가 사상 처음으로 발동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밖에도 한우 고급화를 비롯한 각종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남 회장은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항상 말만 한다. 선언만 하면 될 일인양 생각하는 것 같다. 농가를 지원할 생각이 있다면 원산지 표시제는 어떻게 이행할 것인지, 거기에 필요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말해줘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다. 그저 발등에 불만 끄기 바쁘다."
  
  "전수검사 하자고 옛날부터 우리가 요구했는데…"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사회 이슈화되면서 한우에 대한 소비자의 의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쇠고기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처방안으로 원산지표시제 전면 시행 카드를 빼들었다. 소형 음식점도 모조리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처음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아예 쇠고기가 들어가는 메뉴를 없애버리는 식당도 나타나는 게 현실이다.
  
▲남 회장은 이번 협상을 보며 농가 차원을 넘어선 부분에서 문제 의식을 가졌다고 말했다. ⓒ한우협회 제공

  남 회장은 "차라리 일본처럼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전수검사를 시행해서 품질을 인정받겠다는 말이다.
  
  이와 관련, 지난 21일 한국농민연합 등 30여개 농민단체는 국내산 한우에 대한 전수검사를 실시하기 위해 관련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우리가 이전부터 요구해온 사항이다. 일본처럼 아예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 국제규격보다 더 강력한 품질검사를 스스로 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소비자 의심도 줄어들고 국가경쟁력도 높이는 것 아니냐? 그런데 전수검사를 시행하기 위한 관련 제도나 재원이 필요하다. 농민단체에서 아무리 요구해봤자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위기에 몰리는 한우 농가는 스스로 자구책을 만들 수밖에 없다. 남 회장은 "값 비싼 쇠고기로만 여겨지는 한우를 대중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우에서도 다리 부위 등은 수입 쇠고기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며 "이런 부분을 홍보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사람들이 안 먹는 거면 우리도 먹지 말아야지"
  
  마지막 질문으로 한우 농가가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재협상밖에 없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남 회장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쇠고기 협상을 보며 든 생각을 이렇게 밝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은) '농가가 살아난다 죽는다'는 식의 차원이 아니더라. 그냥 근본적으로 협상이 잘못됐다고 느꼈다. 미국 사람이 안 먹는 부위를 돈 주고 사오겠다는 게 협상 결과 아닌가. 미국 사람이 안 먹는 것이면 우리도 먹지 말아야지. 국가 간 협상이라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의 협상을 한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 이건 30개월령 쇠고기 수입이니, 뼈 있는 쇠고기 수입이니 하는 차원을 넘어섰다. '협상'이라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런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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