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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목 향한 '펜치'…'작전' 끝낸 경찰은 V자 미소
[현장] 폭력과 조롱이 난무한 밀양 강제 철거 10시간
2014.06.16 20:25:48 , 사진/최형락 기자, 글/최하얀 기자

한낮의 높았던 기온이 밤이 되자 뚝 떨어졌다. 개구리 울음소리와 경찰 무전기 소리가 차가운 시골 공기에 뒤엉켰다. 논·밭을 양옆에 둔 좁다란 시멘트 길 위로, 경찰 버스 수십 대가 쉼 없이 오갔다. 송전탑 반대 농성장이 있는 다섯 마을로는 진작에 외부인 통행이 차단된 상황. 떨칠 수 없는 긴장감을 달래려 70·80대 노인들이 이리 걷고 저리 걷는다. 그렇게도 원치 않았던 '전야'가 오고 말았다.

 

송전탑 반대 주민 대부분은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이들과 함께한 다섯 움막을 지킨 수녀와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잠시라도 자볼까 자리를 펴고 누웠던 '할매'들도 얼마 못 가 잠자기를 포기하고 허리를 곧추 세웠다. 전기가 아예 없었던 단장면 용회마을 승학산 정상의 움막(765킬로볼트 101호 예정 부지)은 몇 시간을 암흑 속에서 불을 피우며 버텼다. 경찰 눈을 피해 타지에서 온 시민들이 산발적으로 컴컴한 산길을 오르고 있다는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예고된 행정 대집행 시각보다 약 2시간 이른 11일 오전 4시 15분께. 부북면 평밭마을 움막(129호)에서 아래를 향해 보니, 텅 비어 있던 산 아래 도로 위로 자동차 불빛이 꼬리를 물며 이동하고 있다. 누군가 '경찰 버스다. 온다 온다!'고 외치면서 순식간에 움막 안팎이 분주해졌다. 카스텔라와 500밀리리터 흰 우유로 아침을 대신한 후, 할머니들이 움막 옆에 파놓은 깊이 2.5미터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 목에 쇠사슬을 걸었다. 그 주변을 수녀 30여 명이 둘러싸고 기도하고 노래 불렀다.

 
"129호 끝났대요" 소리에 127호 할머니들 오열

 

잠시 후, 해가 떴다. 부북면 위양마을 움막(127호)에선 수녀와 신부들도 아예 주민들 사이사이에 앉아 허리춤에 쇠사슬을 함께 둘렀다. 경찰 수백 명이 산 아래에서부터 걸어 올라오고 있다는 문자 메시지가 속속 전해진다. 대학생들이 127호 움막 마당에 연좌해 1차 저지선을 만들었다. 그 뒤로 젊은이 3명이 마당과 움막을 연결하는 좁은 나무다리 위에 앉아 2차 저지선을 만든다. 남은 시민들 30여 명은 움막 입구에 앉아 안에 있는 할머니들을 지키기로 했다.

 

경찰이 127·129호 움막 진입로인 장동마을 입구 농성 인원을 제압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20분. 주민들은 분뇨를 뿌리며 강하게 저항했지만 '작정'하고 덤벼드는 경찰들에겐 역부족이었다. 경찰은 위양마을 이장 부인인 박순연 할머니를 연행하며 오전 6시께에 이곳 진입로를 확보, 6시 30분엔 129호 부지인 평맡마을 꼭대기로 올라왔다. 수녀들이 할머니들이 들어간 구덩이 입구에 드러누웠으나 경찰은 이들을 하나씩 끌어냈다. 사지가 들린 수녀들이 비명을 지르고, 이를 지켜보던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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