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청산 이후에도 언론은 왜 그대로인가?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정권교체 이후 언론개혁의 과제
적폐 청산 이후에도 언론은 왜 그대로인가?

세월호 참사 시기 '보도 참사'는 언론에 대한 시민의 불신을 심화시켰다. 정권교체 이후 공영방송을 비롯한 주요 언론사의 변화에 대한 기대는 불신의 깊이에 비례했다. 그러나 변화는 인사 교체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이 글에서는 지난 2년 동안 언론의 변화를 정치적 환경과 시장 상황의 변화라는 두 측면에서 점검하고, '구조로서의 적폐'라는 관점에서 언론개혁을 위한 과제와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


정권교체와 언론


새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지났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예외 상태를 통과하며 이루어진 정권교체는 시민사회의 많은 기대와 요구를 분출시켰고 언론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한국 언론사에서 정권교체는 언론의 정치적 종속성이 변화되는 계기로 간주되곤 했다. 그러나 언론의 변화를 정치적 환경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언론 또한 한 사회의 일부로서 시장과 노동의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문과 방송, 디지털 미디어를 포함한 미디어 시장의 구성 또한 제도와 정책을 통한 국가의 개입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언론의 변화를 점검하고 분석할 때 정치적 환경과 시장의 변화는 분리될 수 없는 요인이다. 


이명박 정부의 출범은 방송산업의 성장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중요한 전환기였다. 2008년 처음으로 정부가 아닌 통신 대기업이 주도한 IPTV라는 새로운 방송 서비스가 출범했으며, 이후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미디어의 시대가 도래했다. 여기에 지상파 방송사 및 보도채널(YTN)에 경쟁 사업자로 종합편성채널 4개사가 허용되었고, 드라마와 예능 콘텐트에 특화된 대기업 방송사(tvN이 대표 채널인 CJ ENM)가 성장 궤도에 올랐다. 


이와 함께 KBS, MBC, YTN, 연합뉴스 등 정권교체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공영방송(언론)의 이사회 및 사장의 임기 중 교체가 이루어졌다. 요컨대 이러한 변화는 현재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근간과 저항의 계기가 만들어졌던 '1987년 체제'와 방송을 포함한 미디어 시장의 재편을 가능케 한 신자유주의 '1998년 체제'의 여파가 중첩되어 만들어진 셈이다. 방송을 포함하여 달라진 미디어 환경과 시장 경쟁의 구도에서 지상파 4사의 시장 경쟁력, 특히 주된 수익원은 광고와 협찬 매출은 급격하게 쇠퇴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인 2012년 기준 KBS의 광고·협찬 매출은 7144억 원에서 2017년 4599억 원으로 35.6%가 감소했고, MBC는 5508억 원에서 3425억 원으로 37.8%, 민영방송인 SBS 또한 5820억 원에서 4679억 원으로 19.6%의 감소폭을 보였다. 이와 함께 인접 채널에 위치한 종합편성채널 4개사와 막대한 제작비를 앞세운 CJ ENM과의 경쟁을 마주하며 지상파 방송사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박근혜 정부의 시기에 더욱 악화된 것은 시청률과 매출 규모뿐이 아니었다. 방송의 핵심 기능이라 할 수 있는 보도에서의 공정성은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었고, KBS 사장의 교체까지 이르렀던 세월호 '보도 참사'는 공영방송 뿐 아니라 한국 언론 전반에 대한 시민의 불신으로 확대되었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이후 2017년 9월부터 2018년 1월 22일까지 약 140여일은 한국 언론사에 중요한 전기로 기록될 시기가 되었다. 두 공영방송사의 파업, 이사회 일부 이사의 교체와 이어진 사장의 해임/선임 과정에 일관되게 나왔던 요구는 '언론 적폐 청산'이었다. 적폐 청산을 지난 시기 쌓여온 제도, 관행, 권력의 남용에 따른 폐단의 개혁을 뜻한다고 보면, KBS와 MBC 뿐 아니라 YTN, 연합뉴스와 같이 정권 교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언론사 내부에서는 지난 정권 기간 누적되어 온 보도, 편성, 제작 및 인사의 문제를 폭로하고 시민의 지지를 통해 이사회의 재구성과 사장 교체를 목표로 삼았다.


주요 언론사의 이사회와 사장의 교체는 이전 정권 교체기와는 분명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물론 공영방송 이사회는 여전히 과거 관행에 묶여 국회 여·야의 추천 비율에 따라 구성되었지만 사장 선임 과정에서 도입된 국민 참여 방식과 후보의 공개 정책 설명회 등은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대한 개혁 요구와 구체적인 대안 논의를 더욱 활발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지난 두 정권 시기 달라진 방송산업 구조와 미디어 테크놀로지 변화에 뒤쳐진 혁신, 방송사 내부 개혁의 지연은 공영방송 및 언론의 신뢰 회복을 위한 충분조건이 되지 못했다. 도리어 언론 적폐 청산이라는 파업과 이사회·사장 교체의 과정은 시민들에게 하향 평준화된 언론과 저널리즘을 향한 평가의 기준을 더욱 높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적폐청산 이후의 언론 불신


2016년 11월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부터 2018년 9월 YTN 정찬형 사장 취임까지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제기된 각 언론사의 적폐와 과거 보도의 문제점은 시민들에게 언론을 '신뢰할 정보원'이 아닌 '부단히 감시하고 평가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이러한 평가의 대상이 된 보도 중 2017년 11월 30일 최승호 MBC 사장의 취임 시기를 기점으로 시민과 시청자의 반발, 또는 논쟁을 불러온 이슈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의 언론 취재 행태와 보도는 본격적인 언론 불신의 정서가 부각된 단초가 되었다. 당시 남북관계 전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가 높았던 분위기에서 북한응원단의 가면을 '김일성 가면'으로 지칭한 노컷뉴스의 오보와 이를 받아 쓴 타 언론사의 보도는 독자들의 거센 항의에 부딪혔다. 이어서 연합뉴스가 북한 응원단이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사진 속보로 올리면서 도를 넘은 취재 경쟁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었다. 


뉴스보도는 아니었으나 그만큼의 대중적 인지도를 갖고 있던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가 당시 중요한 이슈였던 정봉주 전 의원 성추행 사건을 다루어 논란을 확대시킨 때도 평창 올림픽 직후였다. SBS 내부에서도 오보와 편향성에 대한 지적이 나왔고, 6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관계자 징계라는 높은 수준의 제재 결정을 내렸다. 이후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8월 종영을 맞았다.


2018년 7월 21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조폭과 권력: 파타야 살인사건' 편은 상당한 파장을 가져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성남 지역 폭력조직과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이 방송은 이재명 지사 측의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과 방영 후 명예훼손 혐의로 제작진과 SBS 사장을 고발하고 손해배상과 정정보도를 청구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 방송은 SBS 제작진과 이 지사 측의 대립 뿐 아니라 이 지사를 지지하는 시민들과 다른 시민들 간의 공방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이 방송이 논란이 된 것은 단지 이재명 도지사라는 유명 정치인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 공방은 시민들이 과거와 달리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할 뿐 아니라, 언론보도를 선택적으로 수용하여 언론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려는 행동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시민과 시청자의 개입은 2019년 1월 15일 SBS 뉴스로 촉발된 '손혜원 의원 목포 부동산 관련 이익충돌' 논란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전남 목포시 문화재거리 소재 부동산 매입과 관련된 SBS 뉴스 보도는 투기 여부, 차명 거래, 이익충돌 금지 위반의 논쟁을 낳았다. 뿐만 아니라 시민단체가 손 의원을 직권남용 및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고발하고, 손 의원 측에서는 SBS 기자들을 허위사실 적시 및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이 논란은 비단 투기 여부의 문제를 넘어 SBS 뉴스와 대비되는 목포MBC의 연속 보도로 주목 받았다. 이는 전국권역의 방송사가 상이한 여론과 관점을 가진 지역의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반대로 지역 방송사는 지역 여론의 조성과 이해관계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저널리즘 측면에서도 많은 과제를 남겼다. 


한편 2019년 3월 18일, MBC 뉴스데스크가 개편 첫 날 고 장자연 씨의 권력형 성범죄 관련 핵심 증언자를 인터뷰하면서 앵커가 무리한 질문과 요청을 하여 논란을 낳았다. 다음 날 앵커는 뉴스데스크 오프닝 멘트에서 증언자와 시청자를 향해 공개 사과함으로서 사태의 진화에 나섰다.


다음 달인 4월에는 디지털성범죄 근절 운동단체(DSO)가 기자들이 익명 메신저 대화방에서 소위 '버닝썬' 관련 영상, 김학의씨 성매매 의혹 증거 영상 등 다수의 성범죄 영상을 공유하고 성매매 업소 정보를 교환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이 사건은 기자 등 언론인 2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는 대화방에서 벌어진 것으로, 지난 달 착수된 경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다수 언론인의 위법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여성계 뿐 아니라 사회 각계에서 엄정한 수사를 요청하고 있는 이 사건은 이후에도 지속적인 기자 윤리와 전문가주의의 문제로 이어질 심각한 사안이다. 


비슷한 시기였던 4월 3일 연합뉴스TV는 재벌 3세 마약 실태를 보도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상반신을 검은 실루엣으로 처리한 사진을 CG로 처리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실루엣은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고인의 모욕을 위해 사용했던 이미지로 영상편집 담당자의 단순 실수인지, 의도된 작업인지에 대한 논란을 촉발시켰다. 연합뉴스TV는 당일 두 차례의 사과 방송을 내보내고 관련 영상이 담긴 모든 콘텐트를 삭제했다. 


그러나 연합뉴스TV는 같은 달 10일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 한미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며 문 대통령 아래 인공기를 삽입해 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이어진 뉴스 프로그램에서 앵커의 사과 방송이 있었으나 연이은 영상편집에서의 대통령 관련 이미지 사고는 5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연합뉴스TV에 법정제재인 ‘방송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처분을 내리는 사태로 확대되었다. 


KBS는 4월 4일 강원도 산불이 확산되고 있던 긴급 상황에서 특보체제로의 전환이 늦은 것은 물론, 정규 프로그램 방송 중 별다른 예고 없이 다급하게 특보로 전환하는 미숙한 대응을 보였다. 재난주관방송사인 KBS가 다른 방송사보다 늦게 특보로 전환한 점, 기존의 재난보도와 달라지지 않은 채 피해 지역 주민에게 필요한 산불 진행 방향, 정확한 대피 정보의 제공보다 상황 중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 점, 그리고 뉴스특보에서 고성군 생중계라고 표기했지만 실제로는 강릉시에서 보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청자와 시민들의 항의가 가중되었다.


또한 KBS는 5월 9일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로 대통령과의 단독 인터뷰를 방송한 이후 인터뷰 진행자의 질문과 태도로 촉발된 논란에 휩싸였다. 이 방송은 자유한국당이 쓰는 '독재자'라는 표현을 가감 없이 그대로 전달한 점, 부적절한 대통령 답변 도중의 '끼어들기'와 같은 인터뷰를 수행한 기자의 문제점 뿐 아니라 방송 직후 KBS 내외부 종사자들 간의 우호적인 평가가 소셜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시민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구조로서의 적폐


이사의 교체와 사장 해임/선임을 당면 과제로 상정했던 2017년 말~2018년 초의 언론 정상화 투쟁에서 적폐란 곧 '인사'를 뜻했다. 보궐로 임명될 이사와 사장 후보의 자격에 초점이 맞추어져 정치적 편향, 도덕적 흠결, 어긋난 역사관 등 개인에 대한 자격 검증과 옹호의 주장이 오고갔다. 그러나 이사나 사장 등 한 개인의 자격에 맞춰진 적폐 청산은 개혁의 범위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만든다. 개인의 자격과 행적에 대한 시비가 길어질수록 조직의 문제는 은폐되기 쉽기 때문이다.

문제가 없는 언론사의 사장이 교체될 이유는 없다. 사장을 교체해야 할 조직이라면 그 조직의 문제가 무엇인지 평가하고 판단하는 과정이 우선이다. 구성원들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언론사에 정치권과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사장을 교체하고 인사권을 휘두를 때, 이를 이른바 “언론장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언론장악보다 더 치명적인 경우가 있다. 조직의 문제가 무엇인지 규명되지 않은 채 사장 등 핵심 인사들이 교체되는 때이다.


구성원들이 더 이상 이런 언론사에서 일할 수 없다는 인내의 한계점에 이르렀을 때는 바로 조직의 위기를 초래한 구조와 관행이 위태로울 때이며, 그로부터 이익을 얻어온 이들이 위기를 느낄 때다. 이런 조직과 관행이 바로 '적폐'다. 어떠한 변화도 거부하며 자리를 지키려는 이들에게 조직의 문제가 아닌 사장의 자격만을 문제 삼는 상황은 결코 나쁘지 않다. 조직의 문제와 사장 교체의 이유에는 침묵한 채 새롭게 임명된 사장은 구조와 관행의 인정, 곧 적폐의 연장을 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시기 전면적인 구호로 제기되었던 적폐 청산을 앞으로도 인사의 문제로만 환원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서두의 지적대로 지난 두 정권의 시기는 비단 언론사 외부의 정치적 조건이 부여한 제약 뿐 아니라 방송산업의 구조와 시장 경쟁의 상당한 변화가 동반된 때였다. 이러한 이중의 정치경제적 압력은 언론 노동의 생산 과정 내·외부의 관계에 모두 작용한다. 구조로서의 적폐란 언론사 외부에서 부여된 제약만이 아니라 내부의 혁신과 저항의 역량이 쇠퇴하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인 셈이다. 현재도 지속되는 언론에 대한 시민의 불신은 다음의 몇 가지 요인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구조로서의 적폐라 볼 수 있다.


첫째, 관료제의 조직 문화다. 관료제는 비단 국가 기관이나 공무원 조직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내용과 의도보다 절차와 형식의 완결성에 더 초점을 맞추는 조직문화를 관료제라 부를 수 있다. 언론사 조직의 규모가 클수록, 결정과 인사권이 상층에 집중되고 조직 내 본부, 국, 실 간의 분리가 심화될수록 성과나 혁신보다 현재(status quo)를 유지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응이 늦었던 재난 방송이나 방송영상 편집의 연속된 사고가 벌어질 때 언론사에서 내놓는 '매뉴얼'이다. 특히 언론사의 대응 매뉴얼은 보도의 내용과 관점보다 각 부서를 일정한 알고리듬 형식으로 배열하는 모델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단계별로 각 부서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지 경계 짓는 이런 매뉴얼은 관료제의 조직에서 구성원들에게 책임 소재를 서로 떠넘길 명분으로 작용한다. 


강원 산불 대응을 둘러싼 재난 방송의 문제가 지적되자 정부기관과 방송사에서는 신속하게 명령체계의 일원화를 포함한 매뉴얼의 개정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매뉴얼의 어디에도 재난 현장을 시청자나 독자가 아닌 현지 시민들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방법, 관계 기관의 브리핑을 받아쓰지 말고 어떻게 현장을 파악하여 적절한 대응 여부를 물을 것인지의 판단 기준, 사회적 재난이라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을 대하는 태도와 관점에 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재난 대응 매뉴얼의 문제는 단지 재난이라는 예외적 상황에 대처하는 지침이 아니다. 예외 상태에서 드러나는 조직의 문제는 곧 그 조직의 본질이자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를 보여주는 진실의 순간이기도 하다. 


둘째,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서 변화와 혁신을 외부화시키는 조직의 문제다. 방송영상 편집이나 CG에서 부적절한 이미지가 사용될 때마다 언론사 내부에서는 과도한 작업 분량과 촉박한 방송시간을 맞추기 위해 후반 작업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맡긴 결과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언론사 내부 노동시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앞선 관료제의 조직 문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변화에 대한 대응의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빠른 속도로 변하는 미디어 환경과 시장 경쟁은 언론사에 상당한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다. 예컨대 실시간 본방송이나 종이신문 편집 이외의 디지털 미디어 전략, 독자(audience) 중심의 기획, 다양한 포맷의 콘텐트 개발 등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의 시도는 성과나 변화보다 구성원 개인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관료제 조직 문화와 만나 언제라도 해고할 수 있는 노동자, 해체할 수 있는 부서의 신설로 이어진다. 여기에 각 언론사가 처한 수익성 악화와 신규 인력 충원의 감소 등은 이와 같은 변화와 혁신의 외부화를 불가피한 것으로 여기게 만든다. 오래되고 경직된 조직과 업무에 안주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언론사 구성원일수록 새로운 업무와 부서에 참여하기보다 현재 업무의 성과를 더욱 부각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셋째. 출입처와 기자단과 같이 전문직주의(professionalism)를 위장한 비공식적 집단 문화다.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발생한 '김일성 가면' 오보, 북한 응원단에 대한 과도한 사진 촬영, MBC 뉴스데스크의 무리한 인터뷰 등은 과거와 달라지지 않은, 오히려 더 격화된 언론사 간 경쟁의 산물이기도 하다. 언론사 간의 경쟁 심화를 새로운 현상이라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처럼 언론사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성과에 대한 압박이 강화될 때, 앞선 관료제 문화와 혁신의 외부화가 결합되면 무리한 취재경쟁과 저널리즘의 윤리를 경시하는 보도가 늘어난다. 이와 같은 취재 경쟁은 노조 또한 거부할 수 없는 자회사 중심주의를 심화시키는 동시에, 종사자 개인의 이익을 챙기려는 모순된 경향으로 나타난다. 


앞선 사례 중 200여명의 기자가 참여하고 있는 메신저 대화방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언론사 간 경쟁에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고 소위 '물 먹지 않기' 위한 곳이면서 동시에 사적 이익을 채우기 위한 폐쇄성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언론사 간 경쟁 심화는 기자 개인 뿐 아니라 보도국의 자율성을 지탱해 온 전문직주의를 약화시키고 시민과 시청자의 불신을 지속시킬 가능성이 높다. 


넷째, 형식적이고 기술적 수준에 머무는 독자/시청자 참여 방식이다. 일련의 논란들이 가져올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언론사 뿐 아니라 언론 종사자가 독자나 시청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지금보다 더욱 회피하면서 폐쇄적 조직문화에 안주할 경우다. 공영방송 뿐 아니라 다수의 언론사에는 지난 사장 추천에서의 시민 참여(공론화위원회 모델), 시청자위원회·독자위원회의 강화 등을 개혁의 과제로 상정했다. 언론사 홈페이지에는 단순한 제보 창구 뿐 아니라 청원 게시판과 같은 공간을 만들어 참여를 유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독자와 시청자 참여 방식은 '제보자와 평론가'라는 기존의 시민 참여 방식을 확대한 것에 불과하다. 요컨대 달라진 정치 지형과 미디어 환경에서 시민과 시청자가 언론사와 종사자를 대상으로 의견을 제시하고 접근할 커뮤니케이션 경로(청원 게시판, 소셜 미디어, 댓글 등)는 확대되었으나, 언론사와 종사자가 시민과 시청자에게 다가가는 방식은 과거와 달라지지 않은 형식만을 고수하고 있다. 


예컨대 방송사의 시청자위원회는 여전히 프로그램 등 콘텐트에 대한 '시민 심의'의 역할을 맡고 있으며, 퍼블릭 액세스 또한 방송사 콘텐트 포맷과 편성에 맞춰야 하는 '시민 외주'의 경로를 따르고 있다. 재난 방송의 매뉴얼을 만들 때 언론사는 방통위를 비롯한 관련 기관의 지침만을 기다릴 뿐 해당 피해 지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거나 다른 재난을 겪었던 시민과 지자체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만들었는지 의문이다. 


여전히 시청자와 시민을 제보자이자 평론가로 대하는 지금의 형식적 참여 방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다시 국민의 품으로’라는 구호는 그저 선언에 머무를 뿐이다. 지금 저널리즘에서 시민의 참여는 의견의 제시가 아닌 보다 높은 수준의 관여를 요구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참여한 보도와 콘텐트에 대한 평가가 단순한 평론과 비난에 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무엇보다 시민 참여의 형식에 대한 과감한 실험과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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