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 오열…"검찰은 진실을 공개하라"
[현장] 용산 참사 유가족, 수사 기록 공개 요구 삼보일배
2009.07.18 09:18:00
폭우 속 오열…"검찰은 진실을 공개하라"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용산 참사 희생자 고 이성수 씨의 부인 권명숙 씨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지난 1월 20일 일어난 용산 참사 반년을 앞둔 17일 오후 5시, 유가족은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삼보일배를 진행했다.

그들의 요구는 간단했다. 검찰이 공개를 거부한 수사 기록 3000쪽을 공개하라는 것. 참사 유가족 및 '이명박정권용산철거민살인진압범국민대책위원회' 활동가 10여 명이 참여한 삼보일배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경찰의 통제는 철저했다. 100여 명의 경찰은 삼보일배가 시작되자마자 삼보일배 참가자를 제외한 이들을 막아섰다. 경찰에 의해 길을 가로막힌 범대위 활동가들이 '3000쪽 수사 기록을 공개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펼치자, 곧 경찰은 시민들이 보지 못하도록 이들을 둘러쌌다.


▲ 지난 1월 20일 일어난 용산 참사 반년을 앞둔 17일 오후 5시. 유가족들은 참사 발생 반년이 되기 전에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 보겠다"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삼보일배를 진행했다. ⓒ프레시안

"제헌절, 모든 이가 같은 법 아래 살아가는가"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과 이수호 최고위원 역시 삼보일배에 동참했다. 이수호 최고위원은 삼보일배를 시작하기에 앞서 "제헌절인 오늘, 어떤 이들은 법 정신을 살리자며 화려한 기념식을 하고 있는데 다른 어떤 이들은 제발 그 법을 제대로 지켜달라며 삼보일배를 하고 있다"며 "과연 이 모든 이들이 같은 법 아래 살아가고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민노당 이정희 의원은 "용산 참사의 현장에서 '무너진 민주주의'의 모습을 봤다"며 "사건 발생 반년이 되도록 수사기록 3000쪽을 공개하지 않는 검찰은 대체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가"라고 따져 물었다. 또한 이 의원은 "지금까지 사과는 물론, 성의 있는 대화도 하지 않는 이런 정부는 정부도 나라도 아니다"며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 권명숙 씨는 "삼보일배를 하면서 먼저 간 남편 생각이 났다"며 "좀 더 일찍 해결을 보지 못하고 여기까지 오게 돼서 먼저 간 이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안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서울 광장 한 바퀴를 도는 삼보일배가 끝나자, 이정희 의원과 유가족 권명숙 씨는 서로 부둥켜안고 오열했다. 권명숙 씨는 "삼보일배를 하면서 먼저 간 남편 생각이 났다"며 "좀 더 일찍 해결을 보지 못하고 여기까지 오게 돼서 먼저 간 이에게 미안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삼보일배를 하는 내내 아이들에게 아빠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고 말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고 양회성 씨의 부인 김영덕 씨는 "억울하게 죽은 다섯 명의 목숨에 대한 진실 규명이 이루어진다면, 이보다 더한 폭우 속에서도 얼마든지 삼보일배를 하겠다"며 검찰의 수사 기록 공개를 촉구했다.

용산 참사 유가족들은 "더 이상 정부 측의 답변을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다"며 사실상 '마지막 싸움'을 준비 중이다. 용산 범대위는 용산 참사 반 년이 되는 20일까지를 '범국민추모주간'으로 설정하고, 대통령의 사과와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 철거민 대책 수립 등을 요구하고 있다. 범대위는 20일까지 정부 측의 답변이 없으면 병원 측으로부터 시신을 인도받아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영안실을 옮기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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