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금리' 말고 '재정'을 써라
[기고]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하자
문재인 정부, '금리' 말고 '재정'을 써라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3%에 그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거시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다. 소비도 크게 나아지지 않고, 설비투자는 심각한 수준이다. 사정이 이러니 고용관련 지표도 개선되는게 여의치 않다. 경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고용, 투자, 소비가 어려움에 빠져 있으니 문재인 정부가 곤혹스러울 건 당연하다. 대통령 국정수행지지율은 답보상태고,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도 교착국면인데다, 거시경제지표마저 호전되지 않으니 총선을 불과 1년 앞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다급하고 답답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문재인 정부 탓은 아니다. 자유당과 비대언론은 '문재인 정부가 경제를 2년만에 말아먹었다'라는 거짓선동을 입에 달고 살지만, 지금의 경제상황은 글로벌 시장의 위축에다 역대 정부의 정책 오류 누적 때문으로 분석하는 게 옳다. 미국을 제외한 선진국들도 거시경제지표가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세계 경제는 양적완화에 기댄 10년간의 경기확장국면이 끝나가는 단계라고 봐야 할 것이다.

아무튼 현실은 녹녹치 않다. 대한민국 경제주체 가운데 가계는 부채에 허덕이고 있으며, 기업은 몇몇 재벌 위주로 사내유보가 넘치지만 마땅한 비지니스 모델을 못찾아 투자에 인색하다. 이런 국면에선 정부가 대규모 적자재정을 감수하면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사용하는 것이 마땅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명박 정부도 재정을 대규모로 투입해 극도로 위축된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커버하려 했다. 문제는 멀쩡한 강바닥을 팠다는 데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조 원을 강바닥에 부어 재정을 낭비했으며, 환경을 파괴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문재인 정부는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나는 문재인 정부가 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공공임대주택을 확충했으면 좋겠다. 통계를 보면 2019년 현재 대한민국의 총 가구수는 1967만3900가구인데, 그 중 55.9%에 해당하는 1100만7가구의 사람들이 자가보유가구이며, 무주택가구는 867만3893가구에 달한다. 무주택가구 중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가구는 635만9552가구(전체 가구의 32.3%)이고,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가구는 145만6838가구(전체 가구의 7.4%)이다. 또한 대한민국 가구 가운데 비(非)주택에 거주하는 가구는 85만7503가구(전체 가구의 4.4%)이며, 이 중 오피스텔 거주 가구가 42만7773가구(전체 가구의 2.2%)이고, 오피스텔을 제외한 쪽방·비닐하우스·고시원 등에 거주하는 가구는 무려 42만9730가구(전체 가구의 2.2%)에 달한다.

한편 공공임대주택의 수요를 최대로 보면 전체 저소득층(소득분위 1~4분위)가구 중 무주택 가구인 413만1519가구가 해당할 것이나, 그 중 이미 114만9136가구가 다양한 유형의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실제로 더 필요한 공공임대주택의 최대치는 298만2383 가구일 것이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비주택 거주가구의 소멸을 천명하며 재정을 대규모로 투입해 남은 문 정부 임기 안에 공공임대주택 재고총량을 100만 호 더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고 달성하면 어떨까? 이렇게 하면 건설경기도 부양되고, 집값도 안정되며, 안정된 집값 덕에 민간소비도 늘어날 것이고, 주거복지도 달성된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 덕에 쪽방과 고시원에서 해방된 시민들, 높은 임대료에 짓눌려 하루하루를 희망없이 살다 안정된 주거를 얻게 된 시민들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지지자가 될 것이다. 일석오조(一石五鳥)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노파심에 하는 말인데 혹여 문재인 정부가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려는 생각을 한다면 지금이라도 그 생각을 머릿 속에서 지우기 바란다. 근래 신물 나게 경험했지만 금리인하는 투자와 고용과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를 발휘하기 보다는 부동산 등 자산거품만 키운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금리를 인하하면 간신히 안정을 찾은 부동산 시장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 그리되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이 그토록 원하는 총선 승리는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금리' 말고 '재정'을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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