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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7시간 노동, 과로사하는 제화노동자들
[비정규노동자의 얼굴]<3> 정기만 제화 비정규직 노동자
2013.06.26 01:43:04 , 사진/이상엽 글/이혜정 <비정규노동> 편집장

한국에서 비정규직이 널리 퍼진 것은 1997년 IMF 구제금융 위기 이후입니다. 빠르게 자리 잡은 이 시스템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수많은 폐해를 만들어 왔습니다. 오늘날 비정규직 문제를 생각한다는 것은 사회의 건강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답을 구하는 첫걸음일 것입니다.

비정규 노동자의 얼굴을 봅니다. 얼굴로 정규와 비정규를 가를 수 있을까요? 그들은 다르지 않습니다. 비정규직 이전에 같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얼굴을 보는 것은 이들이 다른 존재가 아님을 아는 과정이며, 차별이 어느 지점에서 발생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수순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우는 기회일 것입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이기도 한 이상엽 기획위원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얼굴을 사진에 담아 보내왔습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비정규 노동자의 이야기를 사진과 음성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상엽 기획위원의 사진과 이혜정 <비정규노동> 편집장의 글이 어우러지는 이 연재는 매주 본지의 지면과 이미지프레시안을 통해 발행됩니다. <편집자>


나는 올해 쉰이구요. 일 한 지는 30년이 좀 넘었어요. 넉넉지 못한 가정에서 태어나 기술을 배워야 했어요. 그래야 먹고 사니까요. 중학교를 졸업하고 어머니가 "너 양복 일 배울래, 양화점을 갈래?"라고 하셔서 양화점을 택한 거예요. 저는 구두 일 말고 다른 일은 해 본 적이 없어요. 우리는 저부와 가피일을 해요. 구두 밑에 창을 붙이는 일을 저부라 그러고, 박음질을 하는 것을 가피라고 해요.

90년대 후반부터 우리는 노동자가 아니게 되었어요. 사업주들이 저부, 가피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사업자 등록을 하게 했거든요. 하지 않으면 일감을 주지 않아요. 개수임금제라고 해서 구두 한 켤레 당 돈을 받는 도급노동자가 된 거죠. 공장장, 디자이너, 재단사, 패턴사들은 관리자여서 4대 보험이 적용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죠. 퇴직금도 못 받아요. 노동자로 인정을 받지 못하니까요.

게다가 지금은 중국산 신발들이 싼 값에 몰려들어서 일감이 줄고 있어요. 하청 공장들의 단가 경쟁 때문에 임금이 더 낮아졌죠. 백화점이 수수료를 3%만 낮춰주면 6천원의 여지가 생겨요. 그러면 가피, 저부도 임금인상을 할 수 있는데 백화점에서 해주질 않아요.

제화 쪽에는 성수기, 비수기가 있어요. 성수기 때는 하루 17시간씩 일을 해요. 새벽 6시에 나와서 11시에 들어가죠. 노동강도가 높아서 돌아가신 분들도 더러 있어요. 최근에 저부로 일하던 분이 밥 먹다가 쓰러져서 뇌사로 돌아가셨어요. 젊은 사람이었는데도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우리는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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