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해결 안되면 정부정당성도 교회정체성도 없다"
[현장] 사제단, 용산 시국 미사 한 달째…"끝까지 미사 진행하겠다"
"'용산' 해결 안되면 정부정당성도 교회정체성도 없다"
"아이가 겨울방학일 때 남편의 죽음을 접했다. 오늘, 우리 아이가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남편이 죽은 지 벌써 반 년이 다 되어 간다. 여전히 정부는 우리의 요구를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용산 참사 희생자인 고 윤용헌 씨의 부인인 유영숙 씨의 말이 자꾸 끊겼다. 깁스를 한 오른팔 끝에 겨우 나와 있는 손에 손수건이 들려있었지만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는 "오늘따라 자꾸 눈물이 나온다"며 "하지만 시간이 얼마가 됐든 남편이 테러범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16일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 용산 참사 현장 앞에서는 어김없이 시국 미사가 열렸다. 지난 6월 15일 '전국 사제 일천인 시국 선언' 이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용산 참사 현장에서 매일 저녁 희생자들의 죽음을 추모하는 위령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이날로 미사를 진행한 지도 벌써 한 달이 되었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용산 참사 현장에서 벌어졌다. 경찰이 사제들을 폭행했다. 용산 참사 해결을 촉구하며 단식 중이던 전종훈 사제단 대표 신부는 경찰과 대치 도중 실신해 병원으로 실려갔다. 하지만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도리어 용산 4구역의 건물들은 대부분 철거됐고 이제 10여 채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남은 건물들은 용산 참사 유가족과 용산 4구역 철거민들이 생활해오던 건물들이다.

▲ 16일 용산 참사 현장에서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최로 시국 미사가 열렸다. 이날로 이들이 시국미사를 연지도 한 달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프레시안

사제단 "오늘의 현실은 무섭고 슬프기만 하다"

사제단은 시국 미사 한 달을 맞은 이날 성명서를 발표하고 "용산 참사를 바라보는 오늘의 현실은 무섭고 슬프기만 하다"며 세 가지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첫 번째로 '정부의 오만하고 부도덕한 태도'를 꼽았다. 사제단은 "용산 참사를 희생자들이 자초한 결과로 확신한 후안무치는 그렇다 치더라도 최소한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바라는 유가족의 당연한 요구마저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며 "이러한 정부의 태도에서 우리는 참사의 진정한 원인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한국 교회의 미온적 처신'이다. 이들은 "최근 한국 교회가 도심 재개발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퍽 다행스러운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교회는 여전히 가난한 세입자들과 원주민들이 처한 아픔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제단은 "재개발 사업에서 교회가 겪고 있는 불이익만 두려워한다면 매우 떳떳하지 못한 일"이라며 "지금은 교회야 무너지고 쫓겨나더라도 불쌍한 서민들만큼은 그래선 안된다고 매섭게 따지는 십자가의 정신을 회복할 때"라고 주장했다.

▲ 유영숙 씨가 고인의 영정 그림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는 이날 시종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프레시안
마지막으로 사제단은 '쉽게 잊고 용납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꼽았다. 이들은 "아직 때가 오지 않았을 뿐 언제든지 재개발의 비극은 각자에게 닥칠 것"이라며 "지금 우리가 온갖 사회적 불행을 남의 일로만 여기고 외면해버린다면 오늘과 같은 강자들의 횡포는 나날이 극심해 질 것"이라고 질타했다.

사제단은 "이 세 가지 이유로 인해 반년이 되도록 유족들은 용산 현장에서 상복을 벗지 못하고 있다"며 "용산 참사의 근원적 해결은 정부의 정당성뿐 아니라 우리 교회의 정체성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제단은 "교회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유가족들의 얼굴에 눈물이 그치는 순간까지 용산 현장을 떠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유가족, 영정 그림 보며 시종 눈물 흘려

이날 사제단은 미사가 끝난 뒤 다섯 명 고인의 영정 그림을 참사가 난 건물 앞에 새로 내걸었다. 용산 참사 '망루전'에 참여한 작가들이 직접 그린 영정 그림이었다. 70대 노모부터 20대 여학생과 수녀까지, 이날 미사에 참가한 100여 명의 시민들은 영정 앞에 초를 봉헌한 뒤 영정 그림이 설치되는 모습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지켜봤다.

시종 미동도 하지 않고 영정 그림이 설치될 때까지 그 앞에서 돌부처처럼 서 있던 유영숙 씨는 이내 그림 속 고 윤용헌 씨를 보자 삼켰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문정현 신부가 그를 다독거렸지만 신부의 다독거림은 눈물을 더욱 부채질 할 뿐이었다. 유영숙 씨는 문 신부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고맙습니다"라는 말만 되뇌였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용산 참사 반 년째인 20일, 용산 참사 현장에서 사태 해결 촉구를 위한 대규모 기도회를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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