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성모병원, 돈 '더' 주고 비정규직 쓴다"
파견 4년차 임금=정규직 7년차 임금…"비용 탓은 거짓말"
2008.10.27 18:26:00
"강남성모병원, 돈 '더' 주고 비정규직 쓴다"
7년차 정규직과 4년차 비정규직이 드는 비용이 동일하다면 사용자의 선택은 무엇일까?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정규직'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돈을 더 주고 굳이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이상한 사용자가 있다.

바로 강남성모병원이 그곳이다. 최근 2년 이상 근무한 파견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의무를 회피하고자 집단으로 계약을 해지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강남성모병원이 이 같은 '비합리적'인 고용 행태를 이어 온 사실이 27일 드러났다. "비용 문제로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는 해명은 '거짓'이었던 셈이다.

7년차 정규직 임금은 244만 원 vs 4년차 파견 대금은 241만 원

이 병원에서 간호보조원으로 일하는 박 아무개 씨. 파견 노동자로 4년차인 그가 받는 한 달 임금은 174만480원이다. 각종 세금을 떼기 전 액수다. 강남성모병원이 박 씨를 고용한 파견업체에 지급하는 돈은 이보다 약 67만 원원이 많은 241만3400원.

그렇다면 이 병원에서 박 씨와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의 임금은 얼마일까? 7년차 김미자(가명) 씨의 한 달 임금 총액은 244만4510원, 각종 공제액을 빼고 나면 144만8718원이다.
▲ 이 병원에서 간호보조원으로 일하는 정규직 7년차 김미자(가명) 씨의 한 달 임금 총액은 244만4510원, 각종 공제액을 빼고 나면 144만8718원이다.ⓒ프레시안

강남성모병원이 1인당 지급하는 돈을 놓고 보면, 4년차 파견 노동자 박 씨와 7년차 정규직 김 씨에게 들어가는 돈의 차이는 고작 3만 원 정도다. 병원이 지난 2002년 이후 같은 업무 정규직을 아예 뽑지 않았기 때문에 1~4년 차까지의 정규직-파견 노동자 임금 비교는 불가능하다.

약 2배의 경력 차이가 나는 정규직과 파견 노동자에게 비슷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은 "강남성모병원이 돈을 더 주고 정규직 대신 파견 노동자를 사용해 왔다"는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비용 부담 때문에 정규직화를 못해주겠다는 병원 측의 변명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주장에도 무게가 실린다.

"이런 바보 짓을 왜?"…사용자 책임 회피 목적
▲ 그렇다면, 왜 강남 성모병원은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것일까? 돈 문제를 빼고 나면, 남는 유일한 이유는 사용자의 '편의'다. 즉, 각종 법적 책임과 의무를 피하기 위한 편법인 셈이다. ⓒ프레시안

그동안 파견 허용 업종 확대 및 비정규직 보호 규제의 완화를 요구해 온 경영계의 일관된 논리 가운데 하나는 '비용'이었다. 정규직은 돈을 더 많이 줘야하니 기업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정규직 전환 의무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파견 허용 업종을 법으로 규정한 현행 포지티브 방식에서 파견을 사용할 수 없는 업종만 법에 명시하자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자는 사용자의 주장의 근거도 바로 "기업하기 어려운데…"였다.

하지만 강남성모병원의 사례는 이 같은 논리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강남 성모병원은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것일까? 돈 문제를 빼고 나면, 남는 유일한 이유는 사용자의 '편의'다. 즉, 각종 법적 책임과 의무를 피하기 위한 편법인 셈이다.

용역이나 도급, 파견과 같은 간접 고용 관계에서는 원청이 노동법상 각종 책임과 의무를 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근로계약 관계에 있는 것은 파견 업체나 도급 업체이므로, 간접 고용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실질적인 결정권이 있는 원청에게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해도 "우리는 법적 책임이 없다"고 '배째면' 그만이다.

실제로 강남성모병원은 지난 9월 30일 집단 계약 해지된 28명의 파견 노동자가 로비와 천막 등에서 한 달 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파견 업체의 일"이라는 입장만 고수하며 대화에조차 나서지 않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등골 휘는' 국민에게

이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것은 같은 일을 하고도 적은 임금과 차별,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뿐이다. 반면 사용자는 이들의 '노동'은 고스란히 취하고 책임은 고스란히 피해갈 수 있다. 더욱이 '앉아서' 돈을 버는 중간 업체만 점점 늘어난다.

강남성모병원 비정규직지원대책위원회는 파견 업체와 강남성모병원이 맺은 근로자 파견 계약서를 근거로 "파견 업체가 일을 하는 노동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돈의 30%를 가져간다"고 주장했다.

파견 3년차 홍 아무개 씨가 실제 받는 돈은 169만4900원, 하지만 병원이 파견 업체에게 지급하는 3년차 파견 대금은 235만700원이다. 차액이 65만5800원에 달한다.

2년차도 마찬가지다. 이 아무개 씨에 대한 파견 대금으로 병원이 파견 업체에 지급하는 돈은 228만8000원. 하지만 이 씨가 실제 손에 쥐는 돈은 이보다 63만9000원이 작은 164만9000원이었다.
▲ 강남성모병원비정규직지원대책위원회는 파견 업체와 강남성모병원이 맺은 근로자 파견 계약서를 근거로 "파견 업체가 일을 하는 노동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돈의 30%를 가져간다"고 주장했다. ⓒ프레시안

그나마 이 병원의 파견 노동자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건물 청소나 시설 관리와 같은 일을 하는 용역·도급 노동자는 더 열악하다. 1인 당 도급 단가가 120만~130만 원에 실제 노동자에게 돌아오는 돈은 법정 최저 임금 수준이기 때문.

최근 경제 성장을 핑계 삼아 무한대로 간접 고용 노동자들이 늘어나면서, 결국 '등골 휘는' 것은 열심히 일하는 국민이고, '배 부른' 것은 무노동의 이윤을 얻어가는 중간 업체와 법적 책임을 손쉽게 팽개칠 수 있는 사용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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