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이 선수 한둘 생명 끝내는 건 일도 아니다"
[인터뷰] 손민한 프로야구선수협회장이 말하는 노조 설립의 필요성
2009.12.10 08:31:00
"구단이 선수 한둘 생명 끝내는 건 일도 아니다"
프로야구 선수노조 설립 논의가 뜨거운 감자다. 급기야 정치권에서까지 이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9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선수 노조도 일정 정도는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관련기사 : 유인촌 "프로야구 선수 노조, 일정 정도 필요하다").

선수노조 설립 문제로 비시즌 기간에 오히려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손민한 프로야구선수협회장을 만났다. 올해 2년 임기의 협회장직을 연임한 그는 선수노조 설립의 선봉에 섰다. 초대 협회장인 송진우 전 회장(은퇴) 이후 연임한 이는 손 회장이 처음이다.

손 회장은 노조의 필요성을 설명하는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구단이 선수를 상품처럼 주고받는 현실,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며 "선수도 사람"이라고 강변했다. 마운드 위에서 과묵하게만 보이던 그는, 마치 갓 말을 배운 아이처럼 거침없이 말을 이어갔다. 그 동안 모자 챙 아래 숨긴 입이 꿰매어진 채 살아온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는 동료들의 입을 꿰어놓은 실밥도 뜯어내고 싶어한다. 노조 설립을 통해.

인터뷰는 9일 오전 11시 서울 삼성동 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실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세간의 관심을 반영하듯, 인터뷰 중에도 그의 전화기는 쉴 새 없이 울렸다. 이날 그는 오전 8시 라디오 출연하고 11시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뒤 곧바로 다음 인터뷰를 향해 떠났다. 오후에는 개인훈련이 기다린다고 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선수들도 대화 상대방으로 인정 좀 해달라." ⓒ프레시안 최형락

"말을 안 들어주는데 노조 말고 대안 있나?"

프레시안 : 구단들의 반대가 극심하다. 노조를 만들려는 이유가 도대체 뭔가?

손민한 : 우리의 요구 조건은 간단하다. 선수를 대화 상대방으로 인정 좀 해달라는 거다. 선수는 엄연한 프로야구의 구성원이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우리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이 있는) 노조 설립 말고는 방법이 없다. 현재로서는 선수들이 설 자리가 없다.

프레시안 : 상당수 프로야구 팬들이 '돈도 많이 버는데 무슨 노조냐'고 한다.

손민한 : 고액 연봉을 받는 선수들만 보고 그런 얘기들을 하신다. 그런데 500여 명에 달하는 현역 프로야구 선수들 중 억대 연봉자가 얼마나 되겠나? 절대 다수는 낮은 연봉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 선수들을 돕자고 노조 만들겠다는 거다. 파업하자고 만들겠다는 게 아니다.

(프로야구선수협회가 KBO 자료를 바탕으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으로 8개 구단 등록선수 463명의 평균연봉은 약 7515만 원이다. 그들의 나이를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일반인보다 높은 연봉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중 5000만 원 이하인 선수가 297명으로 전체의 64%를 차지한다. 이들의 평균연봉만 따로 계산하면 2636만 원이다. 프로야구 선수 대부분이 경력을 15년도 채우기 버거운데다, 이들이 은퇴 후 인생설계를 준비하기 어려운 현실 등을 감안하면 결코 높다고 볼 수 없다. 편집자)

프레시안 : 원론적으로 노조 설립에 찬성하는 이들 사이에도 '지금은 시기상조'라는 말이 많다.

손민한 : 도대체 언제까지 선수들이 '시기상조'라는 말만 들어야 하나? 10년 전에도 똑같은 이유로 선수노조 설립이 무산됐다. 되묻고 싶다. 선수노조 설립은 언제 하라는 건가?

인터넷 게시판을 보면 '이러다 야구단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들도 많더라. 물론 야구단이 없어지면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여가 수단이 사라진다. 그런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는 바로 노조 설립을 원하는 선수들이다. 그 점을 알아달라.

프레시안 : 노조 설립이 가능하리라고 보나?

손민한 : 최근 몇년 간 법조계에 계신 분들의 의견을 많이 들었다. '프로야구 선수도 노동자로 봐야 한다', '선수들의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말씀들이 많았다. 충분히 가능하리라 확신한다. 사실 선수들이 감독의 관리 하에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점만 봐도 개인사업자로 보기는 무리가 있잖은가?

프레시안 : 전날(8일) '팬들과의 대화'에서 '불참하는 선수가 있더라도 반드시 노조 만들겠다'고 했다. 일부 구단 선수들은 뺀 채 논의가 시작된 건가?

손민한 : 구체적인 얘기가 오간 건 아니다.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됐지만, 선수들이 하나가 되는 게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프레시안 : 만에 하나 현재 분위기가 그대로 유지돼서 일부 구단이 불참한 채 노조가 출범한다면, 대표성이 훼손되는 것 아닌가?

손민한 : 앞서 말씀드렸듯, 모든 선수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게 가장 좋은 건 맞다. 그렇다고 해서 전체가 뭉치지 못했다고 노조 설립을 포기해야 하느냐? 그건 아니라고 본다. 일단 노조가 출범하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결국 삼성 얘기를 하게 되는데, 선수들도 언제까지나 삼성을 핑계 삼아 버티면 안 된다. 삼성이 나머지 7개 구단을 움직일 수 없는 거고, 나머지 선수들이 삼성을 따라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최근 여론을 보면 마치 삼성 라이온즈가 한국 프로야구 전체를 움직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프레시안 : 삼성 라이온즈는 자타공인 한국 프로야구 최고 명문구단 중 하나다. 비단 야구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삼성이 가지는 위력은 막강한 게 사실이다.

손민한 : 선수들에게 삼성은 그저 8개 구단 중 하나일 뿐이다.

"선수도 사람이다"

▲프로야구 선수. 꿈과 희망을 주는 존재. 애국심 발현의 피사체. 그들도 결혼을 고민하고, 재테크를 걱정하고, 자녀 교육 문제에 신경쓰는 '사람'이다. 그들의 노동자성에 대한 고민은 그들이 평범한 생활인이라는 점부터 확연히 인식하고서 출발해야 한다. ⓒ프레시안 최형락
프레시안
: 정리하면, 선수노조 설립을 하려는 이유는 '프로야구 운영의 한 축인 선수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로 이해된다. 그리고 지금 선수협회는 프로야구 규약에 관한 몇 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노조가 설립되면 보다 본격적으로 이 문제가 이슈가 될 것이다. 이 사항들을 좀 살펴봤으면 한다.

(프로야구선수협회는 △비활동기간 훈련 금지 △최저연봉 인상(고졸 2400만 원, 대졸 2700만 원) △연봉감액제도 개정 △연봉조정위원회 구성 △군보류수당 도입 △소속 선수와 1군 등록선수 확대 △2012년까지 외국인 선수 도입 제도의 단계적 폐지 △FA 제도 개정 △에이전트 도입 △트레이드 거부권 준수 △룰5드래프트 도입 △저연봉선수 장비 구입비 보조 △국제대회 참가 시 선수협회의 사전동의 등을 요구한다. 편집자)

먼저 외국인 선수 도입 폐지 건이다. 경기 질의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용병 농사'에 대한 팬들의 관심도 높다. 이 부분을 간과한 것 아닌가?

손민한 : 사실 외국인 선수 문제가 선수들에게 가장 민감하다. 설 자리가 생기느냐 마느냐가 달렸다. 우리도 현실적으로 당장 외국인 선수제도를 없애는 게 불가능하단 걸 안다. 다만 무분별한 확대는 막자는 거다.

그런데 몸값에 상한이 있기 때문에 발표 못할 뿐이지, 구단들은 공개하는 이상의 돈을 외국인 선수에게 지불한다. 그러나 거의 모든 구단이 시즌이 끝날 때마다 외국인 선수들을 교체하기 바쁘다. 현실적으로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 선수 중 팬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킬 기량을 갖춘 선수가 과연 얼마나 되는지 의문이다. 이 과정에서 소비되는 지출이 상당하다. 이는 결국 선수들에게 피해로 돌아온다. 장기적으로는 폐지해도 우리 선수들의 기량에 문제가 없다고 본다.

프레시안 : 트레이드 거부권 조항의 삽입 의무화도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선수노조(MLBPA)의 위상이 강한 미국만 하더라도 계약서에 이 조항을 명시한 선수의 거부권만 보장한다. 선수협은 특정 팀에 5년 이상 뛴 선수에게는 무조건 부여하자고 주장한다. 너무 강경한 것 아닌가?

손민한 : 트레이드는 기본적으로 양 구단이 다 이득을 보기 위해서 하는 거다. 선수도 개인에 따라 '원소속 구단이 좋지만 나를 원하는 구단에서 운동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는 선수들이 거부할 이유도 없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분명 보복성 트레이드가 있다. 또 구단이 선수를 마치 물건 사고팔 듯 하는 경우도 많다. 당장 작년 장원삼(투수, 히어로즈)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구단이 30억 원을 벌려고 선수를 팔려고 했다. 선수는 사람이 아닌가? 이런 경우에 대비하려면 트레이드 거부권 명문화가 필요하다.


프레시안 : 비활동기간 훈련 금지도 논란이다. '연봉 높은 선수야 좋은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훈련할 수 있겠지만, 나머지는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는 입장이 존재한다. 선수들 사이에도 의견이 갈린다는 보도가 나온다.

손민한 : '비활동기간 훈련 금지조항을 지켜야 한다고 보느냐'고 선수들에게 의견을 묻는다면 절대적으로 높은 비율로 '준수하자'는 의견이 나올 거다. 이건 정말 사실이다.

프레시안 : 전략적으로 이 문제를 뒤로 미룰 생각은 없나?

손민한 : 우리가 굳이 이걸 요구하는 건 기존 규정에 이미 명문화 돼 있기 때문이다. 없던 규정을 만들라는 것도 아니고, 있는 걸 지켜달라는 거다. 미루고말고 할 게 없다. 구단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서 10개월치 연봉 주고 미지급 기간에 훈련 시키는데, 그러면 가정이 있는 선수들은 언제 가장 노릇을 하란 말인가. 이걸 '선수들의 운동공간을 없애려 한다'는 식으로 몰고 가는 건 곤란하다.

프레시안 : 장성호, 박한이(이상 FA) 선수가 팀을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FA제도의 불합리성이 이슈가 됐다. 선수협은 FA제도를 미국이나 일본 수준으로 완화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배부른 선수들이 돈 더 받자고 하는 거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손민한 : 야구를 잘 아는 분은 우리 말에 공감하실 거다. 우리의 요구조건이 명문화되면 구단도 득이다. FA제도가 대표적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프로야구 선수들은 FA 자격을 취득하기 어렵고, 취득하더라도 선수가 자유롭게(Free) 원하는 팀과 계약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 조항은 그런데 구단에도 불리하다. 원하는 선수가 FA시장에 나오더라도 전력을 보강할 기회를 얻기 어렵다. 갚아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 관련 조건을 완화한다면 구단과 선수 모두가 이득을 누릴 수 있다.

프레시안 : 요구조건 중 '이 조항만은 절대 관철돼야 한다'는 수준의 마지노선을 설정한 게 있나?

손민한 : 우리가 열 가지가 넘는 요구조건을 내놨다. 이게 노조가 생긴다고 해서 모두 바뀔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단 한 가지라도 선수들의 뜻이 반영된 규약이 생기기를 바란다. 우리는 KBO와 얼마든지 대화를 통해 의견의 차이를 좁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요구를 수용하면 구단도 득이다." 권시형 선수노조 사무총장은 "필요하다면 샐러리캡 적용 등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다. 노조 설립을 준비하는 그들은 언론에 보도되는 모습보다 훨씬 전향적이다. ⓒ프레시안 최형락

"노조 설립주도, 스타 아니면 구단 보복"

프레시안 : 나이가 30대 중반(75년생)이다. 베테랑 선수로서, 이제는 다가올 선수생활의 황혼기에 대비해야 할 때다. 왜 다시 협회장을 맡았나?

손민한 : 내가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선수노조 설립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기인데, 회장을 맡으려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누군가는 노조 문제를 안고 가야 했다.

프레시안 : 당신처럼 고참급 선수보다 젊은 선수들이 협회를 이끄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은 없나?

손민한 : 사실 그렇다. 우리 또래 대부분은 곧 선수생활의 은퇴 길목에 들어설 시기 아니냐. 30대 초반의 중견급 선수들이 협회를 끌고가는 게 좋다고 본다. 지금 현안들이 좋게 풀려서(노조가 설립돼서) 환경이 바뀐다면, 보다 젊은 선수가 프로야구 선수를 대표하면 좋겠다.

프레시안 : 당신이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스타(손민한은 최고 대우를 받는 투수다)라는 점이 우호적 여론을 이끌어내는데 장애가 되는 것 같다. 소수의 고액연봉자 대신 다수의 현실을 반영할 선수가 협회장을 맡는 게 좋지 않을까? 상황은 다르지만, 과거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하는 영화인들의 시위가 한창일 때 가장 큰 피해 당사자인 영화계 스태프들은 언론에 부각되지 않고 스타급 영화배우들만 조명돼 국민적 여론이 나빴다.

손민한 : 물론 그러면 더 좋은 점이 있을 거다. 그런데 선수들에게 그런 요구는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 해서도 안 된다. 만약 안정적으로 팀에 자리 잡지 못한 선수나 1군과 2군을 전전하는 선수가 협회장을 맡는다 치자. 그 선수는 아마 협회장에 오르는 즉시 유니폼 벗어야 할 거다. 구단이 가만 있을 리가 없다. 그나마 팬들의 인지도가 높은 선수가 앞장서야 버틸 수 있다.

프레시안 : 구단에서 회장직 사퇴를 권고받았다. 구체적인 정황을 얘기해줄 수 있나?

손민한 : 팀 사정이 고려됐다. 나는 내년 시즌 팀에 반드시 필요한 선수고, 따라서 내 전력을 팀에 쏟아야 할 때이니 이제는 팀에 돌아와야 하지 않느냐는 게 구단 입장이었다.

내가 선수협회장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구단이 고통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구단에서 '왜 너 혼자 그 짐을 짊어져서 우리 구단까지 피해를 봐야 하느냐'는 말이 나왔다.

프레시안 : 당신이 협회장인 것과 구단의 피해가 무슨 상관이 있나?

손민한 :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내가 알기로는 롯데 선수가 대표자인 선수협회에서 노조 설립 얘기가 나오니 '왜 롯데가 노조 만드는데 앞장서느냐'는 식으로 다른 구단의 사장님, 단장님들이 화냈다. '선수 한 명을 설득 못해서 이 꼴이 되도록 두느냐'는 거다.

프레시안 : 당신이 이 정도면 다른 선수들이 받은 압박은 더 심했겠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일부 구단에서는 "투표무효 기자회견을 열어라"는 지시까지 있었다.

손민한 : 선수들은 정말 약자다. 일일이 다 말하기는 참 어려운데, 구단에서 선수생명을 담보로 위협한다. 구단이 마음 먹으면 선수 한 두 명의 선수 생명을 끝장내는 게 현실이다. 어린 선수들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실제 과거 선수 권익 신장을 위해 활동하던 선수들은 예외 없이 보복 당했다. 선수협 파동 당시 주축이었던 최동원, 김용철, 마해영 등 당신 팀의 선배들은 모두 보복성 트레이드를 당했다. 겁나지 않나?

손민한 : 이 정도의 부작용은 예상했기 때문에 딱히 두렵지는 않다. 불이익이 어느 정도 올 수밖에 없는 게 현실 아니냐. 단지 내 주위 사람들, 특히 가족들이 고통을 받는 게 미안할 따름이다.

프레시안 : 가족들은 당신을 응원해주나?

손민한 : (협회장을) 연임하게 되다보니 일종의 가족회의를 열게 됐다. 가족들은 '그만 둬라. 우리는 원치 않는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나보다 뒤에서 지켜보는 가족들이 더 힘들겠다는 생각을 요즘 한다.

프레시안 : 일부 롯데팬들마저 당신이 회장직을 맡은 것을 두고 비판한다. 올 시즌 성적이 나쁘다보니 더 그런 것 같다. 기분이 어떤가?

손민한 : 음…. 연임하면서 가장 죄송했던 부분이고, 가장 걱정했던 일이다. 나는 프로야구선수 전체를 대표하는 사람이지만, 한편으로 롯데 자이언츠라는 팀에 소속된 선수의 하나다. 그 부담을 떨칠 수는 없다.

팬들에게는 이해를 구할 수밖에 없다. 아니, 이해해 달라고 말하기는 어렵고… 팬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내년 시즌은 정말 중요한 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할 책임이 분명 있고, 그렇게 할 것이다.

▲당신은 야구를 어떤 눈으로 보는가.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에는 선수노조가 있다. 어찌 보면 별 것 아닌 일이 한국 사회에선 유독 크게 이슈화된다. 선수노조 사태는 이를 상징한다. ⓒ프레시안 최형락
프레시안
: 야구계에서 선수노조 설립에 힘을 실어주는 선배들은 없나? 감독이나 야구계 원로 등.

손민한 : 글쎄…. 선수들의 뒤에서 큰 힘이 되어주신다고 생각한다. 아마 선배들이 말씀은 안 하시지만 대부분은 마음속으로 우리가 잘 되기를 기원하시리라고 믿는다. 다만 그분들이 노조 설립 문제로 나와 직접 만난다면 어떤 식으로든 피해를 보시게 되기 때문에 나서지 못하는 것 아니겠나.

프레시안 : 협회에 의구심을 가진 팬들에게 한 마디만 더 해 달라.

손민한 : 나 혼자 힘으로 협회가 움직이지 않는다. 그럴 수도 없다. 언론은 내가 노조를 만들려고 선수들을 선동하는 사람인양 보도한다. 나는 선수들을 대표하는 사람이다보니 앞장 서는 것에 불과하다. 개인적으로 상당히 부담스럽고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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