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캐롤 가면 '고엽제' 매립지 찾을 수 있다"
퇴역 주한미군 "고엽제 뿌리고 마을 빨래터에서 세척하기도…"
2011.07.25 21:05:00
"캠프 캐롤 가면 '고엽제' 매립지 찾을 수 있다"
"고엽제 매몰 사건이 33년 전에 발생했지만 피해자들은 아직 살아있다.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해봤다고 생각한다.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안다. 고엽제에 노출된 미국인, 한국인들은 이런 사건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해답을 들어야할 자격이 있다."

경북 칠곡 왜관 캠프캐롤에 고엽제가 대량 매립됐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언한 전 주한미군 고엽제 피해자 스티브 하우스 씨는 붉어진 얼굴로 이렇게 말하며 눈물을 훔쳤다. 고엽제 대책회의,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이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전 주한미군 고엽제 피해자 국회 증언대회'에는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1978년 2월부터 1년 간 캠프 캐롤에서 공병대대 건설 중장비 기사로 근무한 스티브 하우스씨는 진성당뇨 2형, 말초신경장애, 녹내장, 피부발진, 심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병을 앓고 있다. 그는 앓고 있는 병이 한국에서 고엽제에 노출된 탓이라고 보고 이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 보훈처와 행정 소송을 하고 있다.

▲ 증언 도중 울먹이는 전 주한미군 고엽제 피해자 스티브 하우스 씨. ⓒ프레시안(최형락)

"매립지 주변에 노란색 거품, 토끼·새 등 죽어있어"

스티브 하우스 씨는 당시 캠프 캐럴 내에서 고엽제가 든 드럼통을 매립한 곳과 매립하던 당시의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말했다. 그는 당시 기지 내에서 매립 공사를 하던 방향을 찍은 사진도 가지고 와 제시했다.

그는 "1978년 초여름 경 어느날 '델타(D) 구역'으로 가서 측량기사를 도와 무엇인가를 묻기 위해 우리가 팔 참호를 측정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D 구역은 캠프 캐롤 내 헬기장 뒤에 있는 고원과 같은 평지였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참호는 폭 25~30피트, 깊이 20~30피트의 크기로 대략 축구장 크기 였으며 모래 재질의 땅에 만들어졌다.

▲ 스티브 하우스 씨가 가져온 고엽제 매립 전 참호 건설 사진. ⓒ프레시안(최형락)

참호가 완성된 후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가 담겨 있음을 뜻하는 올리브 그린 색 바탕에 오렌지 스트라이프 마크가 있는 55갤런들이 드럼통들이 매립됐다. 스티브 하우스 씨에 따르면 캠프 캐롤 기지 내에 있던 드럼 250개가 먼저 매립된 후 외부에서 비슷한 양의 드럼통이 두번 정도 들어왔다. 그는 그 드럼통을 참호에 넣고 불도저로 위에 모래로 덮는 작업을 진행했다.

스티브 하우스 씨는 "이들 통에는 '화학물질, 오렌지', '1967년', '베트남' 등의 글씨가 써있었으며 에이전트 오렌지 외에도 여러 폐기물이나 잔해물을 함께 묻었다"면서 "1978년 가을까지 거의 6개월 간, 일주일에 2~3회 D구역에서 기지 외부에서 들어온 드럼통들을 매립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드럼통들이 녹슬거나 용액이 새고 있었고 드럼통들을 트럭에서 참호에 옮길 때 깨진 드럼통에서 저와 동료 병사들에게 화학 물질이 묻기도 했다"면서 "우리는 수개월 간 반복적으로 종합적인 흉부X-레이 검사를 받았으나 검사하는 이유를 물어도 답해주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작업했던 병사 중 일부는 피부 발진, 심한 기침 등의 문제를 겪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1979년 초에 매립지역을 방문했을 때 참호는 4분의 1정도가 여전히 오픈되어 있고 눈과 물로 덮여있었다"면서 "그 물속에는 노란색, 갈색 거품이 있었으며 죽은 토끼, 새 등의 시체가 있었다. 또 참호 주변의 산등성이 아래 야채들이 모두 죽어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중대장에게 보고했더니 중대장은 참호를 폐쇄하라고 지시했고, 내가 모래로 그 참호를 덮고 평탄화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얼마 뒤 스티브 하우스 씨는 한국을 떠났다.

현재 미국 보훈처는 스티브 하우스 씨가 신청한 장애 수당을 거부한 상태다. 미 보훈처는'1971년 비무장지대에서 근무한 미군 병사들만 고엽제에 노출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스티브 하우스 씨는 "완전한 정의가 이뤄질 때까지 행정 소송을 계속할 생각"이라며 "군인으로 주어진 임무였지만 이 문제에 관련되어 있는 것에 대해 한국민들께서 용서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대장에게도 아무런 '고엽제 안전 지침' 없었다"

한편 스티브 하우스 씨와 함께 방한한 필 스튜어트 씨는 경기도 임진강 인근의 캠프 피터슨과 캠프 이선 알렌에서 복무하던 중 고엽제를 살포하는 것을 봤다고 증언했다. 그는 "부대 수송부에 에이전트 오렌지가 든 55갤런 용량의 드럼통 200~300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며 소속 병사들이 자주 수동 펌프와 분사 장비를 실은 트레일러를 이용해 캠프 피터슨 주변 폭 100m 정도의 지역과 부대내의 차도, 인도에 고엽제를 살포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하 병사들은 살포 작업을 마치고 나면 마을 빨래터에서 분사장비를 세척했다. 또 병사들과 한국 민간인 도우미들은 장병들의 군복을 부대 내의 세면장에서 세탁했고 따라서 오염된 물이 수로로, 캠프와 현지 마을의 상수 공급원으로 흘러들어갔다"면서 "중대장인 저조차도 상급 지휘관으로부터 어떠한 예방 조치나 폐기 지침도 전발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필 스튜어트 씨 역시 피부암과 허혈성 심장질환, 관상동맥 질한, 제2형 당뇨병, 백내장 등을 앓고 있다. 퇴역 군인들이 보상을 받도록 돕는 시민단체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제 중대 부하 중 3명은 고엽제 관련 질환이나 증상으로 사망했다"며 "DMZ 인근에만 고엽제 살포가 이뤄졌다거나 대한민국 육군 병사들만 살포작업에 동원됐다는 미국 정부의 주장은 결단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필 스튜어드 씨. ⓒ프레시안(최형락)

"캠프 캐롤에 가면 매립 위치를 정확하게 밝힐 수 있다"

스티브 하우스 씨는 "캠프 캐롤에 가서 본다면 정확하게 매립 위치를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회의원들과 고엽제 대책회의 등은 26일 임진강 방류 장소를 답사하고 오는 27일에는 스티브 하우스 씨와 함께 직접 경북 칠곡 왜관의 캠프 캐롤을 방문해 매립지를 확인하는 것을 추진 중이나 주한미군 측과 조율이 되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 캠프 캐롤 방문을 두고 정부와 협의 중이나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출입 논의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과연 정상적으로 이뤄질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야당과 민간인 대책회의와 함께 당사자가 현장에 가서 매립한 지점을 지적하는 것을 미군 당국이 못하게 한다면 매립했다고 자백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당사자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반드시 현장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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