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해체가 답인가?"
[삼성을 생각한다] "김상봉 교수의 글을 반박한다"
"삼성 해체가 답인가?"
김용철 변호사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가 다양한 논란을 낳고 있다. 주요 언론은 삼성 관련 칼럼 게재를 거부하는가 하면, 심지어 김 변호사의 책 광고까지 거부했다.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삼성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1등 기업 삼성은 왜 공포의 대상이 됐을까. <프레시안>은 독자들로부터 삼성에 관한 다양한 생각을 듣는 기획을 마련했다. <삼성을 생각한다> 독후감을 포함해, 삼성과 이건희 전 회장이 우리 사회에 남긴 숙제에 관한 내용이라면 누구의 글이건 소개할 계획이다. 독자들이 삼성을 생각하는 글은, 이 메일 주소mendrami@pressian.com로 보내면 된다. <편집자>

김상봉 교수가 <프레시안>에 기고한 "지금 당장 '삼성 불매 운동'을 제안합니다"를 읽었다. 김 교수는 이 칼럼에서 국가기구마저 사유화하고 있는 삼성을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삼성 독재, 자본 독재를 끝장 내기 위해 삼성을 해체해야 하며 그 첫걸음으로 삼성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전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한국 사회 모순의 핵심에 삼성 문제가 있다는 김 교수의 주장은 타당하다. 그러나 김 교수의 칼럼 안에는 꽤 많은 오류들이 담겨 있으며 이 같은 오류들이 삼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우선 김 교수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기업'이 무엇인지 도통 모르겠다. 김 교수는 "하지만 우리는 현재와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인간이 아니라 이윤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기업이 주는 일자리는 인간의 삶을 살찌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인간을 도구 삼아 이윤을 남기기 위해 던지는 미끼요 올가미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있다.

위의 발언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시장경제 질서 아래 존재하는 기업 일반 및 기업들의 이윤 창출 행위에 대한 김 교수의 평가는 극히 부정적이다. 기업들이 이윤 창출만을 위해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식의 김 교수의 인식은, 자본이 노동력으로부터 잉여가치를 수취하기 위해 임노동자를 고용한다는 마르크스의 주장과 매우 유사하다. 지금과 같은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활동하는 기업들이 제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경영을 하고 고용을 하고 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이윤을 창출한들 본질적으로 인간을 위한 기업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인 듯 싶다.

그런데 김 교수는 자신이 쓴 칼럼 안에서 갑자기 기업에 대해 취했던 입장을 바꾼다. "기업이 자기의 분수를 지키면서 나라 경제를 살찌우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한에서 우리 모두는 그런 기업을 사랑하고 지지할 것이다"라고 쓴 것이다. 기업이 자기의 분수를 지킨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분명치 않거니와 김 교수의 논리대로 하자면 나라 경제를 살찌우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기업이더라도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 안에 있는 한 '인간'이 아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일텐데 그런 기업을 '사랑'하겠다는 표현을 어떻게 김 교수가 할 수 있는지 모를 일이다.

김 교수가 생각하는 사랑받는 기업상(像)은 이윤 창출에 대한 추구는 자제한 채 나라 경제를 살찌우고 사회에 이바지하는 기업인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오해를 하고 있다. 시장경제 질서 아래에 있는 기업들은 이윤 창출에 대한 추구를 자제함으로써가 아니라 이윤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이윤 창출이라는 결과를 통해 경제를 살찌우고 사회에 이바지한다. 고용, 투자, 기술 및 경영기법 개발 등의 기업활동이 모두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독과점을 형성하지 않는 한, 지대추구 행위를 하지 않는 한,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지 않는 한 기업들의 이윤 추구 행위는 권장해 마땅하다.

▲ 삼성그룹 사옥. ⓒ프레시안
또한 김 교수는 삼성과 이건희 일가 및 이건희 일가의 이익에만 복무하는 가신그룹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있다. 이른바 삼성 문제의 본질은 이건희 일가가 얼마 되지 않는 지분을 가지고 순환출자 등을 통해 시가총액 200조 원짜리 그룹을 사유물로 삼았고, 계열사들을 동원해 이건희 일가만을 위한 불법 비자금을 조성했으며, 이 비자금으로 국가기관들을 매수해 제 편으로 삼았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재용에 대한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온갖 불법과 탈법과 위법 행위들은 이같은 삼성문제의 본질에서서 파생된 사건이다. 물론 이학수와 김인주 등의 가신그룹은 이건희의 의중을 받들어 비자금 조성 및 사용, 경영권 불법승계 등을 설계하고 집행했다. 김 교수가 삼성 특권 혹은 독재의 사례로 든 태안 기름 유출사건, 삼성생명보험의 행태 같은 경우도 이건희 일가와 가신그룹의 독단과 전횡 탓일 가능성이 높다.

즉 김 교수가 민주공화국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까지 여기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이는 삼성 문제의 실체는 삼성의 문제라기 보다는 이건희 일가와 가신그룹의 문제다. 물론 이건희 일가와 가신그룹이 삼성을 공고히 장악하고 있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건희 일가와 가신그룹의 문제를 삼성그룹 전체의 문제로 치환시키는 것은 사실판단의 측면에서도, 전술적 차원에서도 옳지 않다. 김 교수가 삼성 문제의 해법으로 '삼성 해체'라는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도 삼성문제를 진단하면서 이건희 일가 및 가신그룹과 삼성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데서 상당 부분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한편 김 교수는 삼성문제의 해법으로 '삼성 해체'를, '삼성 해체'를 실현할 첫걸음으로 삼성 제품에 대한 '소비자불매운동'을 제안하고 있다. 국가가 삼성 문제를 해결할 힘은 가지고 있으되 의지가 없으므로 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삼성을 해체해야 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삼성 제품에 대한 구매를 거부하자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이건희 일가와 가신그룹의 문제를 삼성그룹의 문제로 등치시키는 오류를 저지른 김 교수는 삼성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엉뚱하게 제시하고 있다.

기실 이건희 일가와 가신그룹이 저지른 행위들은 법치주의와 공정하고 건강한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중대한 범죄행위였다. 그러나 금감원,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시장감시기구와 사법기관(검찰 및 법원)이 제 역할을 했다면 이건희 일가와 가신그룹의 발호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거나 적어도 최소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요컨대 이건희 일가와 가신그룹이 저지르고 있는 패악질의 본질은 '법치주의'의 실종에 연유하는 것이다. 따라서 삼성문제의 해법은 법치주의와 공정한 시장경제를 구현할 수 있는 국가의 구성에 있는 것이지 삼성그룹 해체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삼성 문제는 강하고 유능하고 정의로운 국가를 조직해 이건희 일가 및 가신그룹에게 제 몫을 찾아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일이다. 국가의 지원과 국민들의 성원, 소속 임직원들의 노력 등을 통해 글로벌 기업이 된 삼성을 이건희 일가 및 가신그룹의 문제로 해체하자는 것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 이상의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

김상봉 교수의 지적처럼 이건희 일가와 가신그룹이 다스리는 삼성이 한국사회 모순의 핵심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삼성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삼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삼성 문제의 원인과 해법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김 교수의 칼럼에는 삼성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오히려 어려움을 줄 수 있는 사실적, 논리적 오류들이 적지 않다.

김 교수가 그와 같은 오류를 저지른 이유 중의 하나가 구좌파적 상상력 때문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삼성 문제 해결에 기업 및 자본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삼성 문제는 이건희 일가 및 가신그룹과 삼성을 분리하는 사고, 법치주의를 철저히 구현하고 공정하고 건강한 시장경제를 운용할 수 있는 강하고 유능하고 정의로운 국가의 구성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mendrami@pressian.com 다른 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