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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시간까지도 쉬지 못하고 일해요
[비정규노동자의 얼굴]<16> 박매현 노인전문병원 요양보호사
2014.05.09 20:34:07 , 사진/이상엽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사, 글/이혜정 <비정규노동> 편집장

산화교통 천막이 어제로 64일차 되었어요. 주물럭 하고, 소머리 삶고 잔치를 하는 바람에 어제 내가 소주를 한 잔 했다는 거 아니야. 아, 내 이름은 박매현이라고 합니다. 나이는 67세예요. 젊어보이죠?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젊을 때는 이것저것 많이 했어요. 나이가 드니까 직업을 찾아야겠다 싶어서 간병사 수료증을 땄죠. 얼마 전까지 청주시 노인전문병원에서 일을 했어요. 환자분들 대부분이 치매, 중풍. 중증환자들이에요. 어르신들 닦아드리고, 소변, 대변 처리하고, 옷 갈아입히고, 잠자리 봐 드리고, 석션까지 해요. 석션은 의료행위지만 안 할 수가 없어요. 걸걸거리면 간호사들이 “왜 석션 안 하냐?” 그러거든요. 최소 8명의 중증환자를 돌봐요. 야간에는 병원 한 층을 모두 봐야 해서, 2, 30명의 중증환자를 한꺼번에 돌봐야 해요. 임금명세서에 휴게시간, 수면시간이 있지만, 우리는 24시간 잠도 못 자고 쉴 수도 없어요. 환자들 중 한 분만 안자도 우리는 못 자니까요. 수면시간에 자라고 2층에다 방을 하나 만들어줬는데 자는 동안 내가 맡은 환자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요. 사고가 나면 다 내 책임이잖아요. 잠을 자지 말라는 거죠.


격일 근무이지만 사람이 모자라 대근을 하게 되면 72시간까지도 쉬지 못하고 일해요. 거기다 치매 환자분들은 머리채도 잡고, 기저귀 갈려고 하면 뺨도 때리고 그래요. 환자가 그러는 것을 어디가서 하소연을 해야 하나요. 그냥 웃고 말아야죠. 우리가 일 한 만큼 돈을 받지도 못하는데, 너무 억울해요. 저는 얼마 전 사표를 썼어요. 그렇게 힘든 일들을 쉬지도 못하고 하다 보니 목디스크, 허리디스크에 무릎까지 이상이 생겼거든요. 나도 나이가 있다 보니까 몸이 안 따라주는 거죠, 뭐.

 

한국에서 비정규직이 널리 퍼진 것은 1997년 IMF 구제금융 위기 이후입니다. 빠르게 자리 잡은 이 시스템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수많은 폐해를 만들어 왔습니다. 오늘날 비정규직 문제를 생각한다는 것은 이 사회의 건강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한 첫걸음일 것입니다.

비정규 노동자의 얼굴을 봅니다. 얼굴로 정규와 비정규를 가를 수 있을까요? 그들은 다르지 않습니다. 비정규직 이전에 동등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얼굴을 보는 것은 이들이 다른 존재가 아님을 아는 과정이며, 차별이 어느 지점에서 발생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단서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우는 기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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