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복-공로명 前국방-외무 손자도 '국적포기'
오-공, 평소 "국가안보" 외치며 현정부 대북-대미-대일정책 비난
2005.05.27 18:48:00
오자복-공로명 前국방-외무 손자도 '국적포기'
개정 국적법이 지난 4일 국회를 통과한 뒤 24일 발효될 때까지 국적을 포기한 사람 가운데 오자복 전 국방부장관과 공로명 전 외무부장관의 손자들도 포함된 것으로 밝혀져 또한차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한 때 국가의 안보를 책임 맡았던 국방-외교 최고책임자 가족의 이같은 국적포기 결정은 '우리나라의 국방-외교의 핵심부에 치명적 구멍이 뚫려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은 최근까지도 "국가 안보"를 외치며 현 정부의 대북-대미-대일 정책 등을 신랄히 비판해온 인사들이어서, 이들의 이중행적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고 있다.

***전직 국방장관 오자복씨-외무장관 공로명씨 손자 국적 포기**

법무부는 26일 국회 법사위 의원들에게 '국적이탈 및 취하자 명단'을 제출했다.

법사위 소속인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27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명단에 게재된 호주 명단을 분석한 결과, 오자복 전 국방장관과 공로명 전 외무장관의 손자손녀가 국적포기자 명단에 포함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이들의 이름을 공개하며 "공인으로서 사회에 대해 자기들의 주장을 밝혀야 하고 사회적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오자복씨(75)는 노태우 정권 시절 국방부장관을 지낸 국방원로.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오씨의 손자(17)와 손녀(15)가 지난 10일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선택했다.

또한 김영삼 정부 시절 외무부장관을 지낸 공로명씨의 손자 두 명(11)도 지난 13일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선택했다.

이들이 국적을 포기한 10일과 13일은 국적 포기에 대한 사회 비난여론이 들끓던 시점이어서, 국방장관은 지낸 오씨와 외교장관을 지낸 공씨가 비난여론을 알면서도 국적 포기를 허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실제로 오자복씨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손자의 국적 포기는 아들이 최종 결정한 문제지만, 외국에서 낳았고 한국말을 못해 한국에서 대학에 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국적을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해 국적 포기 사실을 사전에 알았음을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그는 "미국시민권을 가진 자와 아닌 자는 공부를 하는 데 차이가 있어 국적 포기라는 힘든 결정을 내린 것 같다"며 "병역 기피를 위한 것이 절대 아니고, 공부 끝나고 받아준다면 언제든지 병역의무를 다할 생각이 있다"고 주장했다.

***오자복-공로명, 평소엔 "국가안보" 열창**

그러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오자복 전 국방장관은 참여정부 출범이래 '국가안보'를 앞세워 국보법 폐지, 국방백서의 주적 개념 삭제 등에 강력 반발하며 보수장외집회 등을 주도해온 인사라서, 그의 앞뒤 모순된 행동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현재 예비역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 회장이자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한 오씨는 참여정부 출범부터 현정부를 친북정권으로 규정한 뒤, 서울 시청앞 집회 등에 직접 나서 현정부를 비판하는가 하면 보수원로 시국선언을 발표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해 시국선언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파기를 주장하며, 노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주장하기까지 했다.

그는 또 국보법 개폐 논란이 뜨겁던 지난해와 올초 열린우리당 수뇌부 등과 공개리에 만나 '국보법 폐지 절대 불가'를 압박해 우리당의 굴복을 얻어내기도 했었다.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공로명 전 외교장관도 최근 각종 공식석상에서 국가존망 차원에서 한미, 한일 관계 악화를 비판하며 한미일 공조를 재건해 북핵위협에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한 예로 지난 9일 (사)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 초청 강연에서 그는 "한미동맹이 해체냐 존속이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정부의 '균형자론'을 예로 들며 "정부에선 2차대전 이후 동북아 균형자역할을 해 온 미국 대신 한국이 균형자역할을 하겠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대통령 주위에서 이런 말을 하게끔 만들고...현실을 무시하고 망상(妄想)에 사로잡혀 국가대계를 망치는 사태가 안타까울 뿐"이라고 맹성토했다.

주일대사 출신으로 일본통이기도 한 그는 또 역사왜곡교과서-독도 파동으로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된 지난 4월15일에는 제37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한일 양국은 동북아에서 유일하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해온 자유우방이자 사실상 동맹관계를 유지해온 이웃"이라며 대북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한일 공조를 굳건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역사교과서 왜곡 수정요구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의 날 철회 요구에 대해서도 "(정부가) 기대할 수 없는 성과를 환상화해 국민에게 전하는 것은 책임있는 행동이라고 할 수 없다"고 일축한 뒤 "독도문제로 격앙된 국민 중 일부는 옥석을 가리지 않고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만이 애국애족적 행동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부분 병역 피해 미국행**

한편 이날 법무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5월6일부터 23일까지 국적업무출장소 및 지방출입국사무소를 통해 국내에서 국적이탈 신고를 한 인원은 모두 1천62명으로 나타났으며, 같은 기간 국적이탈을 취하한 인원은 1백2명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는 국적 이탈을 신고한 1천62명 가운데 9백93명(93.5%)이 미국을 선택했다. 이밖에 캐나다가 21명, 기타 48명으로 집계됐다.

국적이탈자 연령별로는 1~5세가 1백79명, 6~10세가 1백38명, 11~15세가 4백43명, 16~20세가 2백99명, 20세이상이 3명으로 드러나 대부분이 병역면탈을 목적으로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직업별로는 공무원이 9명, 상사/회사원이 5백78명, 학계 2백75명, 기타 2백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접수된 재외공관 5백33건과 지방출입국사무소 2백25건에 대해선 법무부가 세부 내용을 취합하지 못해 통계에서 빠져 있어, 이들까지 포함할 경우 공직자 자녀 등의 국적이탈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이날 법무부가 국회 법사위원들에게 26일 제출한 자료는 1백92쪽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지만, 법사위 의원들이 요구한 국적포기자의 부모의 명단이 아닌, 국적포기자 본인의 생년월일과 주소, 본적, 선택한 국적만 적시해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법무부는 "부모의 성명 및 직업은 개인의 사생활에 관한 자료로서 이를 제출할 경우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제출하기 어려운 점을 양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명단엔 국적포기자의 호주의 이름이 나와 있어 오자복-공로명 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를 통해 제한적이나마 추적이 가능하고, 재외공관과 지방사무소를 통해 접수된 명단도 공개될 경우 추가적으로 고위 공직자의 이름이 튀어 나올 가능성도 있어 파문은 쉽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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