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 인신매매국: 한국의 민낯
[프레시안 books] <아이들 파는 나라>
2019.07.24 01:47:38
조직적 인신매매국: 한국의 민낯
한국은 세계 최대의 아동 수출국이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 3만 달러를 넘는 국가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인권에 무지한 우리의 민낯이다. 

한국의 아동 수출은 이승만 정부 시기인 1953년 시작됐다. 이후 19개 정부를 거치기까지, 우리는 국제 입양인의 삶을 가끔 티비에 나오는 감동 실화의 조각으로 지나쳤다.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국가의 수출품으로 전락해 타국에서 삶을 개척해 나가야 한 그들의 아픔은 우리 공감대의 바깥 영역에 그간 자리해 왔다. 실상은 감동 신화와 거리가 멀었다. 

<아이들 파는 나라>는 현직 기자와 활동가, 국제 입양의 주인공이 함께 한국의 아동 수출 실태를 파헤친 책이다. <프레시안>에 '한국 해외입양 65년'의 제목으로 연재된 기획 기사를 묶었다. (☞ 기사 묶음 바로 보기)

이승만 정부 당시 아동 국제 입양의 구실은 전쟁고아 구제였다. 하지만 책은 실제 내막을 "모종의 인종청소"로 본다. 

1955~1961년 사이 국제 입양된 모든 아동이 혼혈아였다. 이승만은 인종주의자였다. 순혈주의를 기치로 내건 그의 정치 신조는 일국일민(一國一民)이었다. 이승만에게 피부색이 다른 아이는 한국인이 아니었다. 외부자는 바깥으로 내쫓아야 했다. 책은 부모가 엄연히 존재하는 아이도 외국으로 쫓아낸 사례를 고발한다. 

길거리를 떠도는 아이를 거리에서 치운다는 명목도 국제 입양의 정당성을 만들어내는 데 복무했다. 길 잃은 아이는 고아가 됐고, 곧바로 외국으로 '치워졌다'. 날벼락을 맞은 부모는 평생 자식을 찾아 헤맸고, 졸지에 외국으로 사라진 아이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삶을 개척해나가야 했다. 나쁜 부모를 만난다면? 나쁜 환경에 처한다면? 한국은 그들에게 국가가 아니었다. 

정권이 바뀌었으나 국제 입양은 오히려 폭증했다. 박정희 정권의 국제 입양 장려 목적은 경제발전이었다. 아이가 사라지는 만큼 국가의 복지 부담은 줄어들었다. 정권은 고아입양특례법까지 만들어 "효율적이고 즉각적인" 국제 입양 시스템을 만들었다. 책은 이를 두고 "사실상의 추방 정책"이었다고 비판한다. 

박정희 정권이 만든 입양 시스템은 전두환 정권 들어 폭발했다. 전두환 정권은 이민 확대와 민간 외교를 명목으로 아동을 외국으로 팔아치웠다. 1980년대 10년 간 6만5511명의 아동이 해외로 입양됐다. 

1984년에서 1988년 사이 한 해 태어난 출생아 중 1%가 넘는 아동이 해외로 입양됐다. 기자를 비롯해 이 시기 아동기를 보낸 상당수 한국인은 부모로부터 "바깥에서 놀다가 거지가 잡아간다"는 식의 위협을 듣고 자랐을 것이다. 그 거지 중 가장 힘센 이가 다름아닌 정부였다. "이는 아동 밀매, 납치 등 불법적인 국제 입양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이 집중된 과테말라 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입양된 아이 대부분은 미국에 정착했다. 전체 입양인의 70%가 미국으로 갔다. 미국은 아동 입양 대가로 돈을 지불했다. 1965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06달러였다. 1960년대 한 아이의 국제 입양 대가로 지불된 돈은 약 130달러였다. 한국은 조직적으로 아동을 인신매매해 돈을 번 나라였다.

책을 쓴 전홍기혜 기자는 <프레시안>에서 정치부와 사회부 등을 거쳤다. 여성과 아동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취재하다 국제 입양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게 됐다. 국제앰네스티 한국 지부의 이경은 사무처장과 실제 국제 입양인인 제인 정 트렌카 씨가 이 책을 함께 썼다. 책을 채운 보도는 2017년 7월 민언련이 꼽은 이달의 좋은 보도상과 2017년 앰네스티 언론상, 2018년 제7회 인권보도상을 수상했다. 

▲ <아이들 파는 나라>(전홍기혜, 이경은, 제인 정 트렌카 지음) ⓒ오월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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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기자가 되면 거지부터 왕까지 누구나 만난다고 들었다. 거지한테 혼나고 왕은 안 만나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