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판 막걸리 보안법을 폐지하라"
[토론회] "'미네르바 구속'은 인터넷에 무지·무능한 세력들의 억압적 폭력"
2009.01.15 16:01:00
"인터넷판 막걸리 보안법을 폐지하라"
'미네르바 사건'에서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첫째는 시대의 흐름에 뒤쳐진 보수 권력과 언론의 무지함을 읽을 수 있고, 두 번째는 인터넷에 빼앗긴 권력을 되찾기 위한 보수 세력의 공격이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최문순 의원의 주최로 열린 '인터넷판 막걸리 보안법을 폐지하라'는 긴급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미네르바 구속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상당히 위축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며 "인터넷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 확대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미네르바' 사건"

발제를 맡은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는 "미네르바는 우리 사회의 네티즌과 동의어"라며 "미네르바 구속 사건은 세계에서 최악이 돼버린 적대적 인터넷 이용자 환경 속에서 네티즌들이 언제라도 겪을 수 있는 사건"이라고 경고했다.

전 이사는 "인터넷에서의 표현 행위는 몇 년씩 걸릴지 모르는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행정부나 검찰의 형사처벌 위협 행위만으로도 충분히 위축되고 있다"며 "방통위, 검찰, 경찰 등에 의해 직접적이고 입체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이사는 "온라인 글쓰기는 인류가 역사상 처음으로 체험하고 있는 보편적이고 직접적인 표현행위"라며 "이를 위협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 문제를 넘어서서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근본적인 질서를 억압하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규정했다.

전 이사는 "정치권력이 물리력 행사를 통해 자유로운 표현행위를 가로막는 것은 불행한 폭력의 악순환만을 결과한다는 역사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물리적 폭력이 아닌 자유로운 표현행위를 통해 대화와 토론, 설득과 타협, 공감대형성과 합의 등의 민주적인 방법을 통해서 우리 사회를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보수 언론의 여론 권력 탈환을 위한 인터넷 때리기"

특히 '바뀐 인터넷 시대에 대한 무지 혹은 권력 재탈환을 위한 보수세력의 공격'이라는 분석이 흥미롭다. 진중권 교수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이해하지 못하는 낡아빠진 무지와 무능을 읽을 수 있다"고 보수 세력을 비난했고, 송호창 변호사는 "국민들이 (인터넷을 통해) 똑똑해지는 것을 두려워 하는 정부의 억압적 폭력"이라고 규정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정책국장은 "언론인과 출판인에게만 적용되던 언론과 출판의 자유를 일반인들도 누릴 수 있게 한 것이 인터넷"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정연우 민언련 공동대표는 "인터넷에 의제 설정 기능을 빼앗낀 보수 언론의 여론 권력 재탈환을 위한 인터넷 공간 폄하"라고 비난했다.

박경신 교수(고대 법학과)와 김보라미 변호사는 허위사실 유포죄는 자유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모두 사라져버린 인권 탄압 법조항임을 설명하며 법적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사법부의 전향적인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의 발언 요지다.

▲ 15일 최문순 의원의 주최로 열린 긴급토론회. ⓒ프레시안

□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격려사): 70년대 긴급조치로 징역을 두 번 살았다. 그 때 '막걸리 보안법'에 걸려 들어온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평양에 지하철이 있다, 컬러TV가 있다"고 언쟁하다 잡혀온 사람들이 있었다. 심지어 "김일성보다 나쁜 놈"이라고 욕하다 재판을 받아 실형을 선고 받고 들어온 사람도 있었다.

21세기에도 막걸리 보안법의 악령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 우리가 처한 엄연한 현실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등 현 집권세력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의 공통적 특징이 세상의 변화와 아무 상관없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IT강국의 미래가 걱정된다. 오랜 민주화투쟁의 법칙은 국민의 힘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 진중권 교수: 전기통신기본법이라는 것이 83년에 만들어져 사용되지 않다가 작년 촛불정국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25년 묵은 '미라법'이다. 그런데 미라가 부활해 파라오의 저주를 퍼붓는 해괴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미네르바가 국가신인도를 떨어트렸다고 하는데, 외국 기관이 신인도를 평가할 때 미네르바가 올린 글을 보고 평가하겠나. 공적인 근거 자료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공적인 근거를 누가 마련해줬나. 정부가 시중은행들을 상대로 외환매입 자제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가신인도를 떨어트린 자는 미네르바가 아니라 검찰이다. 신인도 떨어트린 검찰을 구속해야 하지 않나.

미네르바는 탁월한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을 보여줬다. 미네르바더러 돌팔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오히려 디지털 시대에 적절하지 못한 낡아빠진 무지와 무능들을 읽을 수 있다. 미네르바는 영웅도 아니고 사기꾼도 아니고 그냥 블로거일 뿐이다. 미네르바는 그냥 블로거이고 싶었으나 실명까지 까여 낱낱이 공개돼 당혹스러운 것이다. 일개 블로거인 미네르바를 현실세계에서 중요성을 부여하고 중대 사안으로 만들어준 것은 정부다.(☞관련기사: [진중권 칼럼] 신나는 미네르바 사육제)

"미네르바 글은 경고 받으며 사라진 증권가 '비관적 경기분석'일 뿐"

□ 송호창 변호사: 예전에 '미네르바'라는 이름을 접하고 '구속 처벌 받겠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었다. 미네르바는 신화에서 지혜를 상징한다. 헤겔의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어둠이 내린 저녁에야 날아오른다고 했다. 정보를 가지면 지혜를 얻고 지혜를 가진 자는 세상에 대한 불만이 생겨나 정부를 비판할 수밖에 없어진다. 미네르바를 구속한 것은 지혜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국민들이 똑똑해지는 것이다. 그 상징이 미네르바 사건이 됐고, 미네르바는 자기 이름값을 한 것이다.

지난 9일 미네르바를 접견했는데, 평범하지 않은 사람 같았다. 말이나 행동이 4차원적이었다. 그런데 검찰이 미네르바를 7일 체포해 그의 글은 이미 인터넷에 다 있으니 이틀 동안 '미네르바가 맞느냐 아니냐'만 갖고 조사했더라. 미네르바를 보면서 비범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지만 그의 글이 미네르바가 아니면 쓸 수 없는 글은 아니었던 것 같다.

증권가의 애널리스트들은 항상 경기전망을 할 때 항상 낙관적·중간적·비관적 세 가지 시나리오를 쓴다고 한다. 가장 낙관적 시나리오는 고객에게 제공하고, 중간적 시나리오는 증권사에 내고, 비관적 시나리오는 자기가 갖고서 투자를 하는 것이다. 비관적 시나리오가 증권가에 돌기도 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비관적 시나리오가 자취를 감췄다. 비관적 시나리오를 증권가에 풀면 금융당국에서 바로 연락이 와 경고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네르바의 연락처를 모르는 금융당국은 미네르바에게는 경고를 할 수 없었다. 모든 비관적 시나리오가 사라진 상태에서 비관적 시나리오를 계속 쓰다 눈에 띄었고 체포 상황까지 간 것이다.

□ 박경신 교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허위사실 유포 자체를 형사처벌하는 국가는 우리나라 뿐이다. 캐나다 연방대법원은 여러 나라를 조사한 뒤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위헌 판결을 내렸다. UN 인권위에서 국제인권기준에 위배되니 폐지하라는 권고를 내려 튀니지 카메룬 등의 나라들이 폐지했다. 짐바브웨의 경우 독재정권에 의해 다시 부활됐지만 2000년 대법원이 허위사실 유포죄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허위사실유포죄를 폐지하는 이유는 무엇이 진실이고 허위인지 누가 판단하느냐는 것이다. 중세 유럽에서 지동설과 천동설이 맞설 때 지동설을 주장하다 화형당한 수도사도 있었다. 줄기세포는 없다고 주장하던 <PD수첩>이 처벌을 받았다면 나중에 진실을 찾아낼 수 있었겠는가. 명백한 권리침해나 부당이득이 없는 상황에서 애매모호하게 공익을 해했다고 처벌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다. 세계사에서 증명됐듯이 체제 유지와 비판자의 공격을 제압하기 위해 남용되는 것일 뿐이다.

사실 표현의 자유문제만 두고 보면 입법적인 측면에서 전 정권들이 활주로를 깔아 놓았고 이명박 정권은 거기에서 비행하려는 것뿐이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실질적 민주화를 위해 어떤 제도를 손 봐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사법부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사법부의 독립성 확보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법조인 숫자가 늘어나 특권층화된 사법권력을 해체해야 한다. 촛불의 힘을 본 판사들은 이명박 정권이 특권을 보호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한다. 영장전담 판사에 보수적 인사를 임명하고 검사들은 노무현 정권과는 싸웠지만 이명박 정권과는 싸우지 않는다. 이런 행태 반복될 것이다.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가 헌법재판소에 계류돼 있다. 당장 헌재에 전화를 하든 게시판에 글을 남기든가의 방식으로 위헌 결정을 내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 김보라미 변호사: 우리는 사실 표현의 자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다. 역사적 경험에 비춰보면 각종 야설이나 유언비어들은 진실을 말하지 못해 생겨났던 것들이다. 미국은 1700년대 만들어진 선동죄가 1900년대까지 이어져오다 흑인 문제가 불거지며 폐지됐다. 유명한 사건이 '설리반 대 뉴욕타임즈 사건'이다.(☞ 사건 개요 보기: 언론중재위원회 DB) 악의가 없을 경우 허위사실이라도 할지라도 언론과 출판의 자유가 명예훼손에 의해 제약돼서는 안 된다는 판결이다.

IMF 외환위기 당시 경향신문 만평에 김상택 화백(현 중앙일보)이 강경식 전 부총리 등이 공항에서 LA로 도주하려는 장면을 그렸다가 김인호 전 청와대경제수석으로부터 "공항에 간 일조차도 없다"며 10억 원의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는데, 대법원은 풍자임은 인정해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정치적인 정책 비판에 대해 명예훼손을 광범위하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

토론회를 오기 위해 택시를 탔는데 택시 기사가 "나도 미네르바다. 나는 미네르바 강"이라고 하더라. 미네르바를 구속한 것은 미네르바 개인이 아니라 전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결과로 치닫고 있다. 일반 국민들도 통찰력을 갖고 느끼고 있다. 검찰의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인터넷이 국민에게 표현의 자유를 안겨줬다"

□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정책국장: 인터넷은 일반 국민들이 사용하는 미디어다. 예전에는 표현의 자유라는 것이 언론과 출판을 하는 일부 계층의 자유를 말했다. 일반 국민의 표현은 자기 목소리가 닿는 주변에 한정됐었다. 정부 비판할 때는 참새 시리즈와 같은 유머를 퍼트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인터넷이 등장한 이후 직설적 언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 과거와 달라진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수용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광우병괴담에 대해 법무부는 10문10답까지 발표하면서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사실 유포 시에는 책임을 각오하라고 엄포를 놨다. 이런 식의 수사는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냉각효과'라고도 하지만 '위축효과'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 하다. 출국금지 시키고 체포하고 수사를 받는 것 자체로 많은 글들이 사라지고 있다. 미네르바 사건 이후 '자삭'(자진삭제)하고 잠적하는 경우가 많다. 민감한 비판이 사라져 권위주의 통치가 도래하게 된다.

PC통신 시절 전기통신사업법에 불온통신 삭제 조항이 있었는데 위헌 판결을 받았다. 당시에는 피시통신에 글을 올릴 때 자기가 쓴 글이면서도 '퍼온 글', '빌린 아이디'라는 말머리를 달았다. 인터넷은 평범한 국민이 처음으로 갖게 된 자기 표현의 매체이다.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의 재편이 이뤄져야 한다.

□ 정연우 민언련 공동대표: '조중동' 등 보수 언론이 미네르바의 학력을 부각시키고 여동생 등 가족을 등장시키면서 조롱을 하듯이 보도를 하고 있는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상고 출신이라고 폄하하는 프레임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 위축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거나 정치적 공세로 취급하고 있다.

이는 촛불시위 이전까지는 자기들이 의제를 주도하고 여론을 조종할 수 있다고 믿었는데, 촛불시위를 거치며 의제 설정을 자기들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상황을 절실히 깨닫고 인터넷은 믿지 못할 것이라고 공격하는 것이다. 여론권력에 대한 향수를 갖고 사회적 의제를 주도하려는 권력 회복을 위한 보도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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