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락의 공화국을 찬양하라!
[철학자의 서재] 김경희의 <공화주의>
쾌락의 공화국을 찬양하라!
대박을 향한 놀부와 흥부의 욕망의 질주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흥부전>을 재해석하면 놀부는 부를 축적한 당당한 자산가의 모습으로, 흥부는 경제적으로 무능한 가장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놀부의 도덕적 흠결보다는 그가 소유한 재산을 부러워하고 있다. <흥부전>을 보면 놀부는 부모의 재산을 상속 받음과 동시에 동생의 재산을 착취함으로써, 흥부는 비록 선행을 하기는 했지만 성실한 노동을 통해 부를 축적하기 보다는 제비로 상징되는 '한방의 대박'을 터트림으로써 부를 축적한다.

결국 두 사람 모두 다 성실한 땀의 노동을 통해서 부를 축적한 것이 아니라, '부도덕한 착취'와 '대박이라는 요행'을 통해서 부를 축적한 것이다. 세월을 넘어 이 두 사람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재산 축적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현대 한국 자본주의 사회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놀부와 흥부의 '대박을 향한 욕망의 질주'는 지난 2008년 18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나타났다.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나타난 '재개발을 향한 욕망 광풍'은 성실한 노동의 땀보다 '한방의 대박'을 통해서 부를 축적하려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인간들의 노골적 욕망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잃어버린 10년, 땅을 사랑한 사람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장관으로 추천된 어느 대학 교수는 너무 많은 땅과 집을 부적절하게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결국 장관이 되지 못했다. 그는 장관이 되지 못한 것이 너무 억울했던지 자신은 단지 '땅을 사랑한 죄밖에 없다'고 강변했다. 그리고 어느 장관은 100억 원을 넘는 부동산을 가진 것을 지적당하자 한류로 유명한 영화배우 배용준 씨를 들먹이며 자신의 재산이 결코 많지 않음을 호소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강부자·고소영 내각이라는 비판이다. 민주정권 하에서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면서 어려운 서민 경제를 살리자던 사람들의 실체를 살펴보니 사실 그 사람들은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땅과 집을 열렬히 사랑함으로써 엄청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었다.

다른 한편 1997년 경제 위기 이후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터에서 쫓겨나고 자기 집 마련을 위해서 허리가 휠 정도로 빈곤하게 살아가고 있다. 1997년 이후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는 매우 극단적으로 심화되고 있으며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은 고물가 저성장의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수입 명품을 소비하는데 거침이 없다. 한국 사회가 외국의 고가 명품의 강력한 수입국가로 등장한 것은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이 시기와 맞물린다.

신자유주의 체제 이후 서민들과 사회 빈곤층은 하루하루의 생존을 걱정하면서 일명 쪽방촌이나 닭장촌에서, 그리고 임대아파트에서 절망적인 현실을 견뎌내고 있다. 무분별한 환경 파괴적 도시재개발로 서울을 쫓겨나 수도권 외곽으로 이주하는 서민들의 모습과 용산 참사 등을 우리는 수시로 보고 있다.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 감당하기 힘든 사교육비, 경제적 양극화로 인한 교육의 양극화 현상, 불안정한 비정규직의 확대 등이 오늘날 민주공화국을 표방하는 대한민국의 서민들이 겪고 있는 일상적 현실이다.

경제적 빈곤은 평화로운 가정을 파괴하여 사람들에게 극단적 선택을 하도록 몰아세우고 있다. 경제적 가난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가야 할 국민들은 민주공화국의 헌법 속에서만 무기력한 주권자의 대우를 받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진정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가, 아니면 허수아비인가?

신자유주의와 황금 인간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사람들의 일상은 무한 욕망의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승객의 처지와 같다. 모두들 신자유주의 체제를 찬양하며 자신들의 개인적 욕망을 극대화하는 데 몰두하는 '황금 인간'으로 살고 있다. 개인의 욕망을 찬양하는 신자유주의는 넘쳐나고 있는 데 반해서, 공동체의 공공의 선을 추구하는 공화주의는 낡은 헌법 속의 공허한 이념으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자신들의 사적 이익을 넘어서 공동체의 공적인 선을 향한 시민적 덕은 이제 지나간 시대의 낭만적 추억이고 환상일 뿐인가? 존엄한 인간의 자유롭고 평등한 삶의 양식을 포기하지 않는 한 우리는 이제 대한민국의 헌법 속에 담겨진 공화국의 이념을 호명해야 하지 않겠는가.

근대 사상가인 존 스튜어드 밀과 아담 스미스 이래의 고전적 자유주의는 인간 삶의 다양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간섭을 최소화함으로써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고자 한다. 고전적 자유주의는 인간 삶의 다양한 영역인 정치, 경제, 사상, 문화, 종교 등의 영역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의식과 행위를 강조한다. 이러한 자유주의 이념은 근대 문명 발전의 핵심적 요소였다.

이와 달리 20세기에 등장한 신자유주의는 시장 자유주의라고도 하는데, 경제 영역뿐만 아니라 인간 생활 전반에 걸쳐 시장의 원리가 제한 없이 관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상 또는 정치적 기획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면 신자유주의란 ①전통적인 경제 영역에서 시장을 즉각적, 무조건적, 무제한적으로 확대 강화하고 ②비경제적인 영역까지 포함하여 인간 생활 전반을 시장 경쟁 원리로 작동시키고자 하는 정책 이념이며 ③시장에 전인격을 포획하고자 하는 정치경제적 기획인 것이다. 결국 신자유주의는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국가의 역할을 축소하고 시장에서 개인들의 무한 경쟁과 자유를 추구하는 이념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 사상은 사회 경제적 체제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구체적 정책을 지향한다. 공적 서비스 시스템에 대한 과감한 민영화 원리 도입, 자본의 국제적 이동과 시장의 확대를 추구하는 자유화, 복지 시스템의 축소, 자본의 이익을 위한 노동 시장의 유연화,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위한 규제 완화 등이 신자유주의 체제가 추구하는 현실적 욕망이다.

시장에서의 개인주의적 욕망이 보다 효율적인 사회 발전을 가져온다는 신자유주의의 이념은 한때 성공하는 듯 했으나 최근의 미국 발 금융위기로 인하여 이제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빠져있다. 개인들의 욕망 추구 행위들이 자연스럽게 사회적 통합과 발전을 가져온다는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은 이제 세계 경제의 위기 속에서 '부끄러운 손'이 되고 말았다.

하이에크와 프리드먼을 추종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은 세계 경제의 위기 속에서 그들이 그토록 비판했던 국가의 시장 개입과 적극적 역할을 호명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신자유주의의 강화를 통해서 자본의 위기를 돌파하려던 기획은 이제 위기에 처해있으며, 무한 경쟁을 추구하던 개인들은 정글 자본주의의 폐해를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사회 경제적 양극화로 상징되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이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이념을 요청받고 있다.

공화주의와 시민적 덕성
▲ <공화주의>(김경희 지음, 책세상 펴냄). ⓒ프레시안

자본주의의 외부를 꿈꾸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개혁을 추구하던 우리 앞에 놓인 냉혹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현재의 구체적 대안은 민주주의의 공고화와 공화주의의 복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의 민주주의 후퇴 논쟁과 공화주의 복권을 위한 대화는 매우 의미 있는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김상봉과 박명림의 공화주의를 중심으로 한 대화와 논쟁은 우리 사회에서 망각되었던 대한민국의 핵심적 정체성에 대한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있다. 또 최장집을 중심으로 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논쟁도 한국 사회의 통합과 발전을 위한 주요한 계기를 제공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김경희의 <공화주의>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공화주의>에서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정치로부터 로마의 공화주의 정치, 근대의 니콜로 마키아벨리와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공화주의 사상, 현대의 한나 아렌트의 공화주의 사상 등 공화주의의 역사적 전개 과정을 핵심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공화주의의 역사적 과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저자가 주목한 정치철학자는 마키아벨리다.

그의 사상은 일반적으로 권모술수의 정치를 지향하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저자는 마키아벨리의 저서 <로마사 논고>를 분석하면서 그가 개인의 사적 이익 추구로 분열된 이탈리아를 통일하고 공동체의 공적 선을 추구하려던 공화주의자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저자는 <공화주의>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왜 공화주의가 다시 복권되어야 하는지를 치밀하게 논의하고 있다. 저자는 자유의 확대와 법치, 사익을 넘어선 공동의 선을 향한 시민들의 자발적 실천,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긴밀한 연관성을 논의하면서 한국 사회의 정의로운 발전을 위해서 공화주의의 재발견과 시민적 덕성의 실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경희는 <공화주의>를 통해 오늘날 신자유주의로 인한 사회적 양극화와 이명박 정부 출현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 민주주의의 후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주요한 정치적 이념과 운동으로서 공화주의의 복권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로마시대 이래 공화주의는 특정한 개인이나 소수 집단에 의한 권력의 집중과 독점화를 비판하고 극복하기 위하여 등장한 것이다.

개인이나 소수 집단, 특정 계급에 의한 권력의 독점화는 사적인 이익 추구로 인하여 필연적으로 부패와 사회적 분열을 초래하는 것이 역사적 현실이다. 따라서 다양한 계층이나 계급이 권력을 분점하고 공공의 선을 목적으로 한 경쟁과 타협을 추구할 때 사회적 통합과 발전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로마 시대의 정치철학자인 키케로는 <국가론>에서 "공화국은 인민들의 일들이다. 그러나 인민은 아무렇게나 모인 일군의 사람들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와 공동의 이익을 인정하고 동의한 사람들의 모임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키케로에 의하면 사적 이익을 위한 개인들의 집합이 아니라, 자유롭고 평등한 인민들이 정의의 실현, 법의 지배, 권력의 분점, 공적 이익 실현을 위해 모인 공동체의 정치체제가 바로 공화정이다.

이러한 공화정의 실현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시민적 덕성을 가진 사람들의 적극적 정치 참여다. 하나의 전일적 사상이 독점적이고 배타적으로 지배함으로써 획일화된 정치 체제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세력에 의한 균형있는 권력 분점과 시민들의 적극적 정치 참여를 통해서 공적인 선을 실현하는 것이 바로 공화주의인 것이다.

신자유주의 체제 하의 개인들은 사적 이익의 추구를 최고의 행위 규범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사회는 경제적 불평등과 독점적 지배, 배타적 욕망만이 넘쳐난다. 따라서 사회는 분열되고 갈등은 필요 이상으로 극단화 한다. 이런 사회에서 사회 구성원들의 활기는 떨어지고 국민적 통합과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장 자크 루소의 지적처럼 사유 재산에 기초한 무한 소유 욕망은 사회경제적 불평등과 인간에 의한 인간의 야만을 결코 극복할 수 없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공화주의 이념과 시민적 덕성의 회복은 우리 사회에 매우 시급한 일이다.

자신의 사적인 욕망을 넘어서 공동체의 공적인 이익을 고려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시민적 덕성은 민주공화국 실현의 핵심적 기초다. 공화주의의 시민적 덕성은 개인의 사적 욕망을 강조함으로써 국가로부터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소극적 자유'의 개념을 넘어서고자 한다. 공화주의는 개인의 욕망이라는 자기 감옥을 벗어나 공동체 안의 개인들이 상호 의존적이며, 개인들이 공동체의 사회정치적 공간 안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때 비로소 자신의 온전한 정체성을 실현할 수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철학을 옹호한다. 즉 공화주의는 공론장에 시민들이 적극 참여함으로써 획득할 수 있는 '적극적 자유'의 개념을 강조한다. 공화주의의 시민적 덕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들의 주장처럼 공동체의 선을 위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적극적 자유'의 실현이 매우 중요하다.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시민이란 자신을 구속하는 법을 제정하거나 그 과정에 참여하는 자유롭고 자율적인 개인"이라고 규정한다. 루소가 정의한 시민의 개념이 바로 적극적 자유를 실천하는 시민이다. 한국 사회의 중대한 문제인 사회적 양극화와 민주주의의 후퇴를 극복하기 대안 전략으로써 공화주의의 복권과 시민적 덕성의 실천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루소가 말한 자율적 시민의 참여와 자치는 필수적이다.

명품 공화국인가 짝퉁 공화국인가

오늘날 한국 사회는 정치의 과잉과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라는 모순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서 성취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에도 시민들의 사회경제적 권리 향상의 문제가 여전히 정치적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현실은 지난 10년간의 민주정권 하에서 시민들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향상되지 않았다는 현실적 상황, 이명박 보수주의 정권의 경제제일주의 통치체제와 시장만능주의에 근거한 무한경쟁 추구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신자유주의 체제 하의 한국 사회의 이런 문제들을 발전적으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공의 선을 추구하는 공화주의의 복권과 참여와 자치를 추구하는 시민적 덕성의 실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사회정치적 갈등을 대표하고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정당정치의 활성화, 시민운동과 민중운동의 활성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특히 정당정치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하여 제도적 공간과 비제도적 공간에서 동시적으로 시민과 민중의 연대를 통한 정치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2008년 촛불 시위로 상징되는 시민과 민중의 적극적 정치 참여와 자치의 실천은 민주공화국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다.

오늘날 지역 분열과 사회적 양극화, 민주주의의 후퇴를 경험하는 한국 사회에 저자가 소개하는 이탈리아 공화주의자 주세페 마치니의 주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신의 형제 중 어느 한 사람이라도 교육받은 자들 사이에서 교육받지 못한 채 고통 받고 있는 한, 그리고 어느 한 사람이라도 일할 수 있고 또한 일하고자 하는데도 일자리가 없어 가난 속에서 하는 일 없이 지내야 하는 한, 당신에게 당신이 가져야만 하는 그러한 조국은 없다. 모두의 그리고 모두를 위한 바로 그 조국을 당신은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다."

'철학자의 서재'는 <프레시안>과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서평 연재입니다. 매주 주말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철학자들이 심사숙고해 선정한 책을, 철학자가 직접 심혈을 기울여 쓴 서평으로 소개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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