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초선 40여명 성명 "중진들, 결단하라"
김병준 "문제의 본질은 인적 쇄신 아닌 지도부 지도역량"
2019.11.07 15:23:49
한국당 초선 40여명 성명 "중진들, 결단하라"
자유한국당 내에서 총선을 앞두고 인적 쇄신 요구가 줄을 잇고 있다. 재선 김태흠 의원이 '영남 다선 용퇴론', 비례대표 초선 유민봉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이어 7일에는 당 초선의원 40여 명이 중진들에게 '결단'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당 이양수·신보라·김종석·송언석·김석기·김현아 의원 등은 '당 초선의원 모임' 명의로 이날 오후 발표한 성명에서 "내년 총선에 국민이 거는 기대는 혁신"이라며 "의원 모두 철저한 자기 반성을 통해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는 아름다운 자기 희생에 앞장서야 한다"고 쇄신론을 폈다.

이들은 "그 흐름의 물꼬를 트기 위해 누군가의 헌신과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늘 위기에서 빛났던 선배 의원들의 경륜과 연륜이 또 한 번 빛을 발해야 하는 중요한 때다. 선배 의원들께서 대한민국 정치 발전을 위해 큰 걸음걸이를 보여 달라"고 중진들을 쇄신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특히 "수도권과 같은 전략적 요충지에서 승전보를 전해 달라"고 영남 등 우세 지역 중진의 험지 출마를 요구하며 "선배 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또 "우리 초선의원들은 황교안 대표가 제시한 '보수 대통합'에 적극적 지지를 표명하고 향후 보수 대통합의 길에 밀알이 되기로 결의했다"면서 "내년 총선과 관련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당에 백지위임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앞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유승민 의원 등을 향해 '우파 대통합'을 제안했고 유 의원도 이에 화답했으나, 유승민계 일각에서는 "통합보다는 혁신이 먼저"라며 한국당의 선(先) 혁신을 주장하고 있다. 이혜훈 의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에서 "일에는 순서가 있지 않느냐. 선후를 뒤집어 버리면 될 일도 안 된다"며 "(혁신을)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은 사람에 대한 문제다. 공천, 인재영입 등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초선의원들이 '통합의 밀알이 되겠다'며 거취를 당 지도부에 일임한 것은, 유승민계와의 통합을 위해 자리 정리가 필요하다면 이를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이양수 의원은 성명서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중진 의원들이 결단을 내려준다면 저희도 동참할 수 있다"면서 "동참이라는 것은 내가 낙천이 된다고 해서 나가서 출마를 한다든가 하는 해당(害黨) 행위를 하지 않고, 당의 승리를 위해 뭐든지 감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졸지에 '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중진들은 불편한 분위기다. 부산 4선인 유기준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태흠 의원의 '영남 다선 용퇴론'에 대해 "방향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바이나, 한편으로는 다른 의원들과 의논을 통해서 의견을 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말하는 의원(본인)은 어떻게 할 것인지 말이 없는 부분들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역으로 김 의원의 거취에 대해 반문했다.

유 의원은 "어느 지역, 몇 선 등 인위적 가이드라인을 정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정치공학적 접근"이라며 "(중진 중에도) 선수에 관계없이 우리 당에 꼭 필요한 인재들이 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나중에 공천 심사를 해보면 다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인데, 인위적으로 지역과 선수(選數)를 정해서 말하는 것이야말로 당이 바라지 않는 모습"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전날 역시 부산 4선인 김정훈 의원도 성명서를 내어 "기준 없이 특정 지역만 거론한 것도 문제고, 3선 이상 중진들은 정치를 10년 이상 한 사람들인데 누가 나가라고 해서 나가고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올 사람들도 아니다"라며 "자신의 정치 역정에 비춰 불출마할 사람은 불출마하고, 험지로 갈 사람은 가고, 그래도 안 되면 공천 절차에 따라 교체하면 되는 것이지 감정 생기게 누가 나가라 마라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

김 의원이 "원외 전현직 당 지도부, 지도자를 자처하는 인사들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홍준표 전 대표 등 원외 인사들을 겨냥한 발언을 한 데 대해서도 반발이 나왔다.

홍 전 대표는 전날 SNS에 쓴 글에서 "20대 국회의원 공천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진실한 친박' 한 마디에 '진박 감별사'가 등장하고, 최모 의원을 정점으로 서울·경기는 S와 H가,인천은 Y가, 충남·대전은 K와 L이,대구·경북은 K가, 부산·경남은 Y·P가 공공연히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면서 십상시 정치를 했다"면서 "친박에서 말을 갈아탄 그들이 개혁을 포장해서 벌이는 정치쇼"라고 편치 않은 심경을 드러냈다. '충남의 K'는 김 의원을 지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도 이날 "문제의 본질은 인적 쇄신 그 자체가 아니라, 당 지도부의 낮은 지도역량"이라며 "이대로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라고 황교안 지도부를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선수가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명분·원칙·기준을 하루빨리 마련하라"며 "그 이전에 지도부와 그 주변 인사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어야 그립(장악력)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저의 대구 출마 가능성에 대한 비판과 수도권 출마 요청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제 판단만으로 출마 여부와 지역구를 결정할 생각은 없다. 문제가 제기된 만큼 숙고하겠다"면서도 "대구 출마는 그 나름 의미가 있다. 대구 출신으로 그중 가장 어려운 지역에서 그 일익을 담당하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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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 nowhere@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국제팀에서 '아랍의 봄'과 위키리크스 사태를 겪었고, 후쿠시마 사태 당시 동일본 현지를 다녀왔습니다. 통일부 출입기자 시절 연평도 사태가 터졌고, 김정일이 사망했습니다. 2012년 총선 때부터는 정치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