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4월 16일,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
[프레시안 人스타] 박주민 민주당 의원, '세월호를 기억한다'는 것
"5년 전 4월 16일,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

"'5년 전 4월 16일,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는 한 명 한 명 '우주'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들을 한꺼번에 잃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지난 12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기 위해 그의 지역구 사무실이 있는 서울 은평을 찾았다. 불광천이 굽이굽이 흐르는 은평 역시 벚꽃 축제가 한창이었다. 발걸음이 절로 벚꽃 길로 향했다.

불광천을 따라 걷던 중 벚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학생들이 눈에 들어왔다. 봄을 머금은 듯 환한 얼굴이었다. 박 의원의 말처럼 한 명 한 명이 마치 '우주'처럼 보였다.

▲ 4월 1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가 열렸다. ⓒ프레시안(최형락)


"DVR 의혹, 보다 철저하게 조사해야"

그래서였을까? 세월호 참사 5주기 소회를 묻는 질문에 박 의원은 "답답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작업이 더디다. 여러 가지 이유로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답답하다"면서 "어깨가 많이 무겁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특조위(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꾸려졌지만, 아직까지 사실보다는 의혹이 더 많은 상황이다.

특히 지난달 28일 특조위가 "세월호 참사의 주요 증거물인 DVR이 조작된 증거물일 가능성이 크다"며 "2014년 6월 22일 해군이 수거한 디지털영상 저장 장치인 DVR과 특조위가 추후에 확보한 DVR이 서로 다른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다수 발견했다"고 밝혀 논란은 더 커졌다.

특조위는 △ 해군 DVR은 고무패킹이 떨어져 있지만 검찰 DVR에는 고무패킹이 붙어있는 점, △ 해군 DVR은 열쇠구멍이 잠금 상태였는데 검찰 DVR은 내부 자금 걸쇠가 파손된 상태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한 '세월호 DVR'로 알려진 영상은 8분짜리 저화질 영상에 불과하다. 당시 해군 A중사가 입수해서 출수할 때까지 헤드캠으로 총 34분을 찍었지만, 특조위에 제공된 영상은 A중사가 DVR을 수거한 후 수면까지 올라오는 장면만 담겨있다. 지난 5년 동안 진상 규명을 위한 증거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셈이다.

박 의원은 이와 관련해 "보다 많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특별수사단 설치 및 전면 재수사를 위해서는 DVR 의혹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 그는 지금으로써는 "특조위가 보다 철저하게 조사해야 하는 절차적인 부분이 남아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현재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설치와 전면 재수사를 요청하는 청원이 올라와 있다. 또한 지난 13일 열린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문화제에서는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설치'와 '세월호 참사 전면 재수사'라는 구호가 외쳐졌다.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프레시안(최형락)


"세월호 특별법, '그냥 싫다'더라"

박주민 의원의 어깨를 무겁게 누르고 있는 것은 또 있다. '4.16 세월호 참사 피해 구제 및 지원 특별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다. 개정안은 세월호 실종자 수색에 나선 뒤 트라우마와 잠수병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김관홍 잠수사의 이름을 따 '고(故) 김관홍법'으로도 불린다.

2016년 6월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희생자와 피해자의 범위를 민간잠수사, 소방공무원, 참사 당시 단원고 재학생과 교직원 등으로 확대하고 숨지거나 다친 민간잠수사를 의사상자로 인정하는 내용이다.

법안은 지난해 2월 여야 합의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했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지만, 3월 29일 전체회의에서 딱 한 번 논의됐다. 회의록에 따르면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이 반대 의견을 밝혔다. 박 의원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법안이 법사위에서 발목이 잡힌 날, 회의가 끝나고 그분들 식사하고 차 마시는 데 계속 쫓아다녔다. 그런데 안 되더라. 자신이 반대하는 이유를 합리적 말하는 게 아니라, '그냥 싫다'였다."

그냥 싫다? 반대를 위한 반대에 불과한 '그냥 싫다'는 태도는 뭘까? 박 의원은 "반대 입장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규정을 다르게 한다"며 "그것밖에 안 되는 사고인데, 그로 인해 자신들이 정치적 공격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해 1월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의원은 운동화 끈을 다시 고쳐 맬 생각이라고 했다. "법사위 구성이 바뀐 만큼 '故 김관홍법' 통과를 위해 다시 한 번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세월호를 기억한다'는 것은?

조금 상기된 표정의 박 의원에게 '기억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그는 즉답 대신 전날 본 연극 <장기자랑> 이야기를 시작했다. <장기자랑>은 단원고 학생과 생존 학생 어머니로 구성된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세 번째 작품으로, 수학여행을 앞두고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고2 여학생들의 이야기다.

"어제(4월 11일) 은평에서 시민 300명과 함께 <장기자랑>을 봤다. 엄마들이 단원고 교복을 입고 학생으로 분장해 장기자랑을 준비하는데, 정말 행복해 보였다. 배우도, 관객도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 행복한 모습을 보며 웃다 보면, 갑자기 슬퍼진다. 

연극을 보다 보면, '5년 전 4월 16일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된다. 우리는 한 명 한 명 '우주'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들을 한꺼번에 잃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을 기억해 달라는 게 아니다. 행복했던 것만 기억해 달라는 게 아니다. 어이없었던 일, 잘못했던 일을 기억해도 좋다. 다만, 그 의미를 공감하고 계속 유지해 달라. 그렇게 기억하다 보면, 정치적 판단이나 행동을 할 때도 다른 사람들과 다를 것이다. 이윤과 생명을 놓고 저울질하게 되는 상황에서도 다른 선택을 할 것이다."

▲ 4월 1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노란 우산으로 세월호 리본을 만들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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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기자 onscar@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편집국장을 지냈습니다. 프레시안 기자들과 함께 취재한 내용을 묶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등을 책으로 냈습니다. 원래도 계획에 맞춰 사는 삶이 아니었지만, 초등학생 아이 덕분에 무계획적인 삶을 즐겁게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명선 기자 overview@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방송국과 길거리에서 아나운서로 일하다, 지금은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기자' 명함 들고 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