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사과'때 진정한 반성을 했더라면…
[고성국의 정치분석] 용산 참사, 성수대교 붕괴 같은 '결정적 전환점' 될 듯
'촛불 사과'때 진정한 반성을 했더라면…
'용산 철거민 참사'는 이명박 정부에게 결정적 전환점이 될 듯하다. YS정부때 발생했던 성수대교 붕괴사건 같은….

이번에도 예외 없이 '사건'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이 뜨겁게 연출되고 있으나 '선(先) 책임자 처벌'이나 '선 진상규명'같은 정치권의 논란에 국민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 같다. 이 판국에 김석기 청장의 사퇴여부에 관심을 갖는 국민이 과연 몇이나 될까?
ⓒ연합

"책임자도 추궁해야 하고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도 불가피하겠다.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로하는 데 주력해야지 법질서 집행 위주로만 강경하게 나갈 때는 제2, 제3의 용산 사태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 진정한 통합의 리더십이 아니고서는 작은 저항도 용산 참사처럼 극단적인 악재로 돌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운영 기조에 대한 전반적 반성이 필요하다."

한나라당이 소속의원들의 TV토론 자제를 엄명할 만큼 예민한 시기, 민감한 문제에 대해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언론들은 이 인터뷰에서 "대통령 사과"를 제목으로 뽑았지만 나는 "국정운영 기조에 대한 전반적 반성"에 주목한다.

국정운영 기조란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에서 도출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도 당연히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 즉 '실용주의'에서 도출된 것이다. 실용주의적 성과주의, 실용주의적 효율주의가 그것이다. 과정보다는 결과, 과정보다는 효율이 더 중시되고 강조되어 온 것도 이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가 그렇게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이 시간을 가지고 시위대의 위험물질을 소진케 하고, 협상과 위협을 통해 시위대의 전열을 흩뜨려 놓고, 안전조치를 확실하게 취한 후 작전에 돌입하는 시위진압의 기본절차를 모두 무시하고 테러진압이 주임무인 경찰특공대를 '돌격'시킨 끝에 벌어진 이번 참사도 이명박 정부가 그 동안 견지해 온 성과주의 효율주의라는 국정운영 기조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1년 이명박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 국정운영 기조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될 정치적 위기에 직면해 왔다. 조각을 끝내자마자 터져나온 인사파동 때도 그랬지만 촛불정국 때는 인수위가 설정한 성과주의적 국정운영 기조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집중적으로 제기되었다.

이때가 국정운영 기조를 전환할 참으로 좋은 기회였다. 일방주의, 성과주의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대화와 통합의 국정기조를 새로 세울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그러나 너무 일찍 찾아온 위기에 무릎꿇기가 싫어서였을까? 국민에게 사과까지 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결국 밀어붙이는 쪽을 택했다. 그러므로 이번 용산 참사는 6개월 전 그때 국정운영 기조를 전환하지 않고 밀어붙여 온 그 동안의 일방적 성과주의 국정운영 기조가 만들어낸 '예고된' 돌발사고였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용산참사를 둘러싼 당내 논란을 보면 한나라당내에도 밀어붙이기식 당론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경찰의 과잉진압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되는', "그렇게 급한 일이었느냐"는 박근혜 의원의 발언도 있고, '왕따'를 당해가면서까지 처음부터 '김석기 청장 선 책임론'을 주장해 온 홍준표 원내대표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용산 참사에서 드러난 이명박 정부의 구조적 문제점을 온전히 드러내고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고 이를 근원적으로 극복할 대안적 해결책을 치열하게 강구하는 것이다. 국정운영 기조에 대한 전반적 반성이 필요하다는 원희룡 의원의 발언이 국면적으로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 여권에는 논평이나 단편적 주장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내재적 비판과 대안적 제안이 필요하다. 위에서 거명한 정치인들이 여러 정치인 중 하나가 아니라 여권의 책임있는 주요 정치지도자들이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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