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네 글자' 빼고 화물연대-대한통운 전격 합의
택배 기사 복직은 합의…고 박종태 씨 장례식은 20일
2009.06.15 12:14:00
"화/물/연/대", '네 글자' 빼고 화물연대-대한통운 전격 합의
고 박종태 씨의 죽음을 계기로 촉발됐던 화물연대의 파업이 닷새 만인 15일 새벽 끝났다. 노사는 대한통운 택배 기사의 복직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서에 이날 새벽 서명했다.

대부분의 내용에 의견 접근을 이루고도 결정적 파업 이유가 됐던 노측 서명 주체는 대한통운의 주장대로 '화물연대' 대신 '대한통운 광주지사 택배분회 분회장'이 나섰다. 비록 '화물연대'라는 이름은 빠졌지만, '택배분회'라는 화물연대 조직 체계의 대표가 합의서에 서명함으로써 노사 모두 적절한 선에서 타협한 셈이다. 화물연대의 집중 타깃이 된 데 대한 대한통운의 부담과 낮은 파업 참여율로 인한 노조의 부담이 맞물려 도출된 결과다.

이번 합의를 둘러싼 갈등을 통해서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 기본권 인정은 더욱더 요원하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반대 입장을 재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 탓에 앞으로도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조 활동을 둘러싼 갈등이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

20일 고 박종태 씨 장례식…근무 조건은 해고 이전과 똑같이

양측은 이번 합의를 통해 박 씨의 죽음의 원인이 됐던 택배 기사 38명은 해고 이전의 근무 조건으로 복직하기로 하고, 대한통운은 이들에게 일체의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약속했다.

또 양측은 일체의 민·형사상 고소·고발과 가처분 신청 등을 취하하기로 했다. 고 박종태 씨의 유가족 보상 및 계약 해지된 노동자의 그간 임금도 대한통운이 보전해 주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미뤄왔던 박종태 씨의 장례식은 사망 50일을 넘긴 오는 20일 치러질 예정이다. 계약 해지됐던 택배 기사들은 장례식 이후 일주일 안에 다시 일터로 돌아간다.

▲ 파업 직전 교섭에서 최대 쟁점이 됐던 서명 주체 문제는 '대한통운 광주지사'와 '대한통운 광주지사 택배분회 분회장'의 이름으로 합의하는 것으로 최종 조율했다. ⓒ프레시안

"대한통운에도 명분 주고 실익도 챙긴 절충안"

이날 합의로 지난 4월 30일 스스로 목을 매달아 숨진 박종태 씨의 유지는 어느 정도 실현됐다. '운송료 30원 인상'이라는 구두 합의 이행을 촉구하다 계약 해지된 택배 기사들을 돕던 박 씨는 "힘없는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린 지 43일이 되도록 아무 힘도 써 보지 못해서는 안 된다"며 죽음을 선택했었다.

이후 화물연대는 지난달 16일 대전에서 총파업을 결의했고, 지난 11일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 5일 만에 전격적으로 합의서를 도출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나온 합의서의 내용은 사실 이미 지난 10일 교섭에서 다 나왔던 것이었다. 당시 교섭 결렬의 이유는 대한통운이 "합의서에 화물연대 이름을 넣을 수 없다"고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5일의 파업 이후 화물연대는 거의 똑같은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화물연대와 합의할 수 없다는 대한통운의 뒤에 특수고용 노동자의 기본권을 부정하는 이명박 정부가 있다"던 화물연대가 결국 이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여러 '악조건' 때문이다. 지난해와 달리 이번 파업은 화물 노동자 전체의 생계와 관련된 이슈가 아닌 한 사업장의 문제였다. 파업 참여율은 당연히 낮았고, 이는 노조에도 고스란히 부담이 됐다. 장기전이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현실적 타협안이었다"는 평가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분회장' 이름으로 합의한 것은 대한통운에도 일정한 명분을 주면서 결국 내용상은 화물연대가 주체가 된 셈"이라며 "적절한 절충안이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불인정' 재확인"…"화물연대 지키자"던 부탁은 아직 미완

▲ "최소한 화물연대 조직이 깨져서는 안 된다"던 박종태 씨의 마지막 부탁이 아직은 미완으로 남은 까닭이다. ⓒ프레시안
다만 주목해야 할 것은 이번 사태 전개 과정에서 '사소한' 지점에서 물러서지 않았던 대한통운의 뒤에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버티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대한통운은 끝내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를 놓고 김성희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정부가 화물연대의 합법적 활동을 인정할 뜻이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성희 소장은 "이번 파업에서도 특수고용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은 마지막 걸림돌이 됐던 만큼 향후 똑같은 일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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