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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 위 101일…이창근 "너무 고통스러웠던 시간"
[현장] 경찰, 곧바로 체포영장 집행…쌍용차지부 "회사가 화답해야"
2015.03.24 15:42:15 , 사진/최형락 글/선명수 기자

분홍색 분필로 굴뚝 콘크리트 외벽에 큼직하게 글씨를 썼다. 100여 일을 함께한 농성 물품을 정리해 모두 땅으로 내려보낸 뒤, 마지막으로 공장 안과 밖을 향해 남긴 메시지다. "나도 사랑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70미터 굴뚝에서의 101일. 쌍용차 해고자인 이창근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정책기획실장이 23일 땅을 밟았다.

전날 농성 해제 계획을 알린 이 전 실장은 애초 예고한 시간을 3시간 가까이 넘긴 이날 오후 1시께, 사다리를 타고 스스로 땅으로 내려왔다. 굴뚝 위에 쌓인 농성 물품을 로프와 도르래를 이용해 땅으로 내려보내는 데만 꼬박 2시간이 넘게 걸렸다. 

사측이 회사 내 출입을 통제해, 취재진과 동료 100여 명은 굴뚝이 바라보이는 공장 남문 앞 농성장에서 그의 모습을 지켜봤다.

당초 쌍용차지부는 공장 정문 앞에서 농성 해제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준비했지만, 경찰이 곧바로 체포영장을 집행함에 따라 이 전 실장의 기자회견은 취재진과의 화상 통화로 대체됐다. 

이 전 실장은 굴뚝에서 내려오기 전 화상통화를 통해 "노사가 교섭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더 이상 굴뚝 위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사측과 임원진을 믿는다고 말하면서 계속 굴뚝 위에 있는 것은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농성 해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곳에 노동자가 올라오지 않기를 바란다"며 "너무 고통스럽고 외로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전 실장은 해고자 복직과 26명 희생자 명예회복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13일 김정욱 사무국장과 함께 굴뚝 농성에 돌입했다. 이후 김 사무국장은 농성 89일째인 지난 11일 굴뚝에서 내려왔고, 이 전 실장 홀로 12일간 농성을 계속해 왔다. 

이 전 실장은 "경찰이 양해한다면 경찰서까지 걸어가고 싶다"며 "굴뚝에서 움직이지 못해 하체가 많이 약해졌다. 정문을 걸어서 통과해 나가고 싶다. 정문에서 (취재진과) 만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공장 정문에서 동료 및 취재진과 만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경찰은 이 전 실장이 땅으로 내려온 뒤 곧바로 체포영장을 집행해 차량을 타고 공장 밖으로 빠져 나갔다. 다만 100여 일간 고공에서 농성을 벌인 몸 상태를 감안해 병원 검진 뒤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차지부는 이 전 실장의 농성 해제 직후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는 회사가 화답해야 한다"며 "대립과 갈등을 계속할 것인지, 소통하고 상생할 것인지는 이제 오직 회사에 달렸다"고 밝혔다. 이 전 실장이 '회사와 동료를 믿고' 농성을 먼저 해제한 만큼, 회사가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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