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방송'은 왜 PD를 미워할까?
[김종배의 it] 손 봐야 할 대상 1순위는 PD?
2009.11.24 10:12:00
'MB방송'은 왜 PD를 미워할까?
오늘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김인규 KBS 사장이 PD를 성토했습니다. 올 1월 '서울대 동문회보'와의 인터뷰에서 "PD들이 많다보니까 '시사투나잇' 같은 프로그램 막 만들고 프로그램 하나에 PD가 8명씩 매달린다"고 비판했습니다. "방송개혁 1번은 PD 개혁"이라고도 했고 "PD들이 비정상적으로 권력화 돼 있다"고도 했습니다. 거듭 확인했습니다. 얼마 전 사장 선임을 위한 이사회 면접에서 1월 발언에 변화가 없느냐는 질문에 김인규 사장은 "변화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자직과의 통합을 언급했다고 합니다.

김인규 사장만이 아닙니다. 이병순 전임 사장은 취임 직후 '시사투나잇'을 폐지했습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 몇몇은 선임 직후 'PD수첩'을 문제 삼았습니다.

실상이 이렇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PD는 공적이 되고 있습니다. 김인규 사장 말처럼 손 봐야 할 '1번'이 되고 있습니다.

모든 PD는 아닙니다. 대상은 특정 PD입니다. 드라마를 만들고 버라이어티쇼를 만드는 예능 PD가 아니라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만드는 시사 PD로 타깃이 맞춰져 있습니다. 여기서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MB방송'이 정조준하고 있는 대상은 PD저널리즘입니다. PD가 만드는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과녁입니다.

얼추 헤아릴 수 있습니다. 불과 얼마 전의 일, 아니 현재진행형이기도 한 일을 떠올리면 PD저널리즘을 과녁 삼는 심사를 헤아릴 수 있습니다. 촛불시위가 잦아든 후 이명박 정부와 보수세력은 'PD수첩'에 '적의'를 내보였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황금 같은 1년을 앗아간 원흉으로 'PD수첩'을 지목했습니다. 그래서입니다. 'PD수첩'한테 되로 받은 걸 PD저널리즘에게 말로 갚으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해석은 파편적입니다. '심사'를 읽는 실마리는 될 수 있지만 '전략'을 읽는 실마리는 될 수 없습니다. 'PD수첩'이 '계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유일한 '목표'는 아닙니다.

재발 방지, 아니 싹 자르기 차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PD수첩'의 광우병편 같은 프로그램이 재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구조적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단서는 세 개입니다. 기자저널리즘과는 달리 PD저널리즘만이 갖는 고유한 특성 세 가지가 'MB방송'으로 하여금 구조적으로 접근하게 만드는 요인입니다.

기자저널리즘은 '팩트'를 주되게 말합니다. 대중에게 정보만 전달하는 것이죠. 그래서 분절적이고, 대중이 받아들이는 정도는 '인식' 수준에서 멈춥니다. 반면에 PD저널리즘은 '스토리'에 팩트를 녹입니다. 대중에게 '프레임'을 짜주는 것이죠. 그래서 입체적이고, 대중이 받아들이는 정도는 '태도' 수준으로 올라갑니다.

차이는 대중에 대한 영향력만이 아닙니다. 취재원 입장에서 보면 사전 조율 여지가 현격하게 다릅니다. 기자저널리즘에게 '팩트'는 목적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조율(정상적 차원의) 여지가 있습니다. 기자가 어떤 '팩트'를 취재하는지를 알면 기사 방향을 알 수 있기에 '팩트'에 '반박 팩트'를 제시해 보도내용을 중화시킬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PD저널리즘에게 '팩트'는 경로에 가깝습니다. PD저널리즘에게 '팩트'는 스토리 구성의 요소이자 스토리 텔링의 장치입니다. 그래서 조율하기 어렵습니다. 취재원이 아무리 '반박 팩트'를 제시하더라도 가지만 치지 줄기를 베어내지는 못합니다.

이런 차이를 심화시키는 게 바로 취재환경입니다. 기자저널리즘은 출입처를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취재원이 기자저널리즘에 접근할 연결고리가 갖춰진 것입니다. PD저널리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취재원에게 일상적 대응의 여지를 주지 않습니다. 일상적 대응-조율 통로가 아예 없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전통적 저널리즘 원칙에 입각한 사람이 보면 PD저널리즘은 저널리즘이 아닐지 모릅니다. '팩트' 전달을 목적으로 하고, 6하원칙을 방법으로 아는 전통주의자에겐 그럴 겁니다.

하지만 내세울 주장은 아닙니다. PD저널리즘이 전통적인 저널리즘 양식이냐의 문제와는 별개로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PD적 감각에 기초한 사회현상 쫓기의 필요성 또한 부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점이 근거입니다. 'MB방송'의 PD저널리즘 옥죄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근거가 바로 이것입니다.

방법은 얼마든지 새롭게 모색할 수 있습니다. 'MB방송'이 보기에 기존 시사 프로그램이 정말 문제라면 발전적 차원에서 좀 더 나은 시사 프로그램, 좀 더 다듬어진 시사 프로그램 모델을 강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MB방송'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발전적 차원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게 아니라 폭력적으로 청산하려고 합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프로그램이 돌출할지 몰라 아예 뿌리를 도려내려고 합니다. 그래서 폐지를 단행하고 인사권을 휘두릅니다.

방송 논리가 아니라 정치 논리로, 대안모색이 아니라 발본색원을 강구하는 것입니다.
▲ 김인규 KBS사장 내정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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