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종 황지우 총장 "권력의 악착스런 모습에…"
정부, '총장 사표 수리'와 함깨 '교수직 박탈' 통보…교수·학생 반발
2009.06.02 14:59:00
한예종 황지우 총장 "권력의 악착스런 모습에…"
정부가 최근 '표적 감사' 논란이 일었던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황지우 총장의 사표를 지난달 30일 수리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는 학교 측에 황지우 총장이 임기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사퇴했기 때문에 교수직도 박탈한다고 통보했다.

이런 조치에 한예종 교수와 학생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황지우 총장과 한예종 교수협의회는 2일 서울 석관동 한예종 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황 총장의 사퇴를 수리하고 교수직을 박탈한 정부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교수직 박탈, 문화부의 공식 입장인가"

지난달 19일에 이어 두 번째로 기자회견에 나선 황지우 총장은 "지난달 29일 문화부 인사과장이 학교 측에 저의 사표를 수리하고 교수직이 상실될 것이라고 연락을 했다고 한다"며 운을 뗐다.

황 총장은 "그러나 19일 사표를 제출한 이후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총장직을 사퇴하면 교수 신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걸 알면서 사퇴한 거냐며 확인하는 연락이 학교 측으로 몇 차례 왔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설사 불가피한 사유로 총장직을 사퇴하더라도 당연히 그 이전의 교수직으로 복귀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유사한 사례도 두 번 있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문화부가 황지우 총장 교수직 상실의 근거로 든 법조항은 교육공무원법 24조5항이다. 여기에는 '대학의 교원으로 재직 중에 당해 대학의 장에 임용된 자가 제28조 제1호의 임기를 마친 경우에는 제25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장의 임기 만료일 다음날에 대학의 장 임용 직전의 교원으로 임용된 것으로 본다'고 적혀 있다. 이를 임기를 다 마치지 않고 사퇴했기 때문에 교원으로 임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는 것.

황 총장은 "문화부는 반대 해석 내지는 유추 해석을 해서 교수직 박탈을 결론 지은 것 같았다"며 "과연 이것이 문화부의 공식 입장인지를 묻기 위해서 오늘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권력의 악착스러운 모습을 보며 진저리치지 않을 수 없다"

이어 황지우 총장은 통섭 교육 사업 중단, 이론과 축소, 서사창작과 폐지 등의 요구가 포함된 감사 결과에 다시 한 번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관계법에 의하면 교육 과정이나 교과 운영 등 제반 학사는 학교가 정하고 장관의 승인을 받는 것으로 돼 있다"며 "그런데 현재 이 사태는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소속 문화기관에 대한 문화부의 직접 지배력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우리 문화에서 어떤 자율성이나 창의를 위한 자발성이 꽃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부디 한예종 사태가 원래 자리로 돌아가고, 문화 전체에 창의를 위한 자발성과 동기가 부여되는 열린 사회로 빨리 돌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황 총장은 "또 개인적으로 이번 감사 결과 처분 요구 심의안 가운데 서사창작과 폐지가 들어있는데, 이 과는 제가 교수로 복직할 때 돌아갈 학과"라며 "과 자체의 폐지를 요구하고 교수직까지 박탈하면서 모든 퇴로를 차단하는 권력의 악착스러운 모습을 보며 진저리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 대응과 사회적 발언을 통해 하루 속히 한예종이 정치적 외압 없이 학생들이 마음대로 숨쉬고 꿈꾸고 꽃피울 수 있는 날이 오기까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수협·학생비상대책위도 일제히 "강력 규탄" 반발

한편, 한예종 교수협의회도 지난 1일 성명을 내고 "문화체육관광부의 반교권적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또 이번 황 총장의 교수직 박탈 조처를 기점으로 학교의 강압적인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교수협의회는 "문체부가 작성한 처분 요구서에 명시되어 있듯이, 감사 결과에 따른 처분 사항들은 대부분 학교의 교육 시스템과 교권에 대한 문제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그러나 문화부의 감사는 실기교육과 이론교육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 정의와 교육적·예술적 이해도 없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처분 요구가 작성돼 심각한 학습권과 교권 침해 소지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감사는 상식적 수준을 넘어서 특정한 사업과 특정한 개인을 표적해 이뤄졌다"며 "그야말로 교육사와 예술사에 표본으로 남을 부실 감사, 표적 감사의 전형으로서 도리어 감사받아야 할 감사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2일 발족한 한예종 학생비상대책위원회도 성명을 내고 "존경하는 스승의 존엄이 짓밟히고, 학우들의 예술과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사태 해결을 바라는 염원이 철저히 무시당한 현실에 분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예종 학생 일동은 부당한 감사와 한예종 해체 음모의 실체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한예종의 교권과 자율성을 되찾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생비상대책위는 오는 3일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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