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알아야 할 '새만금 잔혹사'"
[위기의 습지 ②] 희대의 사기극, 새만금
"전 세계가 알아야 할 '새만금 잔혹사'"
28일 경상남도 창원에서 '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을 내세우며 '제10차 람사르 당사국 총회'의 막이 올랐다. 환경부는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 물장오리 오름, 오대산 습지 등을 새롭게 람사르 습지로 등재했다. '저탄소 녹색 성장'을 내세우며 이명박 대통령도 총회 자리에 얼굴을 내밀며 "생태", "환경"을 언급했다.

이렇게 람사르 총회가 '녹색 세탁(greenwash)' 역할을 하는 동안, 정작 한국 사회의 소중한 습지는 각종 개발의 희생양이 될 처지에 놓였다. 이번 총회를 계기로 <프레시안>은 녹색연합과 한국 사회에서 사라질 위기의 습지를 기록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연재할 7곳은 각종 개발 사업으로 '역사 속에서 사라질 습지 목록들'이다. <편집자>

▲ 부안군 계화도 살금 갯벌의 마지막 칠게. ⓒ녹색연합

"다들 갯벌이 죽었다고 하지만, 아직 살아있는 골들이 있어요. 거기에는 항상 물이 차있기 때문에 조개들이 살고 있지요. 지금이라도 계속해서 해수 유통을 하면 갯벌은 예전처럼 금방 살아날 거예요. 이런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주세요." (부안 계화도 이순덕 씨)

우량 농지 조성은 거짓말

새만금 간척은 우리 국토의 지도를 바꿀만한 대규모 사업이다. 33㎞의 방조제를 쌓아, 4만100㏊, 여의도 면적의 140배나 되는 광대한 지역의 갯벌을 농지로 조성한다는 것. 하지만 새만금이 추진되었던 근본적인 이유는 농촌을 위해서가 아니다. 금쪽같은 우량 농지를 조성해 30%를 밑도는 식량 자급률을 높여보겠다는 행정부의 의지로 시작된 사업도 아니다.

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후보는 전북 지역의 표를 모을 수 있는 선거 공약으로 처음 새만금 사업을 내세웠다. 당시 낙선한 김대중 야당 총재는 노태우 전(前) 대통령에게 공약 실천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1991년부터 방조제 공사가 시작된 것. 순전히 정치적인 논리로서 낙선한 야당 후보 지역의 민심을 달래려는 떡고물에 불과했다.

이런 사업의 결과로 습지 파괴, 공동체 파괴와 같은 재앙이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결국 전라북도 군산, 김제, 부안의 2만 어민이 평생 일궈온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새만금 잔혹사'가 시작되었다.

람사르 총회 결의 사항 무시한 한국 정부
▲ 죽은 뻘이 넘쳐서 나룻배가 잠겼다. ⓒ녹색연합

'제10차 람사르 총회' 본 회의 첫째 날에는 의제 채택, 의장단 선출, 세계 습지 NGO 대표 보고, 결의문, 권고문 등이 논의되었다. 개최국인 한국의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람사르 총회의 관례대로 의장에 선출되었다. 이 자리에는 참석한 세계 습지 관련자의 관심사는 단연 한국의 새만금 갯벌이었다.

3년 전 우간다에서 개최된 제9차 람사르 총회는 새만금 매립 사업에 대한 국제사회의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했다. 여기서 '적극적인 조치'란 "새만금 지역 내 람사르 사이트로 지정되기에 충분한 곳을 복원하고 보호"하는 것이다. 특히 '새만금 매립 사업이 파괴적인 개발 사업의 징후'를 보이며, '문화적, 생태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습지를 생활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것이다. 부끄럽게도 한국 정부가 1995년 우간다 람사르 총회의 결의 사항인 새만금 복원의 과제를 하나도 이행하지 않았다.

새만금을 포함한 황해는 물새들에게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대체할 수 없는 중간 휴식지이며, 시베리아 산란지에서 동남아시아나 호주의 겨울 서식지로 이동할 때,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중심지다. 한국 정부의 개발 주도 패러다임에서 새만금은 '문화ㆍ관광ㆍ레저용지'로서 중요하지만, 철새들에게는 잠시 쉬는 중간 기착지를 넘어 생과 사의 문제가 달린 지역이다. 개막식에서 이튿날까지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해 환경부, 국토해양부 장관, 지방자치단체장 등 모든 참석자는 '환경'을 연신 입에 올렸다. 이런 한국 대표단의 발언은 국제적인 사기 행위이다. '친환경'의 포장 속에 새만금의 목숨은 결국 다하고 말았다.

농지 목적의 새만금 타당성을 인정한 사법부

새만금 간척 사업이 시화호의 닮은 꼴이 될 것이란 지적은 10년 전 국정감사에서도 밝혀진 내용이다. 당시 논란의 핵심은 새만금호 수질을 개선할 수 있을지 여부였다. 특히 수질 측정의 기준이 되는 총인(TP)과 총질소(TN)의 경우, 동진강은 기준치의 10배 가까이, 만경강은 기준치의 10배를 초과했기 때문이다.

새만금의 경우, 수질 문제뿐 아니라 여러 사안이 겹치면서 법정의 판단을 요구했다. 2001년 환경단체에서는 새만금 매립 무효 행정 소송을 냈다. 새만금 간척 사업의 용도가 불분명하고, 갯벌의 가치 평가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경제적 타당성이 낮고, 심각한 환경 피해가 발생된다는 이유였다. 2003년 1심,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이를 인정하면서 새만금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2005년 12월 고등법원 판결에서는 다시 소송 기각 판결이 났고, 결국 대법원에 상고해 최종 판결을 기다렸다. 2006년 3월 대법원은 새만금 소송에 대해 원심 상고 기각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따라 농지 목적의 새만금 간척 사업이 타당하다고 최종 판결내린 것.

하지만 새만금 간척 사업지를 농지로 사용할 것이라는 말이 거짓임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었고, 당시 농업기반공사 관계자도 농지 목적의 새만금 간척 사업에 반신반의하는 상황이었다. 한편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 2명의 대법관이 새만금 사업 취소 의견을 제출하기도 했다.

노골적으로 농지 목적 포기한 '새만금특별법'

사법부의 최종 판결이 있은 이후, 전라북도를 중심으로 '새만금종합개발특별법'(이하 '새만금특별법) 제정을 위한 행보가 가시화된다. 이는 공식적으로 농지 목적의 새만금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다.

'환경 친화적 복합 도시'의 껍질을 뒤집어쓰고 경제자유구역 건설, 국가 균형 발전,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개발 만능 도시'를 구상하겠다는 것이다. 전라북도가 개발 입안권을 직접 쥐고 위락, 상업 중심의 산업단지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새만금특별법'은 노무현 정부 말기에 최종 승인이 났다. 작년 12월, 각계각층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도장을 찍은 것이다. 이로서 새만금 간척 사업 17년 만에 '농지'가 아닌 두바이와 마카오를 모델로 한 '개발 도시'가 공식화되었다.
▲ 새만금 간척 사업으로 인근 2만 어민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녹색연합

복합 용지 30%에서 70%로, 법 위에 선 국무위원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에 "70% 농지 중심의 현재 새만금 내부 토지 이용구상안을 전면 백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새만금 TF'는 대통령의 의지를 그대로 반영해 기존 정부안인 7대3의 농지와 산업ㆍ관광ㆍ도시지역 비율을 거꾸로 3대7로 바꾸자는 '새만금 보고서'를 제출했다. 새로운 새만금 로드맵의 초안 작업을 완료한 것이다. 강현욱 전(前) 전라북도 도지사가 '새만금 TF'로 활약해 일사천리로 농지 목적의 새만금 사업의 용도변경을 추진한 것이다.

이러한 내용의 제안이 이번 달 국무회의에서 '새만금 내부토지개발 기본구상 변경안'을 통해 확정되었다. 새만금 내 72%의 농업용지 비율을 30%로 축소하며, 산업 등 복합용지 비율을 70%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확정안에 따르면 애초 수질 개선이 시급해 순차 개발을 계획했던 동진, 만경 수역의 공사기간도 단축하기로 했다. 농지 확보의 명분으로 시작된 간척 사업의 종착역이 '산업 등 복합용지' 확대로 결론 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국무회의의 결정은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 위반 등 중요한 사회적 합의 절차를 무시한 것이며, 현재 개최되고 있는 람사르 총회의 정신을 심각히 위배한 것이다.

새만금 지역을 다른 용도와 목적으로 개발할 경우는 사전환경성검토, 환경영향평가 등 통합영향평가가 새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2006년 대법원의 새만금 판결 요지도 역시 농지로서의 개발을 전제로 한 적법 판결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 초,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새만금의 복합용지와 농업용지 비율을 3:7에서 7:3으로 변경 제안했고, 오늘 국무회의에서 인수위 시절 새만금 TF의 제안을 수용, 확정했다. 이는 명확한 환경영향평가법 위반이다.

새만금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는 농지 조성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농지에서 '산업 등 복합용지'로 새만금의 용도를 변경한다면, 이에 따른 새만금과 주변 지역의 수질 등 환경의 영향, 토사 확보 가능성, 예산 확보 방안 등이 면밀히 재검토되어야 한다. 법적으로 풀어야 할 사회적 합의 과정을 몇몇 국무위원들이 결정해 통과한 것이다. 대통령부터 시작해 새만금 TF, 국무위원들이 앞장서 위법을 저지른 꼴이다.

군산, 김제, 부안을 연결하는 새만금 지역은 세계 5대 갯벌인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의 핵심 지역이다. 이는 람사르 협약이 인정한 사항이다. 하지만 전라북도와 국정 책임자에게 새만금 갯벌은 540홀 규모의 골프장보다 가치가 없다. 새만금 사업은 사전 검토 없이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되었고, 농지 확보의 명분은 허울일 뿐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직접 용도 변경을 승인하면서 불법을 저질렀다. 지난 20년간 저질러진 '새만금 잔혹사'는 행정, 사법, 입법기관이 총 동원된 불법적인 결과물이다. 그 불법의 주역을 가려내 역사적 단죄를 내려야 할 것이 바로 우리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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