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이 아픈 게 아니야, 마음이 아픈거지"
[현장] 3대 종단과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서울 도심 오체투지 진행
2019.11.05 18:44:50
"무릎이 아픈 게 아니야, 마음이 아픈거지"

"(무릎을 짚으며) 여기가 아픈 게 아니야. (가슴을 치며) 여기가 아프지."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 직접고용을 촉구하는 오체투지 도중 쉬는 시간. 뒤에서 따라 걷던 수납원의 "무릎 괜찮느냐?"는 질문에 오체투지를 하던 수납원이 이렇게 답했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오체투지 내내 수납원들 눈시울은 종종 붉어졌다. 


목탁을 치며 대열을 이끈 혜찬 스님(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장)은 그런 수납원들이 바닥에 오체(이마와 코, 두 손, 두 무릎)를 내던지고 일어날 때, 뒤로 돌며 조용히 미소를 지어보이곤 했다. 혜찬 스님이 쓴 모자에는 '직접고용'이라고 적힌 핀이 꽂혀 있었다.


15일 천주교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가 도로공사 요금수납원들과 함께 서울 도심에서 직접고용 촉구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3대 종단의 각 위원회는 이전에도 도로공사 김천 본사에서 종교행사를 진행해왔다.

오체투지에 앞서 이홍정 목사(한국기독교협의회 총무)는 "여러분의 오체투지가 1500명이 불의하게 해고당한 상황을 개혁하기 위해 장기 농성에 돌입한 노동자를 위로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오체투지가 한걸음 한걸음 옮겨질 때마다 여러분의 마음에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정책입안자들이 새로운 희망을 꿈꾸고, 또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 특별히 이강래 사장이 새로운 마음을 품고 직접고용에 선뜻 나설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 스님과 수납원들. 오체투지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라고 불린다. ⓒ프레시안(최형락)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명동성당, 조계사를 거쳐 청와대까지 6시간이 걸린 오체투지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출발한 오체투지 행렬은 차례대로 명동성당과 조계사를 거쳐 청와대로 향했다. 총 6km 정도의 거리였다.

행렬 선두에는 '3대종교 오체투지'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있었다. 바로 뒤에 '노동자는 하나다. 비정규직 철폐'라고 적힌 깃발이 따라붙었다. 이 깃발을 따라 대여섯 명의 스님과 30여 명의 수납원이 오체투지를 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목사와 신부는 이들 양 옆에서 피켓을 들고 섰고, 행렬 맨 뒤에는 100여 명의 수납원이 걸음을 함께 했다. 이외에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도 이날 오체투지에 참여했고,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씨도 수납원들과 같이 걸었다.

온몸을 쭉 펴 땅에 붙이고 다시 일어나 걷기를 반복하는 통에 보통 걸음으로 15분 정도 걸리는 1km가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10도 중반대의 서늘한 날씨에도 중년 여성이 대부분인 수납원들의 머리카락은 금세 땀에 젖었다. 첫 휴식시간, 오체투지를 하던 수납원들은 혹여 추울까봐 소복 안에 껴입었던 옷을 벗었다. 흘러내리는 땀을 막기 위해 머리에 손수건을 동여매는 수납원도 있었다.

수납원들의 오체투지는 지나는 시민의 눈길을 끌었다.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어떤 시민은 "저 힘든 걸 무릎 아파서 어떻게 한대"하며 안타까워하는 반면, 어떤 시민은 차 창문을 열고 "교통 방해하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양쪽의 시선을 온몸으로 받으면서도 수납원들은 묵묵히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조계사를 지날 무렵 오체투지 행렬은 우연히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과 마주쳤다. 수납원들은 "대법원 판결을 받았는데도 네 달째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있는데 문 대통령과 이강래 사장에게 말 좀 해달라"며 "톨게이트 상황에 대해 한 말씀만 해주시라"고 부탁했다. 유 사무총장은 미소를 띤 채 "예, 예" 하고 답변했다.

오후 4시경 오체투지 행렬은 목적지인 청와대에 도착했다. 수납원들은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이강래를 해임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해결하라", "톨게이트 노동자 당당하다"와 같은 구호를 외친 뒤 오체투지를 마무리했다.

▲ 수납원과 만나고 있는 김미숙 씨(왼쪽). 아픈 사람의 마음은 아파본 사람이 아는 것일까. ⓒ프레시안(최형락)


▲ 청와대 사랑채 골목으로 접어들기 전 잠깐 몸을 쉬고 있는 수납원들. 가운데에서 도명화 톨게이트본부지부 지부장이 두 손을 뻗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오체투지를 하며 외려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를 생각한 수납원들


이날 오체투지를 수행한 수납원들은 마음속에 다양한 생각을 품었다.

오체투지를 진행할 때 어떤 생각이 들었냐는 질문에 도명화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본부지부 지부장은 "지난 시간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좋은 시간이었다"고 답했다. 이연우 수납원은 "7월 1일부터 시작된 해고 사태가 빨리 해결되었으면 하는 절실한 마음 하나"라고 말했다.

진명숙 수납원은 "그동안 투쟁하면서 연대해준 분들 생각이 너무 많이 났다"며 "저희가 옳다고 하신 분들을 생각하면서 감사한 마음이 생겼고, 처음 투쟁을 시작할 때는 억울함과 분노를 어떻게 표출할 수가 없었는데, 4개월 동안 투쟁하면서 오늘 특히 마음에 평화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수납원들은 "해고 요금수납원 1500명 직접고용"에 더해 "비정규직 철폐"라는 더 큰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이영미 수납원은 "맨 처음에는 한 번도 안 해본 일을 한다는 생각으로 (오체투지를 하러) 왔는데, 톨게이트 수납원뿐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 생각이 너무 많이 났다"며 "제가 힘은 약하지만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처럼 비정규칙 철폐를 위해 뭔가를 나서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진명숙 수납원은 "어차피 저희는 이긴 싸움이고 직접고용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에 있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 생각이 났다"며 "우리 사회가 빨리 정말 평등하게 같이 살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오체투지가 끝난 뒤 부둥켜 안고 울고 있는 수납원들. 내내 참고 있던 눈물이 이 순간 터져나왔다. ⓒ프레시안(최형락)


▲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 수납원. 오체투지를 위해 손을 합장하고 무릎을 꿇은 모습이 꼭 기도하는 것 같다. 이날 수납원들은 수천 번의 기도를 올렸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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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기자 ama@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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