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장관은 왜 일본의 '독도 팸플릿'에 침묵하나?"
[김상수 칼럼]<32>유인촌 장관에게 주는 고언(苦言)
2008.12.31 10:13:00
"유인촌 장관은 왜 일본의 '독도 팸플릿'에 침묵하나?"
유인촌 장관에게 직설적으로 말한다. '오늘만 날이 아니다. 내일도 있다. 자중해라'

더하여 나는 백범 김구 선생님이 하신 중요한 말을 전하겠다. 물론 김구의 말씀은 이승만이 한 말보다는 당신 귀에는 잘 안 들릴 수도 있는지 내 잘 모르겠다만 그래도 들려주고 싶다.

"어떤 중요한 일을 처리할 때는 그것이 현실이냐 비현실이냐를 따지기보다는 먼저 그 일이 바른길이냐 어긋난 길이냐를 따져서 결정하라" -백범 김구

드라마 수백 편에 출연한 연기자 유인촌이 나를 기억하는지 잘 모르겠다.

20년도 이전인 1987년경, MBC에서 내가 대본을 쓴 <달빛 밟기>라는 '베스트극장'에 '배우 유인촌'이 출연한 적이 있다. 그 때 전라도 어느 시골에서 눈 내리는 겨울 정경을 찍었고, 그 날 밤늦게 시골 여관방에서 같이 얘기를 나누었다. 내 기억에 나는, 그 날 있었던 촬영에 문제점을 연출자에게 일일이 지적했고, 연기자 김용림과 유인촌은 내 얘기를 듣고 동의하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유인촌이 드라마에서 맡은 극중 인물인 사우디 파견 근로자 주인공이 귀국해서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곤경이란 피상적인 관찰에 그쳐서는 안 되며, 보다 인물에 대한 절실한 해석을 동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나는 기억한다. 그 때 연기자 유인촌은 작가의 지적에 귀 기울이는 단정한 인상이었고, 열심히 자기가 맡은 역할과 인물에 파고드는 열정을 지닌 연기자라는 것이 내가 받은 인상이었다. 이후 나는 텔레비전 드라마 일은 자주 하지 않았고, 연기자 유인촌과 같이 작업을 한 일은 이후엔 없었다.

▲ 유인촌 장관. ⓒ뉴시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고 문화부 장관이 된 유인촌은 나에겐 너무 생경한 모습이다. 연기자 유인촌이 맡은 배역에 충실하고자 파고드는 열정이야 바람직한 것이었지만,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뉴라이트 집단에 휘둘리면서 언론 7대 악법 개악, 역사교과서 개악 등에 나서는 열정이란 참으로 위험스런 무지한 열정으로 보여진다.

'완장을 차고 설치는 인상'이 몹시 서툴고, 역할을 제대로 알고 문화부 장관이란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지도 큰 의문이다. 현실은 드라마 세트가 아니고 냉혹하다. 당신이 지금 맡고 있는 문화부 장관이란 직책에서 비롯되는 일련의 발언이나 결정은 실재의 생생한 현실을 좌우지한다. 다시 말해 드라마가 아닌 현실이고 드라마와는 전혀 다르다.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유인촌이 드라마에서 이명박 역할을 했고, 그 드라마가 이명박 신화를 만드는데 일조를 하고, 그것이 이명박의 정치적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유인촌과 이명박은 드라마 출연 이후 맺은 사적인 관계가 공적인 관계로까지 발전했는데, 안타깝게도 유인촌은 함부로 큰 총대를 메고 나섰다.

지난 3월 하순 일본 도쿄에 있을 때, 외무성에 근무하는 한 일본인한테서 직접 들은 얘기다. "서울시 문화재단 이사장을 하던 한국의 유명한 연기자 유인촌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이명박 후보가 선거 판세가 불리해지자 연구원 생활을 하다말고 한국으로 달려갔다." 무슨 얘긴가. 유인촌 당신은 일본 니혼대학(日本大學) 연구원으로 일본 외무성 장학금을 1년간 받기로 하고 일본 전통연희인 '가부키'와 '노' 역사를 연구한다는 명목으로 도쿄에 체류하다 이명박의 선거 참모를 해야 한다고 갑자기 한국으로 돌아갔다.

이후 운이 좋아 이명박 집단이 정권을 잡게 되고, 당신은 장관이 됐다. 국회 장관청문회에서 당신은 국회의원 중에 한 사람이 "1907년 130만원의 국채를 갚은 국채보상운동을 아느냐. 돈이 된다면 일본국채건 미국국채건 살 수 있는 것이냐"고 캐물으며 "문화는 그런 게 아니라 혼이고 정신"이라고 말했다. 문화관광위 소속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국회 브리핑에서 "부인 명의로 32억6000만 원 가량의 일본 국채를 보유하면서 2005년 4월27일부터 지난해 7월19일까지 총 9회에 걸친 입출금 거래를 통해 2억∼7억 원의 환차익을 실현했다"고 주장했다.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도 "환차익은 비과세라는 점을 알았느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당신은 "일본 국채, 이런 쪽을 잘 모르고 있어서 아내가 증권회사에 원금이 손실되지 않는 안정된 방법을 투자해달라고 했다"며 "아내는 (환차익은 비과세라는 점을) 알고 있었을 거지만 저는 몰랐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당신은 국회 청문회 그 자리에서 재단 설립 등을 통한 재산환원도 시사했었다. 손봉숙 민주당 의원이 "대선 때 이명박 당시 후보가 재산환원을 약속한 바 있다"며 "연극계 복지를 위해 제대로 된 재단을 만들 생각이 없느냐"는 말에 당신은 "있다"고 답했다. 이후 당신이 연극계에 재단 복지 출원을 위해 재산을 내놨단 얘기를 나는 들은 적이 없다.

나는 당신이 개인적으로 일본 채권을 사든 말든, 일본대학에서 일본 장학금을 받아 '가부키' '노'를 연구하든 말든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 장관을, 그것도 중차대한 문화부 장관까지 맡고 있는 당신이, 일본 외무성 장학금을 장관되기 직전까지 타고, 한국 전통 연희에 대한 공부는 둘째 치고, 일본 전통연희 그렇게 많은 관심을 지녀서 일본 장학생까지 했고, 일본 채권까지 재산으로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 연기자 개인 유인촌을 넘어서 국가 공직자인 지점에서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바로 연기자가 아닌, 문화부장관 유인촌의 행실을 보자. 광복회는 29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배포한 '건국 60주년' 홍보책자가 친일 부역세력의 건국공로를 인정하고 임시정부의 법통을 무시한 '역사적 만행'이라며 이에 항의하는 뜻에서 건국훈장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러자 문화부 장관인 당신은 이날 오후 광복회를 방문해 유감의 뜻을 전했단다. 무슨 유감? 유인촌 당신은 책자 폐기 처분, 내용 정정 등에 대해서는 어떤 구체적인 언급마저 피해 논란을 계속 일으키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들어갔다. 언론노조의 총파업은 1999년 방송법 개정 반대 파업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파업의 본질을 당신은 진짜 모르는가?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언론법 개악은 재벌과 족벌신문들에게 지상파 방송 진출 기회를 열어주자는 것 아닌가. 당신은 이로 인해 파생될 여론의 독과점과 왜곡 문제 등, 제반 문제점들에 대한 논의는 철저하게 외면했다. 워낙 졸속으로 추진되다 보니 국회 문방위 소속 한나라당 의원들조차 법안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 아닌가. 현실성 없는 기대효과들을 과대 포장해 국민들에게 선전하면서 결국은 줄기차게 방송 진출을 노리던 조중동의 머슴 역할을 나서서 하고 있잖은가.

또 일본 정부는 독도가 자국 땅이라는 주장을 담은 홍보책자를 외국에 대량으로 배포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27일자로 보도했다. 일본 외무성이 퍼뜨린 독도문제 홍보책자는 독도가 역사적으로나 또 법적으로나 일본 고유 영토라는 일본의 주장을 '다케시마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10가지 포인트'라는 제목의 팸플릿으로 영어와 일본어, 한국어로 만들어 그동안 총 2만3500여 부를 일본 내외에 배포됐다. 이달 초에는 아랍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스페인어로도 팸플릿을 만들어 재외 공관을 통해 1000부씩 배포했다고 한다.

이 팸플릿에는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에 입각해 봐도,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일본이 다케시마를 실효적으로 지배해 영유권을 확립하기 이전에 한국이 이 섬을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다는 명확한 근거는 한국 측으로부터 제시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대한민국 정부공식 대변인인 문화부 장관 유인촌은 일본의 독도 팸플릿 배포에 대응하는 담화 한 장도 아직까지 발표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대체 뭔가. 지금 이 시간까지 말이다.

일본이 독도가 자국 땅이라는 주장을 전 세계 일본국 외교공관을 통해 발표하고 4일이 지나도록 당신은 이에 대해 침묵이다. 외교통상부 문태영 대변인이 28일 "정부는 그동안 일본 외무성의 독도 홍보자료에 대해 엄중히 항의하고, 홈페이지 자료 삭제를 강력히 요구해왔다"며 "정부는 앞으로도 우리의 독도 영유권을 부당하게 훼손하려는 일본의 기도에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는 기염을 토한다. 웃기는 얘기 아닌가. 요구해왔다? 일본은 꿈쩍도 않고 전혀 안 들어주고 있는 현실인데, 항의와 요구만 계속한다?

상황이 이런데 이 나라 공식대변인이자 문화부 장관은 왜, 무엇 때문에 침묵에 빠져있는가?

나는 <프레시안> 칼럼에 지난 8월 "잠시 시국 얘긴 접고, 내가 관계하는 우리나라 예술 문화 계통의 얘기를 연속으로 나눠서 하고자 한다"면서 '국립현대미술관을 말한다'라는 제목으로 3차례에 걸쳐 국립현대미술관 운영의 문제를 지적했었다.

이후 들리는 얘기로 내가 쓴 그 글은 눈치 빠르고 아부하기 좋아하는 문화부 고위 관료에 의해 글의 일부만 프린트되어 장관 유인촌의 손에 들려졌다. 그리고 현 정부와 '코드'가 안 맞는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김윤수를 내치는 용도로 쓰였다고 한다. 장관 유인촌은 김윤수 앞에서 내 글을 낭독까지 했다고 전해 들었다. 이후 나는 우리나라 예술 문화 공적 기구들에 대한 일련의 이야기들을 진행하려던 계획을 바로 접었다. 본래의 내 뜻과는 상관 없이 왜곡되고 그르치게 이용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었다면 국립극장,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예술원, 문화부 등의 문제를 차례대로 지적할 계획이었다.

얘기가 길어졌다. 내가 지금 지적하는 문제는, 유인촌이 문화부 장관으로, 또 정부 공식대변인으로 있으면서 42년 전 한국과 일본이 극비리에 체결한 '독도밀약'의 과거 주인공들처럼 최악의 역할을 하고 있느냐다.

진실이나 진리가 위태로울 때가 있다. 극단적인 권력의 협박이나 폭력, 맹목적 다수결주의, 떼 지어 몰려오는 무지한(無知漢)에겐, 때때로 속수무책일 경우도 있다. 그래서 좌절하기도 하고 희망을 잠시 잃기도 한다.

역사도 그랬다. 박정희 전두환 폭압정권 시절엔 가위눌려 지낸 시절도 있었다. 민주화 20년도 더 지난 뒤 집권한 정권이 과거 독재정권 이상으로 시민들을 겁박하니 황당하고 얼떨떨하다. 그러나 진실과 진리는 이긴다.

대한민국의 사람들은 지난 시대, 너무 오랫동안 피와 눈물을 흘렸다. 이제 더 이상, 국민에 반하는 역리(逆理)를 범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더 이상 국민의 피 눈물을 원하지 않는다.

정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먼 인연이지만 연기자 유인촌, 그리고 문화부 장관을 맡은 유인촌에게 내 전달하는 충심어린 쓴 고언이다.

(☞바로 가기 : 필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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