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테스트가 약물 복용자를 따라갈 수 있을까?
英 <가디언> "여전히 의심할 필요 있어"
2008.08.22 18:19:00
도핑테스트가 약물 복용자를 따라갈 수 있을까?
베이징 올림픽은 일견 약물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도핑테스트가 강력하게 실시되고 있지만 양성 반응이 나온 사례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 같은 결과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 이도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1일 "약물 검시관(drug testers)과 약물 복용자(drug takers), 누가 올림픽 필드를 이끄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선수들이 도핑을 줄인 게 아니라 기술이 따라가지 못하는 새 약물이 계속 개발돼 적발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당장 신기록이 유난히 많이 쏟아지는 것도 의혹의 근거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2000년 시드니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의 세계신기록 합계를 추월하는 22개의 신기록이 수영 한 종목에서만 나왔을 정도로 풍성한 성적이 나왔다.
  
  4133회 테스트에도 적발 건수는 단 네 건
  
▲남자육상 100m와 200m에서 모두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동시 석권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에게 많은 이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로이터=뉴시스

  지난 20일 오전 현재까지 약물검사에 양성반응을 보인 선수는 4명 밖에 없다. 그리스의 파니 할키아(육상), 북한의 김정수(사격), 스페인의 마리아 이사벨 모레노(사이클), 베트남 티 응안 투옹(체조)이 그들이다. 이들은 올림픽 출전을 금지당하거나 메달을 박탈당했다. 이전 올림픽에는 적어도 12명 이상씩 적발자가 나오곤 했다.
  
  그렇다고 도핑테스트가 설렁설렁 이뤄진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총 4133회의 테스트가 선수들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어림잡아 하루 300회 이상의 샘플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도핑을 막기 위한 IOC와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BOCOG)의 의지는 확고하다. IOC는 이번 올림픽에서 5위 이내에 든 선수는 예외 없이 약물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경기 실시 전에도 무작위로 약물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육상 100m에 출전한 아사파 파월(26)은 베이징에 와서만 4번의 약물 검사를 받고 "경기 시작 전 피를 다 뽑겠다"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단순히 이번 올림픽으로 끝이 아니다. 이번 대회에 사용된 샘플은 앞으로 8년간 냉동보관돼 더 향상된 검사기술이 나오면 재검사 대상이 된다. 이전에는 양성 반응 샘플의 경우 90일, 음상 반응 샘플은 30일간만 보관했다.
  
  이처럼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검사에도 불구하고 적발 건수가 줄자 IOC는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IOC 의무분과위원장인 아르네 륭크비스트 박사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나온 결과는 우리가 속이려는 이들(약물 복용자)을 바짝 추격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스포츠인들 사이에 도핑은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도핑한 채 경쟁에 나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깨달음이 퍼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해석한다"라고 말했다.
  
▲남자 사이클 3관왕의 영예를 차지해 이번 올림픽 최우수선수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영국의 크리스 호이. 하지만 <가디언>은 그의 팔에 난 상처를 보고 "이는 그들(선수들)이 얼마나 '혈관지도학'에 익숙지 않은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비꼬았다. ⓒ로이터=뉴시스

  명백한 흔적들…과연 IOC는 약물을 이겼나?
  
  하지만 IOC의 자화자찬은 이르다는 평가다. 우선 선수들이 약물 복용을 중단했다는 근거가 없다. 당장 IOC가 자랑스레 '약물에 깨끗한 올림픽'이라는 기자회견을 연 당일(21일)만 해도 여자 육상 7종경기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우크라이나의 류드밀라 블론스카가 두 차례의 도핑테스트에서 모두 양성반응이 나와 메달을 반납했다.
  
  블론스카는 상습범이다. 그는 지난 2003년 스테로이드 복용사실이 발각돼 2년간 국제대회 출전 금지조치를 당한 적이 있다.
  
  올림픽 개최 전이긴 하지만 그리스 역도팀의 경우 멤버 전원이 스테로이드 양성반응으로 참가 자체가 금지된 사례도 있다. 그리스는 역도, 육상 등 많은 종목에서 약물 복용 의혹을 받는 국가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현 도핑 시스템의 약점이 수두룩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가디언>은 "도핑테스트 결과 양성반응을 보인 선수들이 사용한 약물이 반응을 통과할 정도의 '정교함'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 무엇보다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메달 두 개를 획득한 김정수는 베타차단제를 사용했다. 베타차단제는 심장 박동을 늦춰 혈압을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는 고혈압차단제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치료용 약제다. 티 응안 투옹이 복용한 약물은 월경 전 증후군 차단을 위한 약품으로 역시 고성능과는 거리가 멀다.
  
  에리스로포이에틴(EPO)을 복용한 마리아 이사벨 모레노는 아예 자신이 적발될 것임을 짐작이나 한 듯 샘플을 제시한 직후 곧장 고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EPO는 근지구력 강화용 조혈호르몬제다.
  
  <가디언>은 이에 대해 "스포츠 속임수 영역에서 이들은 마치 (IOC를) 얕잡아보다 능력 부족을 나타낸 경우인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약물을 복용한 선수들이라고는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어설픈' 대처를 한 선수만 적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 사례가 영국의 크리스 호이. 남자 사이클에서 3관왕에 오른 크리스 호이의 팔에는 주사바늘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도핑테스트에 양성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가디언>은 미국 프로야구판을 뒤흔든 '스테로이드 사태'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의 발코사 창립자인 빅터 콩테의 말을 빌려 "여전히 의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강하게 제기한다.
  
  빅터 콩테는 최근 <뉴욕 데일리 뉴스>에 보낸 편지에 "독립적인 도핑 방지 기구가 없는 자메이카를 비롯한 기타 캐러비안 연안 국가 출신의 선수들이 기록을 세울 때마다 의문이 솟아난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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