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역,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하다 사망한 김군 3주기에 부쳐
구의역,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개인이건 사회건, 삶을 살아가다가 어떤 한 가지 순간 때문에 그 이전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그 이전과 이후를 나누는 시간들이 있다. 우리에게는 김군 사고, 최근 김용균 씨 사고가 그런 것이었다.

스크린도어 사고는 김군 이전에도 있었다. 성수역에서, 강남역에서 두 명이나 죽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고쳐지지 않았다. 또다시 김군이 죽은 이유다.

김용균 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부화력, 태안화력 발전소에서는 매년 한 명씩 죽어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김용균 씨가 죽은 이유다.

하지만 김군 사고 이후, 김용균 씨 사고 이후 우리는 그 이전으로 결코 돌아갈 수 없다. 지금은 그 때와 다르다.

우리는 이제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그들의 죽음에 빚진 사람이 되었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죽은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빚지며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다. 우리 산사람들은 그 빚을 갚아야 할 책임이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김군은 우리에게 네 가지 숙제를 던졌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위험의 외주화를 막자'.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이야기다. 두 번째, '공공부문부터 좋은 일자리를 만들자'. 우리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만든 일자린데 왜 이렇게 많은 젊은 사람들이 죽는 걸까. 공공부문부터 좀 더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세 번째, '서울시를 비롯해서 지방자치 정부도 책임을 져라'. 지방자치정부 도대체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중앙 정부 뿐 아니라 지방정부도 젊은 사람들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한다.

마지막 네 번째, '갈수록 신산해 지는 청년들의 삶의 자리를 우리 사회가 다 같이 돌보자'.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질 낮고 위험하고 임금이 낮은 일자리만 생기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일자리에서 우리 청년들이 죽고 다치고 병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청년들의 신산한 삶의 자리를 우리가 다 같이 돌보는 게 필요하다.

이런 것들을 김군은 우리에게 던졌고, 우리 산 사람들은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재정연대는 그 중에서 특히 그러한 과제를 다 하게 만들기 위해서 기업에 책임을 묻고 기업이 더이상 이런 살인을 반복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각자 삶의 자리에서 김군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를 해내가면서, 죽은 자들이 우리에게 남긴 빚을 갚으며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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