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실상?…황우석의 엽기적인 부활
[기고] 대한민국 과학자는 슬프다
2009.06.10 08:36:00
장영실상?…황우석의 엽기적인 부활
황우석 씨가 '장영실 국제과학문화상(장영실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에 몇몇 언론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황우석 씨의 장영실상 수상으로 줄기세포 연구가 재개되리라는 보도도 있다. 특히 이미 과학계에서 권위를 잃은 황우석 씨에게 이런 상을 수여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냐는 논란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언론은 장영실상이 어떤 상인지에 관해서는 전혀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 않은 듯하다. 장영실상의 실체가 얼마나 코미디 같은지 알고 나면, 황우석 씨의 장영실상 수상의 엽기적 진실이 드러나게 된다. 한마디로 말해서 장영실상은 사이비 과학자들에 의해 변질되어 버린 삼류 코미디 상이다.

장영실상은 '과학 선현 장영실 선생 기념 사업회'라는 단체에서 만든 상으로 1999년 제1회 시상을 시작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다. 역대 수상자 명단을 살펴보면, 김기형 초대 과학기술부 장관, 정근모 과기부 장관, 이상희 전 국회의원 등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한 쟁쟁한 이들의 이름이 보인다.

2005년 최순달 박사가 우리별 1호를 발사한 공로로 제7회 수상을 할 때까지 장영실상이 과학기술자보다는 과학기술 정책가에게 주어졌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큰 문제점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2006년 박교수 박사의 수상 이후 장영실상은 기묘한 모습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 논문 조작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황우석 씨가 8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참석하고자 법정에 출두하고 있다(오른쪽). 황 씨가 최근에 수상한 장영실 국제과학문화상(왼쪽). 황 씨는 이 상의 실체를 알고 있을까? ⓒ연합뉴스

장영실상을 수상한 엽기적인 과학자들

삼림육종학자로 알려진 박교수 박사는 현재 '인간 상록수' 칭호를 받는 과학자로 '파랑도'라는 섬에서 유토피아 나무를 창조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동국대에서 농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은퇴한 후 다양한 일에 종사해 왔다.

육종학계에서 그는 삼림박사로 통한다. 특히 그는 '지구 확장(대) 이론'을 정립했고, '솔라바이오테크 학설'을 발표했다고 하는데, 필자의 과문한 탓인지 전혀 금시초문인 이론과 학설이다. 50년 전 미시시피 강 유역에서 발견되었다고 주장하는 유토피아 나무는 생명과학 분야의 논문에서는 검색도 되지 않는 정체불명의 나무다.

그의 주장처럼 1000년을 넘게 살면서 50여 가지의 기능으로 지구를 구원할 수 있는 나무가 존재한다면, 왜 몬샌토와 같은 거대 생명공학 기업이 이런 사업에 뛰어들지 않는지 모를 일이다. 과학자로서의 필자의 직감이 맞는다면, 박교수 박사는 은퇴 이후 사이비 과학자의 길에 접어들었다.

특히 "모든 인류에게는 초능력을 갖는 유전자가 있다"는 허무맹랑한 주장이나, 모든 인류가 초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가 "DNA가 히스톤 단백질에 감겨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은 과학자로서의 그의 능력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는 스스로를 천재 과학자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박교수 박사가 2006년과 2007년 '세계천재회의(World Genius Convention & Education Expo)'라는 곳에서 금상 및 그랑프리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세계천재회의는 나카마스 요시히로(Yoshiro Nakamats) 박사가 총재로 있는 일본 내의 어떤 단체다.

그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지만, 이 단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이비 집단이다. 특히 총재인 나카미스 박사는 일본 내에서 괴짜 코미디언쯤으로 치부되는 발명가로, 과학기술계에서 진지하게 다루어지는 인물이 아니다.

그는 Ig노벨상을 수상한 인물인데 Ig노벨상은 과학자에게 영광스런 상이 아니다. Ig노벨상이 미국의 유머 과학 잡지에서 주최하는 상이라는 점이나, 이 상의 취지가 '다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될' 업적에 주어진다는 점을 보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나마키스라는 사람은 그냥 괴짜 발명가에 불과한 것이다.

이쯤에서 문제가 끝난다면 그냥 웃고 지나갈 해프닝일 수 있다. 하지만 박교수 박사가 장영실상을 수상한 후 나마키스 박사가 제9회 수상자가 되었다는 점, 그리고 그 해 박교수 박사가 나마키스 박사가 총재로 있는 세계천재회의로부터 상을 받았다는 점은 웃고 넘길 대목이 아니다. 뭔가 모종의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과학자는 슬프다

장영실상을 수상한 박교수 박사와 나마키스 박사가 보여주는 행태는 그냥 코미디쯤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장영실상이 언론에 의해서 마치 공신력이 있는 상처럼 비춰지고, 이미 과학계에서 진지하게 논의조차 되지 않는 황 씨에게 이 상이 주어진 게 큰 일인양 알려진다면 심각한 일이다.

황우석 씨의 논문 조작 사건 이후, 대한민국은 과학적으로 조금 성숙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한 때는 과학기술에 공로가 많은 이들에게 돌아가던 권위 있는 장영실상이 사이비 과학자들의 손에 떨어져 버린 일이나, 또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을 황우석 씨가 받았다고 해서 자세한 분석도 없이 우려와 논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과학 언론을 바라보고 있으면, 과학입국이라는 말은 여전히 요원한 일인 듯하다.

대한민국의 과학자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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