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서 공부하고 어릴 땐 놀아야 한다
[학부모님께 보내는 편지] <5> 2. 대학입시까지만 공부하면 된다고? (2)
커서 공부하고 어릴 땐 놀아야 한다
놀게 해야 한다. 
잘 놀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놀 권리를 지닌 존재이기 때문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에서 공부할 에너지를 쌓아놓아야 하기 때문이고
직장에서 즐겁게 일할 힘을 비축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초중고등학생 때에 공부하라 강요하고 
대학생 되어서도 공부하라 이야기하는 것은 
염치없고 미안한 행동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음식 충분하게 먹어야 하는 것처럼, 잠 충분히 자야 하는 것처럼 
어렸을 때는 충분히 놀아야 한다. 
어른 되면 공부해야 하고 일해야 하니까 
어렸을 때라도 많이많이 놀도록 하여야 한다. 
노는 일은 시간 낭비 아닌 성숙의 자양분이기 때문이고 
공부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어른들에게도 놀이와 쉼이 중요한데 
아이들에게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놀이는 우리 뇌가 가장 좋아하는 배움의 방식이다'라는 말
'노는 방법을 아는 것은 행복한 재능이다'라는 말 
음미하고 또 음미할 수 있어야 한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여유 가지고 놀아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인간 이해 능력은 노는 과정에서 길러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기초 지식만 공부하고 
대학에 가서 본격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학습의 효율성 때문이기도 하다. 
공부 역시 세상의 이치를 배우는 일이기 때문에 
어른들은 쉽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도 
중고등학생 때에는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학교 때에는 10시간 낑낑대도 알아내기 힘든 내용을 
대학생이 되면 1시간에 알아낼 수 있다면 
중고생 때에는 놀고 대학생 되어 공부해야 옳은 것 아닌가? 
10㎞ 지점, 20㎞ 지점에서의 순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결승선인 42.195㎞에서의 순위가 중요한 것처럼 
대학 입시를 위한 중고등학생 때의 공부보다 
대학에서의 공부가 더 중요하고 
대학 졸업 이후의 공부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

대학 간판, 생각만큼 중요하지 않다. 
어느 별나라에서 왔느냐고 할 수 있지만 분명한 사실이다. 
공무원 공채 시험에 학력 학벌 요구하지 않고 
의사 변호사 되는데 대학 간판 영향 미치지 않는다.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가고 싶은 직장인 각종 공기업 역시 
명문대 졸업증명서 요구하지 않는다. 
대기업? 이건 잘 모르겠지만 
과거에도 실력 있으면 다 입사가 가능했고 
미래에는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하는 회사가 더 많아질 것이기에  
실력이 학벌을 뛰어넘게 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사실이다.  
아무개는 중고등학교 때 공부 잘해서 명문대 들어갔고 
그래서 어느 회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고등학교 때 공부 잘해서 명문대 들어갔고'는 옳은 말이지만 
'명문대 다녔기에 좋은 회사 들어갔다'는 말은 결코 옳지 않다. 
명문대 아닌 지방 대학에서 공부했을지라도 
'좋은 회사'에 들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명문대 출신은 많고 지방대 출신은 적은 게 사실 아니냐고?
맞다. 사실이다. 그런데 고등학교 실력으로만 뽑는다면 
98%가 명문대 출신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
또, 지역할당제 덕분에 지방대 졸업생이 '인서울' 졸업생보다 
유리하게 되었다는 사실도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고등학교 때 공부가 가장 중요하잖아요, 
인생이 결정되는 시기이니까요. 
3년 고생하면 40년을 편하게 살 수 있는데 어떻게 
자식들이 공부 안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있어요?"
라고 말하는 학부모님들에게  
"고등학교 실력이 인생을 결정짓는다는 사람이 많은데 
명문대 졸업하고도 초라하고 부끄럽게 사는 사람 많고, 
지방대 졸업하고도 성공한 사람 이곳저곳에 많습니다. 
대학 간판이 삶을 결정짓는다고 이야기는 
세상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이야기이고
누군가 만들어낸 가짜 뉴스입니다.
명문대 졸업생들이 성공할 확률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 노력하여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명문대 입학이 중요한 것 아니라 
대학 입학 이후에 노력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아이들은 예쁘다. 이런 예쁜 아이들을 하루 종일, 
억지로 책상 앞에 앉혀두려 하는 것은 죄악이다. 
책상 앞에 앉아있을 뿐 공부하지 않는 아이들을 보면 
옛날엔 밉고 안타까웠는데 요즘은 미안하고 안쓰러운데 
어른들의 잘못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책상 앞에 있는 시간은 많지만 실력은 초라한 아이들 
공부에 흥미도 없고 의욕도 없는 아이들, 
실력 쌓지 못하면서 고생만 하는 아이들, 
아예 책을 쳐다보기 싫은 아이들, 
수업 시간에 졸거나 자는 아이들,
공부가 아닌 출석을 위해서 책상 앞에 앉아있는 아이들, 
남들이 가니까, 또 부모님이 가라 하시니까, 
공부하겠다는 의지도 없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아이들, 
아침부터 엎드려 자면서도 교실을 떠나지 못하는 아이들,
수업 시간에 계속해서 시계만 쳐다보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의 아픔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공부공화국이다. 동서남북 24시간이 몽땅 공부인 나라다.
꿈속에서까지도 오직 공부 공부, 또 공부다.
요람(搖籃)에서 환갑까지 오직 공부뿐인 대한민국이다. 
정말로 공부만이 최선의 방법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모든 아이들이 다 공부 잘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 보면서 이런 생각 해 보았다. 
중고등학생 시절에 공부 잘하였을까?
명문대 입학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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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자기 주도 학습과 한자 공부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은 현직 고등학교 교사. <프레시안>에 '학원 절대로 가지 마라'라는 제목으로 글을 연재했다. <공부가 뭐라고>, <자기 주도 학습이 1등급을 만든다> 등의 저서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