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수납원, 도로공사 점거 이틀째 "나와라 이강래!"
[현장] 노조, 직접고용 원칙으로 한 집중교섭 요구
2019.09.10 20:25:13
요금수납원, 도로공사 점거 이틀째 "나와라 이강래!"

한국도로공사의 요금수납원 고용 방안 발표가 있던 9일, 해고된 요금수납원들의 하루는 길었다.

세종시 국토교통부에서 이날 오후 2시 30분으로 예정되어 있던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의 발표를 기다리던 300여 명의 요금수납원은 발표가 나자마자 경북 김천에 있는 도로공사 본사로 달려갔다. 이 사장은 대법원의 요금수납원 직접고용 판결 관련해 해당자들에게 '자회사고용 수납업무' 혹은 '직접고용 조무업무'를 부여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나머지 1, 2심 소송 진행자는 그마저도 일부만 적용하겠다는 고용 방안을 발표했다.  


김천 도로공사를 찾은 요금수납원들 일부는 사장실 앞에 자리 잡고 나머지는 1층 로비를 차지했다. 그러나 곧바로 사측 인원 300여 명과 경찰이 투입되면서 1층 로비를 점거한 요금수납원들은 2층 로비로 밀려났다. 사측 인원 대부분은 건장한 남성이었고, 요금수납원들은 대부분 여성이었다. 이 과정에서 요금수납원 7명이 다쳤다. 


소식을 듣고 달려오는 요금수납원의 수는 시간이 갈수록 늘었다. 모여든 요금수납원들은 "나와라 이강래", "숨지 말고 나와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건물 진입을 시도했다. 물품 반입도 문제였다. 로비로 들어가지 못한 요금수납원들은 로비 안 농성자들에게 침낭을 보내려 했지만, 경찰의 저지로 무산됐다. 


이러한 경찰 및 사측 인원과 요금수납원들의 충돌은 새벽 3시경이 되어서야 소강 상태로 접어들었다.

10일 오전에도 몇 차례 충돌이 이어졌다. 오후 12시경에는 전날 경찰의 강제진압에 항의하며 일부 요금수납원이 경찰 앞에서 상의를 탈의한 채 앉아있기도 했다. 경찰은 여성 노동자들이 상의를 탈의한 상황에도 채증을 계속했다.


▲ 한국도로공사 본사 2층 로비에 앉아 있는 요금수납원들. ⓒ프레시안(최용락)


▲ 응급실로 후송 중인 요금수납원. ⓒ프레시안(최용락)


"1500명 직접고용 원칙으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교섭하자"


도로공사 본사를 점거한 요금수납원들은 이강래 사장과 면담을 갖고 직접고용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해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톨게이트 노동조합은 10일 도로공사 본사 2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이강래 사장과의 면담, 9월 9일 발표한 고용 방안의 폐기, 1500명 직접고용 원칙을 기초로 구체적 방안에 대한 집중교섭을 요구한다"며 "이에 대한 이강래 사장의 답이 없다면 우리는 제발로 걸어 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발표했다.


전날 벌어진 경찰의 강제진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박순향 톨게이트본부지부 부지부장은 9일 상황에 대해 "구조물 위에 올라가 있는 사람을 사측 인원이 밀어 떨어지고 우리가 몸으로 받아내는 일이 있었고, 정년이 내년인 요금수납원이 사측 인원 사이로 들어가자 사지를 잡아서 밖으로 던지기도 했다"며 "경찰은 지켜보고만 있었는데 정말 하늘이 노랬다"고 말했다.

박 부지부장은 "이강래 사장이 노동조합과 만나서 교섭다운 교섭을 했다면 상황이 여기까지 왔겠냐"며 "최소한 발표하기 전에 수납원들과 교섭을 했어야 하는데, 자회사 설립 때와 판결 이후 행동이 너무나도 똑같고 일방적"이라고 성토했다.


전날 가슴 부상으로 인한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후송됐다 돌아온 김희경 서울영업소지회 조합원은 "어제 응급실에서 링겔을 맞고 있는데, '내가 가도 힘은 안 되고 짐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여기 상황이 마음에 걸려 돌아왔다"며 "우리는 도로공사 직원이고 여기가 내 집이라며 우리에게는 여기 남아있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 한국도로공사 본사 2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톨게이트 노조. ⓒ프레시안(최용락)


"청와대와 한국도로공사는 잘못 인정하고 요금수납원 직접고용해야"


이날 비정규직 노동자와 종교, 인권, 법률, 시민사회단체들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도로공사에 1500여 명의 해고된 요금수납원을 직접고용할 것을 촉구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등 30여 개 시민사회단체는 "조직의 대표 중 가장 나쁜 사람은 잘못된 길인 줄 알면서도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서 길을 바꾸지 않는 자"라며 "이강래 사장은 아집을 멈추고 불법파견에 대해 사죄하고 요금수납원 전원을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도 "1500명의 수납노동자 해고에 노동존중은 없고 정규직 전환 판결을 왜곡하면서 노동자를 협박하는 한국도로공사에 정규직 전환 의지는 없다"며 "노동존중과 정규직 전환을 말하던 청와대가 지금이라도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스스로의 잘못을 되돌리고 톨게이트 노동자 1500명을 즉각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명호 장애인일반노조 준비위원장은 "톨게이트 수납엄무를 하는 노동자 중에 장애인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장애인 노동자가 사실상 하기 어려운 조경이나 환경 업무를 하라는 것은 퇴직하라는 겁박에 지나지 않는다"며 "어느 기업보다도 장애인 차별을 시정해야 하고 법원의 판결을 수용해야할 공기관인 한국도로공사가 법원의 판결에 반하고 장애인에게 더 나쁜 일자리를 주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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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기자 ama@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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