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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서른 개에 복도청소까지, 늙은 몸에 고달파요
[비정규노동자의 얼굴]<5> 최남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2013.07.09 15:13:11 , 사진/이상엽 글/이혜정 <비정규노동>편집장

한국에서 비정규직이 널리 퍼진 것은 1997년 IMF 구제금융 위기 이후입니다. 빠르게 자리 잡은 이 시스템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수많은 폐해를 만들어 왔습니다. 오늘날 비정규직 문제를 생각한다는 것은 이 사회의 건강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한 첫걸음일 것입니다.

비정규 노동자의 얼굴을 봅니다. 얼굴로 정규와 비정규를 가를 수 있을까요? 그들은 다르지 않습니다. 비정규직 이전에 동등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얼굴을 보는 것은 이들이 다른 존재가 아님을 아는 과정이며, 차별이 어느 지점에서 발생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단서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우는 기회일 것입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이기도 한 이상엽 기획위원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얼굴을 사진에 담아 보내왔습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비정규 노동자의 이야기를 사진과 음성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상엽 기획위원의 사진과 이혜정 <비정규노동> 편집장의 글이 어우러지는 이 연재는 매주 본지 지면과 이미지프레시안을 통해 발행됩니다. <편집자>

나는 청소노동자입니다. 이름은 최남순, 나이는 올해로 66세입니다. 여기서 일 한지는 6년 접어들었어요. 충남대병원 1층 외래에서 일해요. 이 병원에 치료를 다니다가 아는 언니를 만났어요. 농담 삼아 "언니만 다니지 말고 나도 좀 같이 허자" 그랬는데 진짜 자리가 나서 일하게 됐어요. 병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가운데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을 모아 만든 노동조합을 민들레 분회라고 그래요. 나는 민들레 분회 분회장이기도 합니다. 하루 8시간 가운데 4시간은 청소 일을 하고, 4시간은 노동조합 일을 해요. 우리 병원은 휴가자가 있으면 2층, 3층을 오르내리며 그 일을 분회장인 내가 메꾸어야 해요. 병원에서 인원 충원을 안 해주거든요. 일은 일대로, 노동조합 일은 그것대로 고됩니다. 나이를 이렇게나 먹은 사람을 조합 간부로 뽑아 주어서 힘이 너무 들어요. 서른일곱 명이 해야 할 일을 열 명이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병동 세 개를 혼자 청소하다가 이제는 그나마 줄어 병동 두 개를 나 혼자 청소해요. 양쪽 병동에 화장실만 서른 개 가까이 되거든요. 일이 많으니까 뛰어다니면서 해야 해요. 그래도 먼지뭉텅이가 날아다닌다고 민원이 들어와요. 늙은 몸에 고달파요. 어느 날은 탈의장에 드러누워 쉬고 있는데 동료 하나가 그래요. "언니는 왜 이런 걸 한다고 해서 그렇게 힘이 들게 사누?" 속이 상해서 소리를 꽥 질렀어요. "누구는 그걸 하고 싶어서 하느냐"고. 동료들이 뽑아 줘서 하는 건데. 그렇게 돌아서서 눈물이 나더라구요. 나 우는 건 아무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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