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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우리가 삼성직원인줄 알아요
[비정규노동자의 얼굴]<14> 허정훈 삼성전자서비스 영등포센터 비정규직노동자
2014.01.14 19:46:17 , 사진/이상엽 글/변정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사무국장

한국에서 비정규직이 널리 퍼진 것은 1997년 IMF 구제금융 위기 이후입니다. 빠르게 자리 잡은 이 시스템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수많은 폐해를 만들어 왔습니다. 오늘날 비정규직 문제를 생각한다는 것은 이 사회의 건강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한 첫걸음일 것입니다.

비정규 노동자의 얼굴을 봅니다. 얼굴로 정규와 비정규를 가를 수 있을까요? 그들은 다르지 않습니다. 비정규직 이전에 동등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얼굴을 보는 것은 이들이 다른 존재가 아님을 아는 과정이며, 차별이 어느 지점에서 발생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단서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우는 기회일 것입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이기도 한 이상엽 기획위원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얼굴을 사진에 담아 보내왔습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비정규 노동자의 이야기를 사진과 음성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본지 지면과 이미지프레시안을 통해 발행됩니다. <편집자>

저는 삼성전자서비스 영등포센터에서 일하고 있어요. 1995년부터 이 일을 했어요. 주로 AV나 TV쪽 일을 하는데 여름철에는 특히 에어컨 수리가 많아요. 재작년에는 다른 건 엄두도 못 내고 에어컨만 수리했어요. 에어컨 실외기의 위치가 애매하거나 아파트 난간에 있는 경우는 정말 무서워요. 허리가 반 이상 꺾인 상태로 에어컨 가스를 넣을 때는 정말 떨어져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생겨요. 한 여름동안 죽으라고 일했는데 에어컨 수당을 확 깎아버려서 월급이 너무 적게 나왔어요. 우리는 수리 건수로 월급을 받아요. 수당은 삼성전자가 정합니다. 제가 일한만큼 월급을 받는지 알고 싶지만 회사는 알려주지 않아요. 자료를 보여달라고 하면 사내기밀이라서 안된다고만 합니다. 월급 받아서 차 할부금, 핸드폰비, 기름 값 내고 밥 먹고 나면 남는 게 없어요. 주말에는 쉬고 싶지만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해서 그럴 수가 없어요. 어쩌다 쉬는 날은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그냥 잠만 자요. 일하다 다쳐도 산재처리를 잘 안 해주기 때문에 아파도 쉴 수가 없어요. 수리 한 만큼 월급을 받기 때문이죠. 사람들은 우리가 삼성직원인줄 알아요. 하지만 삼성은 자기네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하네요. 처음부터 삼성에서 일을 했는데 말입니다. 일 많은 성수기 때는 본사직원이 고객 집에 직접 방문해요. 대충 봐주고도 출장비는 꼭 챙겨요. 재수리 요청이 들어와서 가면 욕은 우리가 다 먹어요. 회사는 기계 고치는 걸 단순한 일로 보는 것 같아요.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신제품에 대해서 늘 배우고 기술을 습득해야 해요. 기계처럼 살다 요즘은 우리도 인간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노조가 생긴 뒤로 주말에도 쉴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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