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맞은 값 이제 받는 것, 근데 돈으로 해결되겠나"
[언론 네트워크] "수많은 희생자 중 예외적 보상, 제주4.3 특별법 개정해야"
"매 맞은 값 이제 받는 것, 근데 돈으로 해결되겠나"

"이 종이 쪼가리가 대체 뭔지, 사람을 이렇게 집요하게 하네. 매 맞은 값을 이제야 받은 거지. 근데 돈으로 해결되겠나. 4.3은 아직도 풀리지 않았어. 아직도"

71년 만에 제주4.3 형사보상 결정이 내려졌지만 4.3생존수형인들은 억울한 옥살이를 한 채 눈을 감거나 아픔을 간직하며 살아가는 또 다른 4.3 희생자들을 떠올렸다.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이하 4.3도민연대)는 22일 오후 3시 제주지방법원에서 4.3생존수형인과 변호인단을 초대해 형사보상 판결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제주의소리(김정호)


현장에는 김순화, 김경인, 김평국, 박내은, 오희춘 할머니와 박동수, 양일화, 양근방, 오영종, 조병태, 부원휴, 현우룡 할아버지 등 생존수형인 12명과 故현창용 할아버지 유족이 함께했다.

김평국(90) 할머니는 "미친개 패듯 맞았다. 병신 강아지 취급을 했다. 구두발로 때리는데 머리가 뒤틀어질 정도였다"며 "그런 고생을 따지면 돈으로 그 한은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지난 세월이 너무 억울하고 섭섭하다. 사람 꼴이 아니었다"며 "4.3은 돈에 비교할 것이 아니다. 아직도 4.3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49년 김평국 할머니는 아라리(현 아라동)에 살았다. 경찰이 들이 닥친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해안가로 향했다. 김 할머니도 어머니와 동생 2명과 함께 남문통(현 남문로터리)으로 피했다.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다시 아라동 집으로 갔지만 경찰에 붙잡혀 목관아지 앞 제주경찰서로 끌려갔다. 다행히 어머니와 동생들은 풀려났지만 김 할머니는 영문도 모른 채 매질을 당했다.

제대로 된 설명이나 재판도 없이 김 할머니는 유치장으로 끌려갔다. 열흘 후 부두에서 배에 오른 김 할머니는 전주형무소에 수감됐다. 당시에도 죄명과 형량을 알려주는 이는 없었다.

양근방(87) 할아버지는 "형무소에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이런 날이 올지는 생각도 못했다. 4.3도민연대와 변호사의 도움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양 할아버지는 "우리 나이 이제 90이 넘어간다. 이번 일을 계기로 4.3생존수형인 모두 건강하게 살아가길 바란다"며 덕담을 건넸다.

故 현창용 할아버지의 아들 현성원(40)씨는 "예전에는 아버지가 이런 생활을 했는지도 몰랐다"며 "의식이 있을 때 공소기각이 결정이 내려져 그나마 다행이다. 살아 계신 분들 모두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4.3재심과 형사보상 사건을 맡은 임재성 변호사는 이날 현장을 찾아 법원에서 발급한 형사보상 결정문을 생존수형인들에게 직접 전달했다.

임 변호사는 "변호인으로서 기쁜 날이다. 하지만 아직도 2530여건의 불법적인 4.3수형 사건이 남아 있다"며 "수많은 희생자 중 예외적으로 18명만 보상을 받고 명예를 회복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규모 재심을 할 수 있지만 이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결국 4.3특별법 개정을 통해 군사재판을 무효화해야 한다. 이번 형사보상이 4.3특별법 개정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4.3재심과 형사보상을 주도한 양동윤 4.3도민연대 대표는 재심과 형사보상에 이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와 2차 재심 청구 의사를 밝혔다.

양 대표는 "대통령 사과와 희생자 결정이 있어도 국가가 제대로 응답하지 않으면 명예회복 아니"라며 "이번 결정은 국가가 잘못을 인정하고 이 분들에게 사죄문을 드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생존수형인들 모두 고령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한 배상청구와 억울한 옥살이를 한 또 다른 생존수형인에 대한 2차 재심 절차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프레시안=제주의소리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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