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전과자에게 상지대를 맡길 순 없습니다"
1000여 명 상경투쟁…사분위, 정이사 과반수 추천권 구재단에 부여
2009.10.07 18:42:00
"비리 전과자에게 상지대를 맡길 순 없습니다"
1000명이 넘는 학생과 교수, 직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 도로를 가득 메웠다. 지난 5월 임시이사가 파견된 이후 끊임없이 소요가 일어나고 있는 상지대학교의 구성원들이다. 이들이 평일, 그것도 한낮에 여의도에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야기는 지난 5월 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육과학기술부 소속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이날 공석으로 있던 상지대에 6개월 임기 임시이사를 파견했다. 상지대 이사회는 2007년 5월 대법원 판결에 따라 정이사가 물러간 뒤 공석으로 남겨져 있었다. 상지대 구성원은 '3년 임기 정이사 파견'을 촉구했으나 사분위는 '굳이' 임시이사를 파견했다.

하지만 논란을 빚은 임시이사 임기도 2009년 11월 19일이면 끝난다. 또다시 상지대학교가 분규에 휩싸일 전망이다. 임시이사 이후 정이사 체제를 둘러싼 학내구성원과 사분위간 의견이 분분한 것.

교과부와 사분위는 비리를 저지르고 물러난 구재단, 즉 김문기 전 상지대 이사장에게 정이사 추천권을 준다는 입장이다. 비리를 저질렀어도 사학의 주인이라는 이유다.

하지만 학내 구성원은 "사학비리로 쫓겨난 비리집단은 더 이상 학교를 탐해선 안된다"며 "구재단이 배제된 정이사가 선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날 여의도에 모인 이유도 '구재단 배제'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 7일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구재단의 정이사 복귀를 반대했다. ⓒ프레시안

사분위 "구재단에게 정이사의 과반수이상 추천권 줘야"

현재 사분위는 산하에 법률검토특별위원회를 구성, 임시이사 파견 대학을 놓고 정이사 선임을 위한 법률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우영균 상지대 교수협의회 대표는 "정이사 추천 비율, 추천 주체 등 큰 틀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상지대 이외에도 광운대, 세종대 등에 임시이사가 파견돼 있다.

문제는 현 사분위원회가 "종전 이사(구재단)에게 정이사의 과반수 추천권을 줘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는 점이다. 예외조항으로 '종전 이사지만 비리가 심각하고 대학 운영에 적합하지 않은 자는 예외로 한다'와 '정이사 선임에 대해 대학별로 다시 심의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결국 구재단에게 학교를 넘겨주겠다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우영균 대표는 "이러한 사분위의 결정은 구재단에게 학교를 돌려주는 걸 원칙으로 하되 각 대학별로 맞춰 이를 적용하겠다는 의도"라며 "이러한 안이 확정되면 상지대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는 구재단의 복귀 저지를 위한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9월 10일에는 서울 상경집회를 열었고 29일에는 원주에서 30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구재단 인사가 배제된 정이사체제 수립'을 위한 구성원 걷기대회 및 시민문화제'를 개최했다. 9일부터 상지대학교 교수협의회는 체육관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16일부터는 학생과 직원도 농성투쟁에 동참했다.

지난 7월 8일에는 구재단을 배제한 정이사를 선임하라는 학내 구성원의 요구를 담은 서명지를 교과부에 전달했다. 서명자수는 교수 233명(정원 254명), 학생 4663명(정원 8000여명), 직원 90명(정원 100명)으로 절대 다수 구성원이 구재단 복귀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상경 투쟁을 벌인 이날 상지대 교수협의회, 직원노조, 총학생회는 각각의 명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구재단이 복귀할 경우 교권과 학습권이 침해가 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 집회에 참여한 학생들. ⓒ프레시안

"10월 15일 열리는 사분위 본회의, 올바른 결정 내리길"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정이사 선정이 빠르면 다음달이 될 수도 있고 늦어지면 사분위 위원의 임기가 만료되는 12월 19일 이후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상지대학교는 분란을 겪은 뒤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었다"며 "하지만 만약 구재단이 다시 들어온다면 개혁과 모범의 대상이었던 상지대학교가 과거로 회귀하기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성태 교수는 "사분위의 지금과 같은 결정은 교육 공개념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만약 그렇다하더라도 김문기 같은 사람이 다시 학교로 들어온다는 것은 학생과 교직원이 피땀흘려 가꾼 학교를 비리의 온상에게 넘겨주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사학비리 전과자에게 상지대학교를 맡길 수 없다"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우영균 대표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유 재산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최소한의 공공성은 확보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김문기 같이 학교를 자기 돈벌이로 밖에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학교에 복귀한다면 학교 운영은 파행으로 치달을 것"이라며 김문기 전 이사장이 완전히 배제된 정이사 선임을 거듭 촉구했다.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는 김문기 전 이사장의 추천을 받는 이가 과반수가 넘지 않고 소수에 한정되는 것을 두고도 '불가' 입장을 밝혔다. 우영균 대표는 "1,2명의 김문기 쪽 인사가 이사가 된다면 이사회를 끊임없이 흔들고 나설 것"이라며 "결국 학교 운영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이것을 빌미로 구재단 측이 들어 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10월 15일로 예정된 사분위 본회의에서는 정이사 체제를 놓고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임시이사 임기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상지대의 정이사 체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영균 대표는 "합리적인 보수라면 구재단을 그렇게 학교로 들여보내지 않으리라 생각한다"며 "올바른 결정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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