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명이 집 1만채 소유, 정치는 뭘 하고 있나?
[기고] 정치권의 '서울 집값 폭등' 문제제기가 반가운 이유
30명이 집 1만채 소유, 정치는 뭘 하고 있나?
지난 1주일간 서울 집값과 관련해서 가장 눈에 띄는 뉴스는 '임대사업자 30명이 보유한 집만 1만 채'라는 기사다. 정동영 국회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기사화한 내용이다.

두 가지 점이 관심을 끌었다. 유력 정치인이 서울 집값 폭등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는 점과 문제제기한 내용이 서울 집값 폭등의 원인을 정확하게 짚었다는 점이었다.

정치권, '서울 집값 폭등 문제'에 함구하다

서울 집값 폭등은 우리 국민의 10% 미만을 수혜자로, 나머지 90% 이상을 피해자로 만들었다. 압도적 다수가 피해자가 되었으니 정치집단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백가쟁명식 정책제안을 내놓을 만도 한데, 현실은 정반대다.

정치인들 입에서 "집값 안정시켜라"라는 하나 마나 한 발언은 많이 나오지만, 정작 서울 집값 폭등의 근본 원인을 밝히고, 집값 하락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제시는 보기 힘들다.

집값 폭등에 책임 있는 집권여당이나 자한당이야 그러려니 하겠지만, 그 책임에서 자유롭고 또 상대적으로 진보 성향인 정의당도 서울 집값을 하락시킬 정책을 제시한 적이 내 기억에는 없다. 내가 과문한 탓도 있겠지만, 최소한 그런 정책을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적극 알리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유권자의 표를 신주 모시듯 하는 정치집단이 압도적 다수 유권자에게 피해와 고통을 안긴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정치엘리트들만의 고도의 정치셈법이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반인의 상식으로 보기에 실로 괴이한 현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런데 민주평화당 대표인 유력 정치인이 서울 집값 폭등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거론하고 그 해결책도 제시했다. 서울 집값 문제가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하는 필자로서는 매우 반가울 수밖에 없다. 한발 더 나아가 법률개정안까지 발의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일단 문제제기만으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분양가상한제'보다 백배 더 중요한 이슈

발표한 내용이 그저 정부여당을 비난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안 하느니만 못 할 것이다. 그러나 발표내용이 서울 집값 폭등 문제를 정확히 진단했다. 최근의 핫이슈인 '민간아파트 분양가상한제'보다 집값에 대한 영향력이 백배 더 큰 정책을 겨냥했다.

언론 기사는 '30명이 1만 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 '1인당 평균 367채 주택 소유"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소수가 과다하게 주택을 소유한 사실에 시선을 못 박고 있다. 그러나 발표내용을 읽어보면, 핵심은 다른 데 있음을 알 수 있다.

'임대사업자에게 과다한 세금 혜택'을 주고, 그 혜택 때문에 '부자들이 대거 주택을 매집'하였으며, 그래서 '서울 집값이 폭등했다'는 것이다.

당연한 귀결로 과도한 세금 특혜를 축소함으로써 다주택자인 임대사업자들이 소유한 주택을 매물로 내놓도록 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임대사업자에게 엄청난 세금 특혜를 제공한 것이 서울 집값 폭등의 중요한 원인이었다는 사실은 이전 글에서 자세히 밝혔으므로 긴 설명은 생략하겠다.

'초저금리정책'과 '임대사업자 세금 특혜 정책'이 폭등 원인

서울 집값을 폭등시킨 경제적 여건을 되짚어보아도 그 원인이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서울 집값이 폭등한 첫째 여건은 넘쳐나는 부동자금이다. 이명박 정부 이후 초저금리 정책으로 시중에 돈이 엄청나게 풀렸다. 흔히 "부동자금"이라 불리는 '광의의 통화(M₂)'가 2007년 말 1278조 원에서 2019년 6월 말에는 2790조 원으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어디로 가야 이익을 낼지 예의주시하던 부동자금을 주택시장으로 끌어들인 계기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 특혜 제공'이었다. 주택을 여러 채 사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하고 8년간 팔지 않으면 거의 모든 세금을 면제하는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2016~2018년의 3년간 서울에서 임대사업자가 매입하여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주택이 약 29만 채에 달했다. 집값이 폭등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저금리 정책'과 '임대사업자 세금 감면 정책'이라는 두 정책이 서울 집값 폭등을 부른 것이다. 서울 집값을 하락시키려면 이 두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이처럼 다수 국민이 겪는 고통의 원인과 해결책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정당과 유력정치인은 입을 꼭 다물고 있다.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을 기다리는 중

내 주위를 보면 서울 집값 폭등으로 밤잠을 못 이룰 정도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도 많다. 인터넷 신문에 올린 글과 유튜브 방송에 달린 댓글을 보면 그들의 불만이 부글부글 끓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정부 정책을 바꾸면 압도적 다수 국민의 고통이 해결될 수 있는데도 그 다수의 입장을 대변할 정치집단이 없는 것이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아마도 우리 국민은 자신들의 편에 서서 정책을 만들어갈 새로운 정치집단의 출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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