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생존 학생 "구조해 줄 거라고 믿었다"
[세월호 참사 5주기] 민주당 주최 다큐 상영회 및 대담
2019.04.10 09:10:52
세월호 생존 학생 "구조해 줄 거라고 믿었다"

"전혀 의심하지 않았어요. 전교생이 타고 있었던 배였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대피 방법을 알려주거나 구조해 줄 거라고 믿었어요. 친구들이 모두 희생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요. 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저도 그랬어요."

생존 학생 최민지 씨는 5년 전 그 날을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의심 없이 믿었다고 했다. 다 같이 구조될 거라고.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일주일 앞둔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 상영회 및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담이 열렸다.

<부재의 기억>(이승준 감독, 2018)은 세월호 참사 현장 영상과 통화 기록을 중심으로, '2014년 4월 16일 그날 그 바다에 국가는 없었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담은 박주민 최고위원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최민지 씨, 정부자 故 신호성 학생 어머니(4.16 세월호 참사가족협의회 추모부서장), 잠수사 황병주 씨, 이승준 감독, 박봉남 독립PD 감독이 패널로 참석했다.

▲ 4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다큐멘터리 상영회 및 대담회. (왼쪽부터) 박봉남 독립PD 감독, 정부자 故 신호성 학생 어머니,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 생존 학생 최민지 씨, 이승준 감독, 잠수사 황병주 씨. ⓒ박주민 의원실.


"4월 16일 대통령은 없었다"

다큐가 상영되는 동안 객석에서는 탄식과 눈물이 교차했다. 러닝타임 29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영상이지만, 전 국민이 TV 생중계로 세월호가 가라앉는 모습을 지켜보던 그날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최민지 씨와 정부자 씨는 각각 사고 피해자와 유가족으로 다큐에 등장한다.

특히 최 씨가 기울어진 배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며 친구들과 대화하는 모습은, 사고 당시 세월호 내부 상황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다. 그러나 정작 본인에게는 보는 것만으로도 힘든 일. 그는 "사건 이후 이렇게 오랜 시간 직접적인 장면을 본 것은 처음"이라며 감정이 북받치는 듯 울먹였다.

"직접 보니까 괴롭기도 하지만, 그 장면을 계속해서 보면서 저 또한 잊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에게는) 그들을 기억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영상에서 정 씨는 사고 발생 이튿날에도 아들 소식을 들을 수 없자 현장을 찾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4월 17일 새벽 사고 해역(맹골수도)을 가봤더니, 수면 위로 선체 일부만 남아 있었다"면서 "아이들이 살아있을 수 없는 상황인데도 '살아있다'고 하니 애가 타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여전히 애가 타는 듯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버림받고, 내 자식들도 버림받았다'라는 생각에 폭발했어요. 이렇게 있을 수는 없다고 판단한 거죠. (현장에) 대한민국 대통령은 없었어요. 대한민국 대통령은 그 상황을 모면하려고 왔던 사람 중의 한 사람일 뿐이었습니다."

"세월호 공소시효 2년, 진상 규명해 달라"

5년이 흘렀다. 밝혀졌을까? 달라진 게 있을까? 최 씨와 정 씨는 5년 전과 마찬가지로 답답해했다.

최 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대한민국에는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났지만, "진상 규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가정·학교·정부 차원에서 중요성을 인식시켜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세월호 참사 이후 사람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며, 언론과 정치권을 향해 당부했다.

"고등학교 때는 적극적이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었어요. 그런데 사고 이후 성격이 바뀌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어른들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친구들을 눈앞에서 잃고 슬픔에 빠져있는데 그 모습을 포착하려는 기자들, 저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다 보니 어른에 대한 불신에서 나아가 사람에 대한 불신까지 생겨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어른들에게 책임을 묻고 싶어요. '당신들의 행동으로 아직도 많은 트라우마와 상처를 가지고 있다. 평생 지고 가야 하는 짐이다.' 그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정 씨는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공소시효가 2년밖에 남지 않았다며 정치권, 특히 민주당에 당력을 집중해 달라고 호소했다.

"아무것도 해놓은 것 없이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는 갈수록 혼란이 옵니다. 언제까지 유가족이 '안전한 세상 만들어 달라'고 외치고 다녀야 하나요?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민주당은) 그렇게 힘이 없나요? 나는 힘이 없는 엄마지만, 묻고 싶습니다.

숨 쉬고 돌아다니고 웃고 먹고 그러니까 괜찮은 걸로 보이지만, 죽어 있습니다. 죽어 있는데, 그냥 움직일 뿐입니다. 그러나 단 하나, 진상 규명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지 않으면, 다른 참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한민국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2014년 4월 16일 아이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대한민국이 다 같이 봤습니다. 날아가는 새도 봤습니다. 그때를 잊지 마시고요. '함께하겠다. 기억하겠다. 행동하겠다'고 했던 약속, 세월호 참사 5주기인 이때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세요. 지금 이 시점에서 뭐가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생각해 주세요."

한편, 이해찬 대표는 이날 시작부터 끝까지 줄곧 자리를 지켰다. 홍영표 원내대표, 조정식 정책위의장, 노웅래 의원 등도 참석했지만, 중간에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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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기자 overview@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방송국과 길거리에서 아나운서로 일하다, 지금은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기자' 명함 들고 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