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암 유발 진통제'를 바이오신약으로 허가?
인보사 '무허가 성분' , 코오롱만 몰랐나
2019.04.17 11:40:00
식약처, '암 유발 진통제'를 바이오신약으로 허가?

골관절염 치료를 위한 세계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라는 바이오신약 인보사의 성분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을 때의 성분과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허가 자체가 성급하게 이뤄졌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최근 인보사에 대해 검증한 결과 한국에서 허가받았다는 성분 중 연골재생을 촉진하는 인자를 전달하기 위한 형질전환세포라는 성분은 사람의 연골세포에서 유래된 세포가 아니라, 태아신장에서 유래된 세포로 밝혀졌다.

신장유래 세포는 무한증식 즉 암세포의 특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보사를 개발해 판매하는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형질전환세포 자체가 암세포 특성이 있다는 경고에 따라 방사선을 쬐어 암세포 특성을 소멸시키는 사전처리를 해서 부작용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5년간 임상과 시판 과정에서 부작용이 한 건도 없었고, 실제 성분이 밝혀진 만큼 이름표만 바꾸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가 1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제2의 황우석 사태, 인보사 엉터리 허가 식품의약품안전처 규탄 및 검찰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의 황우석사태, 식품의약품안전처 규탄 및 검찰수사 촉구"


하지만 이미 업계에서는 '인보사는 제2의 황우석 사건'이라는 의혹이 파다한 상태였다. 치료 효과 자체가 증명되지 않은 값비싼 진통제에 불과한데도 식약처가 서둘러 업체가 제출한 자료만을 근거로 허가를 내줬다는 의혹이다. 세포의 종류를 확인하는 간단한 작업을 지난 15년간 업체와 식약처 어느 쪽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과연 실수에 불과한 것이냐는 의문이 남는다.  

그동안 코오롱 측은 형질전환세포는 연골에서 유래된 것이어야 연골재생에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연골에서 유래된 세포가 아니라면, 연골재생효과가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애당초 식약처가 허가해줄 때 인보사의 효능효과는 연골재생 효과가 아니라, 그저 골관절염 환자의 통증과 기능 개선에 불과한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식약처의 허가 서류를 보면, 인보사 투약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MRI 검사를 해봤으나 환자의 연골 상태가 나아진 것은 아니라고 적혀 있다. 즉 인보사 대신 생리 식염수를 맞은 환자와 비교했을 때 연골 손상 개선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보사 허가 1차 심의 때 "증상 완화만을 위해 악성 종양을 유발할 위험이 있는 유전자 치료제를 허가할 이유가 있느냐"는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식약처가 서둘러 허가를 내준 배경에 의혹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전세계 유전자 치료제 중 통증 완화 효과만으로 허가받은 신약은 인보사가 유일할 정도로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오롱 측은 지난해 10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인보사를 보험 급여 대상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3개월만에 돌연 취소했다. 인보사의 임상시험에 슬관절학회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우호적인 평가를 받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슬관절학회 전문가들에 문의한 결과 "의학적 견지에서 보험급여를 권고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인보사에 대한 자료를 검토한 결과 기존 치료제에 비해 통증 완화 및 기능 개선, 관절 구조 회복에서 효과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건약)는 인보사의 허가를 즉각 취소해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건약은 "식약처의 밀실 조사가 아닌 외부 수사기관인 검찰과 경찰이 수사를 개시하도록 해야 한다"며 "추후 다시는 동일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자료를 공개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건약은 "주성분이 바뀐 점만으로도 제품의 허가를 취소할만한 사유가 상당하다"며 "혼입됐다는 종양유발세포의 유해성은 허가 취소 이상의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7년 11월 인보사가 국내에서 본격 시판된 이후 3700명이 넘는 환자들에게 투약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지난 15일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촉구하는 한편, 코오롱과 보건당국에 피해 환자에 대한 의료적 보호조치 및 경제적 배상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장기 추적조사에서 악성 종양발생이 없을 것으로 단정하기 힘들고, 성분이 뒤바뀐 사실을 코오롱이 알고 있었는지 고의여부를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이날 식약처는 인보사 사태에 대한 중간검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책임을 코오롱 측에 떠넘기는 데 주력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식약처의 신뢰도 역시 취약해진 상황이다. 

식약처가 5월까지 추가로 조사한 이후 행정처분 수위를 정하겠다는 입장을 취하자 환자들은 "행정처분이 늦어짐에 따라 이후에 환자들이 취할 수 있는 피해보상 등의 실질적인 조치를 식약처가 방해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 법무법인은 허가사항과 다른 성분으로 악성종양 위험에 노출시켰다는 이유로 환자들의 단체 소송을 추진하는 참여자 모집을 시작했다.

또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17일 '제2의 황우석 사태 인보사 엉터리 허가 식품의약품안전처 규탄 및 검찰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이승선 기자 editor2@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2001년 입사해 주로 경제와 국제 분야를 넘나들며 일해왔습니다. 현재 기획1팀장을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