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엔 '완치'란 없습니다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깨달음 이후가 더 분주하다
건강엔 '완치'란 없습니다
"종교가 있다면, 신에게 감사하세요."

몇 개월 간 치료를 받아온 환자에게 담당 정형외과 의사가 건넨 말이라고 합니다. 지난겨울부터 이어온 치료의 마침표와 같은 말이어서 저도 환자도 기쁘게 웃을 수 있었지요.

작년 말 요추 디스크가 파열되고 그 수액이 흘러나와 신경을 누르고 있다는 진단을 받은 환자는 병원에서 수술을 권유받았습니다. 하지만 보통의 분들과는 달리 수술보다는 보존적 치료를 통해 회복하려는 의지가 무척 강했습니다. 환자가 가져온 소견서와 MRI결과는 수술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 될 수준이었지만, 환자가 비 수술 치료를 강력히 원했고 응급수술이 필요한 증상은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언제라도 증상이 악화될 경우에는 수술하는 것을 전제로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허리의 상태가 회복되면 좋지만, 설사 수술을 하게 되더라도 치료가 수술 이후 회복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무리 없이 일상을 유지하고 충분한 영양섭취와 금주, 그리고 충분한 수면을 전제로, 요가 선생님을 소개해서 그쪽에서 운동을 하면서 침과 뜸 치료를 병행했습니다. 그리고 인간에게 요통이란 고통을 선물한 직립에 필요한 충맥의 힘을 키우는데 효과적인 한약을 처방했지요. 또한 정형외과에서 처방 받은 약은 중단하기 보다는 통증의 정도에 따라 필요할 때 복용하도록 권했습니다. 

스스로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던 환자는 충실하게 일련의 과정을 잘 따라와 줬고 최종적으로는 담당했던 의사선생님으로부터 위와 같은 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 얼마 후 반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날 내원한 환자의 근육상태가 이전보다 후퇴했기에 물었더니 전날 골프를 쳤다고 합니다. 순간 제 머릿속에서는 ‘띵’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일주일전까지도 어떤 결과가 나올까 긴장하며 병원에 갔던 분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 환자분 말이 더 재밌습니다. 

"저도 걱정하고 쳤는데, 생각보다 너무 멀쩡해서 저도 놀랐어요."

그래서 다시 단단히 잔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환자분의 병은 완치되는 것이 아니다. 나이를 봤을 때 이미 퇴행이 시작되었고, 심각한 증상은 해소되었지만 언제라도 다시 나빠질 수 있다. 지금은 얼음으로 치면 살얼음이 얼은 것과 마찬가지다. 겉으로 보면 단단해 보이지만 세게 구르면 깨지고 만다. 이 얼음을 단단히 얼리는 데는 치료보다 생활이 중요하다···. 어렵게 얻은 결과를 다시 망칠 듯해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 그런데 이 분 또한 강적입니다. 씩 웃으며 저에게 한 방 더 날리십니다. 

"실은 요가도 요즘은 안 갔어요. 선생님 말씀을 들으니 다시 가야겠네요."

'공든 탑이 무너지랴' 라는 속담이 있지만 진료를 하다보면 공들여 쌓은 결과가 너무 쉽게 무너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특히 병이 중한 상태에서 증상이 호전되었다가 다시 나빠지게 되면 환자도 의사도 함께 힘이 빠지게 됩니다. 

환자들의 입장은 일면 알 것도 같습니다. 애써서 이 정도 되었으면 이제 조금 편하게 지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게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치료를 하다보면 꼭 '여기서 한 단계 더 올라서야 안정되는데' 하는 시점에서 멈추거나 후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강의 내실이 다져지기 전에 겉으로 드러난 증상의 호전을 병이 나은 것으로 오해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병이 가볍고 환자 스스로가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충분할 때는 오해해도 괜찮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조금 더 분발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동안의 노력이 잠시 시간을 번 것에 불과해지기 때문입니다. 

선가에서는 깨달음 이후가 더 분주하다는 말을 합니다. 도(道)를 본 것은 참된 깨달음이 아니고 그 이후에도 더욱 정진해서 도(道)와 하나가 되고 더욱 깊은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건강 또한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암이나 퇴행성 질환과 같이 완치란 말을 쓸 수 없는 병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관해나 부분관해와 같은 상태는 도를 본 것과 같습니다. 아직 좋은 건강을 내 것으로 만든 것이 아닙니다. 그 이후로도 도를 보기 위해 해온 노력을 꾸준히 견지했을 때, 비로소 좋은 건강 속에서 살 수 있습니다. 도리어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니 더욱 바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앞서 이야기한 환자는 며칠 후 내원해서는 요가를 다시 등록하고 오는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날 서로 마주보고 지은 웃음은 신에게 감사하란 말을 들은 날보다 강도는 조금 덜했지만, 그 여운은 아마도 더욱 오래 갈 듯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windfarmer@hanmail.net 다른 글 보기
▶ 필자 소개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